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의 희망고문...'승점 3'의 기적은 애초 과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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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의 희망고문...'승점 3'의 기적은 애초 과욕이었다

이데일리 2026-06-28 14:10: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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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1승2패 승점 3으로 A조 3위에 머문 한국 축구대표팀에는 32강으로 향하는 문이 아홉 개쯤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축구통계매체는 한국의 32강행 가능성을 90% 이상 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다른 조 경기를 보니 그 문은 거의 열리지 않았다. 홍명보호가 남아공전 패배 뒤 기대했던 각 조 3위 경쟁 시나리오는 대부분 한국에 불리한 쪽으로 흘렀다. 결국 한국의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조별리그에서 멈췄다.

끝내 32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 축구대표팀. 사진=연합뉴스
끝내 32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 축구대표팀. 사진=연합뉴스


[그래픽] 한국 역대 월드컵 본선 진출 및 성적
[그래픽] 한국 역대 월드컵 본선 진출 및 성적


[그래픽]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 결과
[그래픽]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 결과


한국이 기대했던 시나리오는 복잡했다. 스페인이 우루과이를 잡고, 일본이 스웨덴을 두 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 했다. 호주가 파라과이를 꺾거나, 세네갈이 이라크를 크게 이기지 않아야 했다. 알제리와 오스트리아, 콩고민주공화국, 크로아티아, 이란의 결과까지 한국의 운명을 흔들 변수였다.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한국보다 아래에 남아야 했던 팀들이 잇따라 살아남았다. 세네갈은 이라크를 5-0으로 대파, 승점 3팀 가운데 유일하게 32강 티켓을 따냈다. 골득실에서 한국을 월등히 제쳤다.

스웨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에콰도르, 가나, 콩고민주공화국 등 조 3위 팀들도 한국보다 앞섰다. 일본에게 2골 차 이상 지길 바랐던 스웨덴은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호주가 잡아주길 기대했던 파라과이는 0-0으로 비겨 귀중한 승점 1을 따냈다.

우리가 우즈베키스탄과 비기거나 패하길 기대했던 콩고민주공화국은 보란 듯이 3-1로 승리했다. 가나에게 지길 바랐던 크로아티아는 2-1 승리를 거두고 조 3위가 아닌 2위로 32강에 당당히 올랐다.

승패가 가려지길 바랐던 알제리와 오스트리아는 그 같은 바람을 무시하고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사실 이 경기는 한국의 탈락이 확정된 뒤라 결과가 큰 의미가 없었다. 결국 조별리그 최종일에 콩고민주공화국, 가나, 알제리가 32강에 오르면서 조 3위 순위표는 한국에 등을 돌렸다.

사실 문제는 경우의 수가 아니었다.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던 남아공전에서 졌다. 그 한 경기에서 자력 진출권을 놓친 뒤에는 남의 경기장 전광판만 바라봐야 했다. 아홉 개 시나리오가 있었다지만, 그것은 희망이라기보다 패배 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역대 월드컵 성적을 놓고 냉정하게 봤을 때 승점 3으로 조별리그 통과를 기대하는 것은 ‘사기 심보’에 가깝다.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때도 한국은 우루과이와 비기고, 포르투갈을 극적으로 누르면서 1승1무1패 승점 4로 16강에 올랐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뤘던 2010 남아공 대회 때도 그리스를 이기고 나이지리아와 비기면서 1승1무1패 승점 4로 조 2위를 확보했다. 이번 대회 32강에 오른 팀 가운데 승점 3점 팀은 H조 2위 카보베르데와 조 3위 팀 순위 8위 세네갈, 단 두 팀뿐이었다.



홍명보호의 탈락은 뼈아프다. 체코전 승리로 잡았던 유리한 흐름을 멕시코전과 남아공전에서 모두 놓쳤다. 손흥민을 비롯한 핵심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결정적인 순간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 약체로 평가받던 남아공을 상대로도 승점 1을 지키지 못했다.

한국의 월드컵은 그렇게 끝났다. 9개 경우의 수는 거의 모두 빗나갔다. 하지만 남의 결과를 기다리게 만든 것은 다른 팀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였다.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비겨도 괜찮았던 마지막 경기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우리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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