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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가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군의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해온 크림반도를 사실상 봉쇄하면서 전쟁 협상에서 새로운 지렛대를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크림반도 당국은 지난 26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최근 수주 동안 이어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연료와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고 물류망이 마비되자 비상 체제에 들어간 것이다. 세바스토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전력 사용이 제한됐고 일반 주민에 대한 연료 판매도 중단됐다.
우크라이나는 하루 100회가 넘는 드론 공격을 통해 교량과 철도, 연료 저장시설, 발전시설, 항만, 페리 등 핵심 기반시설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 러시아 본토에서 남부 점령지를 거쳐 크림반도로 들어오는 연료 수송 차량까지 공격하면서 보급망을 사실상 끊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군 보급선을 차단해 크림반도를 고립시키려는 전략으로 평가한다.
크림반도는 러시아에 단순한 점령지가 아니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이후 수십만 명의 러시아인이 이주했고, 흑해함대의 핵심 기지이자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당시 남부 공세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 전력을 크게 강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러시아군의 안전한 후방기지였던 크림반도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되면서 전략적 부담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을 지낸 안드리 자고로드뉴크는 “푸틴 대통령에게 크림반도는 자산에서 골칫거리로 변하고 있다”며 “거대한 군사기지는 보급이 끊기는 순간 오히려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 역시 흑해함대가 세바스토폴에서 사실상 철수한 이후 크림반도의 보급 유지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번 공세는 전황에도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하자고 러시아에 거듭 제안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다만 크림반도의 전략적 가치가 흔들리면서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새로운 압박 수단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시카고대의 콘스탄틴 소닌 교수는 “푸틴은 이번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뒤늦게 대응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리투아니아 지정학안보연구센터의 리나스 코얄라스 소장은 “전면전이 시작된 지 4년 반이 지난 지금 크림반도의 취약성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러시아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크림반도는 푸틴 제국주의의 상징이었지만 현재는 우크라이나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병합한 후 ‘제국의 왕관에 박힌 보석’을 되찾은 역사적 업적으로 대대적으로 치켜세웠다.
이번 위기는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국내 정치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의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상징성이 큰 크림반도가 흔들리는 데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으로 러시아 본토에서도 연료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크림반도 주민들의 생활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크림반도 당국은 연료 배급제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 주말부터는 일반 주민에 대한 연료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정전과 단수, 이동통신 장애가 이어지고 빵과 설탕 등 생필품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현금이 바닥났으며, 어린이 단체여행은 금지됐고 러시아행 열차 운행도 하루 7편으로 제한됐다.
주민들의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현지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27일에는 케르치 대교를 통해 크림반도를 빠져나가려는 차량 약 2500대가 몰리면서 러시아 본토 방향으로는 최대 5시간의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반면 크림반도로 들어오는 차량은 별다른 정체가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작전에서 케르치 대교는 직접 공격하지 않고 있다. 2014년 이후 크림반도로 이주한 러시아 주민과 관광객들이 스스로 떠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두려는 전략이라고 WSJ은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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