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눈엔 돼지만' 글에는 "반도체 우려가 음해냐…모욕적"
'전남출신' 이정현 "보수가 호남성장 응원해야…물 부족우려는 해소 안됐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조다운 기자 =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건 직권남용이나 강요·지시가 아니라, 행정지도나 조성행정"이라고 밝힌 메시지에 대해 28일 일제히 반발했다.
이 대통령이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투자 발표 전망을 두고 우려를 표하는 일각의 주장에 이 같은 SNS 글을 올리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인허가권과 규제라는 생사여탈권을 쥔 권력이 방향을 정해두고 압박하는 순간, 그것은 설득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강요'이자 '정책적 협박'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기업이 강요당한 선택을 자발적인 결단으로 포장해 '결국은 너희들이 선택한 거야'라고 회피하는 태도는 참으로 무책임하다"면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대한민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작동하는 나라'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재선 김미애 의원은 "4류 정치가 세계 초일류 기업에 '행정지도'를 한다니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며 "반도체는 정치의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다. 균형발전 논리도 이미 오염돼 버렸다. 그만 멈추시라"고 일갈했다.
검사 출신 초선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부가 정치적 사유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 주주에 대한 배임이자 직권남용"이라면서 "즉각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직권남용죄 고발에 착수하겠다"고 썼다.
기획재정부 출신 초선 이종욱 의원도 "미르재단 등으로 곤욕을 치른 삼성"이라며 "배임 논란을 피하고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월등한 조건을 제시했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직권남용이나 국정농단 논란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소속 초선 한동훈 의원 역시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 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도 자발적이라고 이야기했었다"면서 "기업의 투자 결정에 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한 동기로 개입하면 안 된다"고 성토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전날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고 쓴 SNS 메시지를 두고도 "모욕적"이라며 입을 모아 비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의 갑작스러운 호남권 반도체 투자 발표를 두고 정치권과 시장이 일제히 우려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며 "기업의 자본과 국가의 미래 동력을 정권의 '표밭 다지기'용 소모품으로 전락시켰다는 합리적 의심을 대통령은 그저 '돼지의 눈에 비친 억측'으로 치부하며 국민을 모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본인이 늘 정략과 야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국민과 언론의 정당한 우려마저 정략적 음해로 보이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통령이 돼지라고 비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모 절차도, 유치 경쟁도 없는 깜깜이 밀실 속에서 닥치고 무조건 호남으로 가고 있다"면서 "내일 발표를 취소하고 그동안의 밀실정책을 백지화하고 공정한 경쟁으로 결정하기를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보수 진영이 호남의 성장을 함께 응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남 출신인 이정현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산업화 이후 60년, 민주화 이후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대규모 민간투자는 수도권과 충청권, 영남권에 집중돼 왔다"면서 "보수가 먼저 호남의 기업투자를 환영해 달라"고 썼다.
다만 이 전 위원장은 호남에 반도체 산업을 위한 여건이 충분히 갖춰졌는지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호남에 '수자원을 제대로 배치·관리하면 하루 100만톤의 산업용수 공급도 가능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참 나쁜 '뻥(거짓말의 속어)'"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위원장은 "광주·전남 물 부족 우려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금 광주·전남의 물그릇으로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하천유지용수, 기존 산단, 미래차 산단, 우주발사체 산단, AI 데이터센터, 이차전지, 수소·화학 고도화, 그리고 반도체 산업까지 모두 감당할 수 있느냐"면서 "물 문제는 정치적 호언장담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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