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원 아카이빙] 집과 미술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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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원 아카이빙] 집과 미술관②

문화매거진 2026-06-28 16:16: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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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원 아카이빙] 집과 미술관①에 이어 
 

▲ 'Gate-Small', 서도호 / 사진: 정서원 제공
▲ 'Gate-Small', 서도호 / 사진: 정서원 제공


[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그중 서도호의 작품은 이 공간의 성격과 특히 잘 맞는다.

서도호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을 졸업했으며,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와 2018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 작가다. 그는 집, 이동, 이주, 개인의 공간 같은 주제를 오랫동안 다뤄왔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한 경험은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고, 공간은 더 이상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기억과 몸에 의해 옮겨지는 대상으로 다뤄진다.

▲ 'Gate-Small', 서도호 / 사진: 정서원 제공
▲ 'Gate-Small', 서도호 / 사진: 정서원 제공


서도호의 ‘Gate-Small’은 한국 전통 건축물의 문 형태를 반투명한 실크 천과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로 구현한 작품이다. 실제 문은 무겁고 고정된 건축의 일부이지만, 이 작품 속 문은 가볍고 이동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와이어와 반투명한 재료 때문에 문은 땅에 뿌리내린 구조물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접혔다 펼쳐지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집을 콘셉트로 한 미술관 안에서 이 작품을 보는 일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문은 공간을 나누고 연결하는 장치이지만, 여기서는 한 장소에 고정되지 않는 기억의 형태가 된다.

▲ 'Tangled Man', 서도호
▲ 'Tangled Man', 서도호


또 다른 작품 ‘Tangled Man’도 인상적이다. 수제 면지에 실을 박아 넣은 작업으로, 여러 색의 실이 한 사람의 형상을 중심으로 얽혀 있다. 작가는 종이와 실을 결합한 드로잉 작업을 통해 인연과 관계의 문제를 다뤄왔다. 이 작품에서도 사람은 혼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관계의 실 사이에 놓여 있다.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많은 이름과 기억, 접촉과 우연 속에서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선은 단순한 윤곽이 아니라 관계의 흔적이 된다.

서도호의 작품을 보고 나면 이 미술관에서 말하는 집의 의미도 조금 달라 보인다. 집은 단순히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떠난 뒤에도 몸에 남는 감각이다. 문, 복도, 방, 손잡이 같은 것들은 너무 일상적이어서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장소를 떠난 뒤에는 오히려 선명한 기억이 된다. 서도호는 그런 사소한 구조물들을 통해 개인의 이동과 기억을 말하고, 이곳은 그 작업을 실제 집 같은 공간 안에 놓는다. 작품과 공간이 서로를 설명해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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