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그림자 같은 AI와 도약하는 피지컬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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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그림자 같은 AI와 도약하는 피지컬 AI

경기일보 2026-06-28 19:14: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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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

 

꼼꼼하지 못해 손해 본 적이 있는가. 예를 들어보자. 미팅 약속을 망각해 대형 클라이언트를 놓친 적이 있는가. 긴급한 고객 문의 사항을 빠르게 답변해야 한다고 메모했다가 다른 일에 치여 방치한 일은. 인공지능(AI)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대충 훑어보고 제출했다가 맥락과 사실이 맞지 않아 프로젝트가 좌초된 적은.

 

사람이면 누구나 당연하게 경험한다. 우리는 정확성과 거리가 먼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숱하게 도구를 개발해 왔다. 그러나 내 명령 없이는 꼼짝도 하지 않는 프로그램이기에 여전히 고달플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앤트로픽은 AI 에이전트인 클로드 태그를 발표하면서 앰비언트 모드를 탑재했다.

 

일정 관리를 제때 못하거나 업무를 누락하고 할루시네이션으로 리스크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면 AI가 선제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한다. 내 그림자처럼 24시간 내 옆에서 나와 같이 호흡하며 위험을 감지하고 때론 프로젝트 관리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팀 단위 수준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인간과 집단의 한계를 보완하는, 똑똑하면서 지혜로운 AI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시대에 와 있다는 증거이겠지. 갑자기 부실하게 인수인계를 받아 좀처럼 업무의 처음과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던 적이 있는가. 그때 터줏대감처럼 항상 근무하고 있는 AI 파트너가 친절하고 안전하게 우리를 인도한다. 기술적으로 볼 때 실시간 맥락 학습과 채널 메모리 아키텍처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에 가능하다. 즉 말귀를 잘 알아듣고, 오랫동안 기억을 잘한다는 얘기다. 이제 상식의 지평을 과감하게 넓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레고로 사람처럼 물건을 들고 움직이는 로봇을 만든 적이 있는가. 레고 골프채로 공을 밀면서 장애물을 통과해 출발선으로 돌아오는 데 생각보다 아주 애를 먹는다. 산업 현장 곳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산업용 로봇이 있다. 이 로봇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옆 사람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장황하게 말하면 스스로 알아서 제대로 동작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런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닌데 성과가 별로였다. 최근에 다시 도전했는데 놀랍게도 성공했다. 마치 콘센트에 전원 케이블을 꽂는 것처럼 서로 다른 로봇임에도 동일한 AI 모델을 접목했더니 원활하게 구동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지. 앤트로픽의 미토스5가 불현듯 사이버 보안을 잘하는 이유와 같다. 범용 모델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즉 보안 분야에 특화해서 훈련하지 않아도, 개별적인 로봇을 제어하도록 전용으로 개발하지 않아도, 우리와 늘 대화하는 AI 모델이면 충분했다.

 

앤트로픽의 ‘프로젝트 페치: 2단계’ 실험 결과에서 클로드 오퍼스 4.7이 사족보행 로봇의 센서를 연결하고 자율적으로 제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사람으로 구성된 팀이면 6시간이 걸리는데 단 10분 이내에 마무리했다. 즉, 에이전틱 코딩 역량이 압도적이기에 한번도 학습하지 않은 낯선 물리 세계와 물리적인 기계를 통제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변수가 많고 복잡다단한 환경에서는 원활하지 못했다. 이럴 때 월드 모델이 필요하다.

 

즉. 책으로만 연애를 배운 친구와 실전에서 연애를 잘한 친구가 만나야 한다. 산업 현장은, 가정은, 거리는 어떻게 바뀔까. ‘안 돼, 어떻게 가능해, 포기해, 너무 이상적이야’라는 말을 사전에서 지우자.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시급한가. 과도하게 제약당해 기능을 못 하는 상상력. 복원할 시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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