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이주노동자 피해 증언대회…성매매 집결지 안에 숙소 제공 등
"사장 허락 없으면 회사 못 바꾸는 법 고쳐야"…변경 제한 폐지 요구
(서울=연합뉴스) 옥성구 기자 = "욕설과 폭력을 저지른 사장님이 허락해주지 않으면 회사를 바꾸지 못해 3년 동안 그런 환경에서 일해야만 했습니다."
고용허가제 E-9(비전문취업)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이주노동자 A씨는 지난 3년간 겪은 고통에 대해 28일 이같이 토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강제노동의 덫, 이주노동자 피해 사례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번 증언대회에서 A씨 등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겪은 피해들을 털어놨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A씨는 2022년 9월부터 공장에서 일했지만, 일을 빨리 못한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력을 견디며 일해야 했다. 사장은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공장 마당에 벌을 세워두기도 했다.
그의 사장은 "방글라데시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했으며,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고 회사 손해를 배상하라며 530만원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A씨는 "사장님이 허락 안 해주면 회사를 바꾸지 못하는 법은 꼭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B씨의 숙소는 성매매 집결지 내부에 있었다.
밤이 되면 여성 노동자끼리 머물던 그의 숙소 주변을 다수의 남성이 배회했다. 주변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
B씨는 "밤에는 집 주변 어둠 속에 남자들이 어슬렁거려서 혼자 나갈 엄두를 못 냈다"면서 "그런 숙소 월세로 한 달에 30만원 이상, 어떤 달은 50만원을 냈다"고 증언했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자 그의 사장은 숙소에 들어와 "죽은 사람처럼 지내라" 등 협박성 말을 했다. 휴업수당이나 연차수당은 주지 않았고, 근로계약서에 정하지 않은 다른 장소에서 파견 노동을 하도록 강요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또 다른 이주노동자 C씨는 농수로 근처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에서 지냈다. 겨울에 난방을 하다 과열로 화재가 날 뻔한 일도 있었다.
그의 사장은 이런 곳을 숙소라며 사용료 명목으로 매월 25만원을 월급에서 공제했다.
C씨는 딸기를 재배·수확하는 일을 하며 추가 노동 수당도 야간노동 수당도 받지 못했다.
스리랑카에서 E-7-3(특정활동) 비자로 들어온 D씨는 울산의 조선업체에서 용접노동자로 일했다.
그런데 2024년 2월 회사에 일이 없다는 이유로 팀이 사라졌고, D씨는 사직서를 쓰고 퇴사했다.
문제는 E-7-3 비자로 들어온 탓에 조선업체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일할 수가 없어 미등록 무허가 노동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D씨는 "E-7-3 비자에서 다른 비자로 바꾸려면 행정사들에게 100만∼400만원을 줘야 한다"며 "부디 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호소했다.
김현주 울산이주민센터 센터장은 "E-7-3 비자는 근무처 변경 등이 매우 까다로워 노동권 사각지대에서 강제노동하고 있다"며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이주노동 제도를 사후 대책 중심에서 예방적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호세아 민주노총 정책차장은 "정부의 제도는 사후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고용허가제상 사업장 변경은 노동조건을 위반한 경우, 임금체불이 누적된 경우 등 피해를 봐야만 사유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를 보고 나서 이를 바탕으로 사업장 변경을 하는 건 예방이 아닌 사후 수습"이라며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의 권리가 이주노동자 스스로가 처한 위험을 인지하고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예방적인 제도 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o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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