'세계테마기행' 청두에서 티베트 라싸까지, 고도와 삶이 바뀌는 3,0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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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 청두에서 티베트 라싸까지, 고도와 삶이 바뀌는 3,000km

뉴스컬처 2026-06-28 20:22: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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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계테마기행
사진=세계테마기행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길이 곧 여행이 된다”는 말이 더는 수사가 아니다.

중국 서부를 가로지르는 318 국도(G318)는 풍경과 시간, 신앙이 동시에 흐르는 거대한 이동의 서사다. 청두를 지나 티베트 라싸까지 이어지는 이 길 위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의 표정과 마주하고 결국 자신과도 조우하게 된다.

6월 29일부터 7월2일 저녁 8시 40분 방송되는 EBS1 ‘세계테마기행-하늘길 318, 티베트를 가다’를 통해 판다의 숲에서 시작해 설산의 심장 라싸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여정을 네 개의 장으로 펼쳐낸다.

■ 1부. 야안의 숨결, 차와 판다가 공존하는 경계의 도시

사진=세계테마기행
사진=세계테마기행

여정은 야안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이미 고도 변화가 시작되는 경계의 도시로, 공기부터 서서히 달라진다. 평야의 끝에서 산악지대로 넘어가는 이 지역은, 여행자가 처음으로 ‘길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도시를 감싸고 있는 멍딩산 일대는 오래전부터 차의 성지로 불려왔다. 황실에 올리던 찻잎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며, 차는 상품을 넘어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차밭의 색은 이 지역의 시간을 그대로 드러낸다.

찻잎을 수확하는 손길은 반복되지만 같은 모습이 아니다. 잎 하나를 따는 움직임이 이어져 전통 다도 예술로 확장되고, 이는 몸짓과 호흡이 함께 어우러지는 장면으로 완성된다. 차를 만든다는 행위가 하나의 표현 방식이 된다.

야안의 또 다른 얼굴은 비펑샤 계곡에서 드러난다. 자이언트 판다가 살아가는 이 공간은 인간의 속도와는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먹고, 쉬고, 움직이는 모든 과정이 일정한 박자로 반복되며, 그 안에서 생존의 방식이 완성된다.

차와 판다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야안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하나는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로 이어지고, 다른 하나는 자연 그대로를 유지한다. 

■ 2부. 하늘길 318, 고도를 넘어 이어지는 사람들의 발걸음

사진=세계테마기행
사진=세계테마기행

318 국도는 청두를 벗어나면서부터 달라진다. 도로는 점점 굽이치고, 주변의 시야는 넓어졌다 좁아지기를 반복한다. 이동은 속도가 아니라 적응의 문제가 된다.

저둬산 고개에 이르면 풍경은 더욱 극적으로 변한다. 눈이 남아 있는 도로 위에서 차량과 자전거, 도보 여행자들이 뒤섞인다. 각자의 방식으로 길을 이어가지만 방향은 하나로 모인다.

고개 정상에는 작은 탑이 서 있다. 이곳을 지나는 이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탑 주변을 천천히 돈다. 말보다 먼저 몸이 움직이며, 긴 이동 속에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 만들어진다.

궁가산 주변 마을에서는 생활 방식이 도시와 전혀 다르다. 가축과 사람이 같은 건물 안에서 시간을 나누고, 공간은 기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분된다. 1층은 동물, 상층은 인간, 그리고 가장 위층은 신앙이 자리한다.

이곳의 하루는 기도로 시작된다. 웨이쌍 의식이 울려 퍼지는 새벽은 이 지역의 공기를 상징한다. 소라 나팔과 종소리는 멀리 퍼지며, 사람들의 움직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신앙은 별도의 영역이 아니라 생활의 중심에 놓여 있다.

■ 3부. 옌징, 절벽 위에서 완성되는 소금의 시간

사진=세계테마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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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징은 풍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공간이다. 란창강 절벽을 따라 펼쳐진 염전은 인간이 자연을 ‘가공’하는 방식의 가장 오래된 기록처럼 남아 있다. 이곳에서는 땅보다 시간이 더 중요한 자원이다.

소금 생산 과정은 느리고 반복적이다. 소금물이 나무틀에 채워지고, 햇빛과 바람이 그 위를 통과하며 결정이 형성된다. 이 과정은 기술이라기보다 기다림에 가깝다. 결과물은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완성의 주체는 자연이다.

염전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소금은 지역의 역사와 경제 구조를 보여준다. 홍염, 도화염, 그리고 고드름 형태의 결정까지 각각은 서로 다른 환경 조건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름 자체가 이 지역의 지층을 설명한다.

마을 사람들의 식사는 이 생산 과정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짭조름한 맛은 오랜 노동의 흔적이며, 식탁은 산업과 일상,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놓이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염전 옆 작은 일상 공간에서는 또 다른 경제 활동이 이어진다. 면 요리 한 그릇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독특한 방식은 이 지역 특유의 생활 감각을 드러낸다. 그릇을 비울 때마다 돌을 옆에 놓는 방식은 일상의 리듬을 숫자로 바꾸는 장치다. 경쟁과 생활이 함께 얽힌 풍경이다.

■ 4부. 라싸, 이동의 끝에서 열리는 또 다른 시작

사진=세계테마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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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는 318 국도의 종착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시작점에 가깝다. 이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여행자는 더 이상 이동자가 아니라 관찰자이자 참여자가 된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순례 공간처럼 작동한다.

포탈라궁은 라싸의 지형과 정신을 동시에 지배한다.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이 구조물은 권력과 신앙, 역사와 상징이 동시에 겹쳐진 결과물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도시 전체의 질서가 이해될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가진다.

조캉 사원과 바코르 거리에서는 순례가 끊이지 않는다. 오체투지로 몸을 낮추는 움직임은 인간이 신앙 앞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설정하는 방식이다. 반복되는 동작은 의식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로 기능한다.

세라사원의 토론 장면에서는 전혀 다른 에너지가 펼쳐진다. 박수와 몸짓으로 이어지는 논쟁은 사고의 훈련이자 수행의 방식이다. 언어는 움직임으로 확장되고, 공간은 소리로 채워진다.

라싸의 식당과 골목에서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현재의 일상과 함께 이어진다. 제6대 달라이 라마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식당에서는 과거의 서사가 음식과 함께 소비된다.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신화가 같은 자리에서 공존하는 셈이다.

318 국도는 목적지를 향해 곧장 달려가는 길이 아니라, 고도와 기후, 풍경과 삶의 방식이 끊임없이 바뀌는 흐름을 따라 이어지는 여정이다. 그 위에서 마주하는 장면들은 사람의 감각과 생각을 조금씩 흔들어 놓으며 왜 떠났는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다시 묻게 만든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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