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노상호의 작품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현재의 이미지를 다룬다. 1986년생인 노상호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먹지로 베껴 그리고, 다시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가상공간에서 흘러다니는 이미지들을 매일 수집하고, 그것을 자신의 감각으로 다시 그려내며 실재와 허구 사이의 간격을 다룬다. 오늘날 이미지는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너무 쉽게 복사되고, 너무 많이 소비된다. 노상호의 작업은 바로 그 환경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룬다.
소장품 중 ‘Daily Fiction series’는 2016년작으로, 수채 드로잉 36점과 스틸 프레임, 가방, 프린트 PVC 매트 등으로 구성된 설치 작업이다. 제목 그대로 매일 만들어지는 일상의 허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매일 보는 이미지들은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화면 안에서 편집되고 공유되고 다시 소비되면서 점점 다른 이야기로 변한다. 노상호는 그 과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원본의 권위보다 이미지가 계속 이동하고 변형되는 흐름 자체가 작업의 중요한 구조가 된다.
그의 작업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미지를 너무 진지하게 숭배하지도, 완전히 가볍게 버리지도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미지, 스톡 이미지, SNS의 장면들은 쉽게 소비되고 잊히지만, 작가는 그것을 다시 손으로 옮긴다. 빠르게 지나가는 이미지를 느린 드로잉의 시간으로 붙잡는 것이다. 이때 먹지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오늘날 이미지가 전달되고 변형되는 방식을 닮은 매개가 된다. 얇고 가볍지만, 그 위를 지나간 흔적은 남는다.
노상호의 ‘홀리 - 중력과 은총’도 함께 볼 만하다. 2024년 제작된 이 작품은 3D 프린트, 나무, 아크릴 페인팅, 단채널 비디오가 결합된 조각 작업이다. ‘Daily Fiction series’가 이미지의 수집과 재배치를 보여준다면, ‘홀리 - 중력과 은총’은 평면 이미지가 입체와 영상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노상호의 작업은 종이 위의 드로잉에만 머물지 않고, 이미지가 설치되고 소비되는 방식 전체를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서도호와 노상호를 함께 보는 것도 흥미롭다. 서도호가 집과 장소, 이동의 기억을 다룬다면, 노상호는 이미지가 이동하고 변형되는 오늘의 환경을 다룬다. 두 작가 모두 이동을 말하지만, 그 층위는 다르다. 서도호에게 이동은 몸과 장소의 문제에 가깝고, 노상호에게 이동은 이미지와 매체의 문제에 가깝다. 한쪽은 공간을 접어 가지고 다니는 감각을 보여주고, 다른 한쪽은 이미지가 끊임없이 복제되고 흘러가는 플랫폼의 감각을 보여준다.
이 두 작업이 한 미술관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난다는 점도 좋았다. 일반적인 전시라면 두 작가 사이의 주제적 연결을 더 강하게 설명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작품들이 집 안의 서로 다른 방에 놓인 물건처럼 존재한다. 관람자는 그 사이를 오가며 자신만의 연결을 만든다. 어떤 작품은 거실의 분위기와 함께 기억되고, 어떤 작품은 복도에서 우연히 조우한 장면처럼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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