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가 쌓고, 클린스만·홍명보가 부순 ‘모래성 한국 축구’ [2026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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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가 쌓고, 클린스만·홍명보가 부순 ‘모래성 한국 축구’ [2026 월드컵]

경기일보 2026-06-28 13:42: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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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한국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서 32강 진출에 실패하며 대회를 마쳤고, 대회 이후 대표팀 운영 시스템과 축구 철학 전반에 대한 재점검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은 그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든 대회였다.

 

홍명보호는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문제는 결과보다 과정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의 유산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한국 축구가 어떤 축구를 하려는 팀인지도 불분명했다.

 

감독 선임 논란은 대회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고, 경기장에서는 뚜렷한 색깔과 해법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번 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반복해 온 ‘리셋’의 대가를 확인한 무대가 됐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은 ‘감독 선임 시스템’이다.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은 시작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문제와 공정성 논란이 지적됐다.

 

중요한 것은 특정 인물의 책임 공방이 아니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어떤 축구를 할 것인가’보다 ‘누가 감독을 맡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감독이 바뀌면 철학도 바뀌고, 육성 방향도 흔들린다.

 

(왼쪽부터)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홍명보 감독. 한국 축구는 최근 세 차례 대표팀 체제를 거치며 철학과 방향성이 반복적으로 변화했고, 이번 월드컵 탈락을 계기로 시스템 개혁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연합뉴스
(왼쪽부터)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홍명보 감독. 한국 축구는 최근 세 차례 대표팀 체제를 거치며 철학과 방향성이 반복적으로 변화했고, 이번 월드컵 탈락을 계기로 시스템 개혁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벤투 감독 체제에서 한국은 ‘빌드업’과 ‘점유 축구’라는 분명한 방향성을 구축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의 색깔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고,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도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는 자산을 계승하기보다 변화에 집중했고, 축적보다 리셋을 반복했다.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내건 일본이 장기적인 기술 철학을 바탕으로 감독 선임을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는 것과도 대비된다. 감독은 시스템을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시스템을 구현하는 존재다. 한국 축구 역시 대표팀이 추구할 방향을 먼저 정하고, 그 철학에 부합하는 지도자를 선임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전술적 문제도 분명했다. 이번 대회 한국은 경기 흐름을 바꾸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계획한 게임 플랜 안에서 전술적 변화를 주기보다 상대 흐름에 끌려다니는 모습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체코전(2대1승)을 제외하면 멕시코전, 남아공전(이상 0대1패)에서 상대 압박과 수비 블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홍명보호는 손흥민(왼쪽)과 이강인의 개인 기량에 기대는 장면이 반복되며 뚜렷한 전술적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연합뉴스
홍명보호는 손흥민(왼쪽)과 이강인의 개인 기량에 기대는 장면이 반복되며 뚜렷한 전술적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연합뉴스

 

특히 남아공전은 한국 축구의 한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선제 실점 이후 상대는 수비를 강화했고 한국은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뒤집을 만한 전술적 해법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현대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선발 명단을 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경기 중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한국 축구가 무엇을 잘하는 팀인지조차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빌드업을 추구하는지, 압박 축구를 지향하는지, 역습을 무기로 삼는지 명확하지 않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색깔도 달라지고 방향성도 흔들린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와 조직력, 끈질긴 압박 등 강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 탈락은 한 감독의 실패가 아니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철학도, 방향도 함께 바뀌는 구조 속에서 한국 축구는 축적보다 리셋에 익숙해졌다.

 

결국 한국 축구는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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