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7시, 민수는 베란다로 나갔다. 하늘에서 내리는 별을 받기 위해서였다.
멀리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점들이 점점 커지며 하늘에서 나타났다. 드론 떼였다. 드론은 사람들이 별이라 부르는 작은 빛의 조각을 떨어뜨렸다.
민수는 손을 펼쳤다. 오늘은 빛 조각 세 개를 받았다. 조각들은 손바닥에 떨어지자 스르르 그의 몸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이마로 올라갔다. 이마 위의 숫자가 깜빡이며 바뀌었다. 49997에서 50000으로. 민수는 거울 앞으로 가서 이마를 들여다보았다. 입에서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평균이었다.
지하철에서도 거리에서도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이마를 힐끔거렸다. 숫자가 10만을 넘으면 사람들은 슬그머니 사진을 찍었고 3만 이하는 존재감 없이 지나갔다.
어느 날 아침 별이 오지 않았다.
민수는 베란다에서 30분을 기다렸다. 아침마다 들려오던 익숙한 드론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늘이 텅 비어 있었다. 이마의 숫자가 깜빡였다. 50000. 깜빡. 50000. 깜빡깜빡. 그러다 결국엔 꺼져버렸다. 그는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이마에 아무것도 없었다. 겨우 평균에 도달했다 생각했는데 허탈했다.
회사에 가는 지하철 안. 사람들의 이마도 텅 비어 있었다. 스마트폰에는 전국적 시스템 장애라는 속보가 떴다. 회사에서도 사람들은 시스템 복구 이야기만 했다. 민수는 별이 없다는 걸 잊으려는 듯 일에 몰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그는 동료들을 피해 혼자 김밥을 먹었다. 동료들의 이마에 별이 없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일주일째 되는 날, 민수는 더 이상 베란다에 나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아침 7시면 하늘을 올려다봤고 언제 복구되느냐는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나 민수는 출근길에 책을 읽기 시작했고 조깅을 하며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도 잊었다.
어느 토요일 이른 아침, 민수는 카페에 갔다. 창가에 앉은 민수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펼쳤다. 오래전부터 꿈꾸던 아침이었다.
7시가 가까워졌다.
거리의 사람들이 하나둘 멈춰 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윙윙. 그때 드론 떼가 왔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손을 뻗었다. 별이 쏟아졌다. 빛의 알갱이들이 허공에서 흩어져 내렸다. 사람들은 서로를 밀쳤다. 별을 받으려던 청년 하나가 가로등에 머리를 부딪쳤다. 쿵 소리가 나며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그는 피도 닦지 않고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켜서 자기 이마를 비춰 보았다. 이마 위에 금빛 숫자가 반짝이는 걸 확인한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사람들의 이마에 빛이 반짝였다. 마치 알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의 동시에.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복구됐다!”
“이젠 정상으로 돌아왔어!”
쓰러졌던 사람들은 일어나 웃었다. 피 흘리던 청년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거리가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민수의 이마에도 다시 반짝, 하고 빛이 떴다. 50000. 유리창에 비친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잠시 숫자를 보는 듯싶었지만 그대로 앉아 커피를 비웠다.
잠시 후, 그는 빈 커피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로운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주문하는 그의 뒤,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이 서로의 숫자를 비교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성경제신문 서빈 극작가·영화감독·미니픽션작가
michellesu@daum.net
☞미니픽션=아주 짧은 분량 속에 완결된 서사를 담아낸 초소형 소설을 말한다. '한 뼘 소설', '손바닥 소설(掌篇小說)', '플래시 픽션(Flash Fiction)' 등으로도 불리며 주로 설명은 생략하고 상징이나 묘사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끝맺는다. 짧은 틀 안에 소설적 재미와 철학을 압축해 놓은 '문학의 에스프레소'라고 할 수 있다.
서빈 작가·연출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영상을 전공했다. KBS, EBS, SBS 등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다큐멘터리적 시선을 길렀고, 현재는 공연 극본과 연출, 영화 작업을 넘나드는 창작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 뮤지컬 <길동무 북두칠성> , <날으는 모자> 등의 극본과 가사를 썼고, <컴백홈> , <일등급 인간> 등을 연출했다. 단편 다큐멘터리 <안, 보이다 in, visible> 을 연출해 국내외 영화제에 공식 선정·초청되었으며, 한국미니픽션작가회 회원으로 짧은 서사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안,> 일등급> 컴백홈> 날으는>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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