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는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거래대금은 연일 증가하고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오랜 침체를 벗어나 자본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변화다. 시장이 살아야 기업도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도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을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풍경이 보인다. 거래대금이 늘고 지수가 오른다는 소식은 연일 이어지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방향을 바꾸는 증시에 개인투자자들은 수익과 손실을 반복한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라는 조급함과 '고점에 물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공존한다. 활황이라는 단어가 모든 투자자에게 같은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 이유다.
증권사 입장에서 거래량 증가는 반가운 일이다. 거래가 활발할수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늘어나고 신용거래와 금융상품 판매도 확대된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다. 기업으로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얼마나 많은 거래가 이뤄졌는가'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거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건강한 시장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도 단순히 거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다. 정확한 기업 정보와 책임 있는 리서치, 안정적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투자 위험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함께 갖춰질 때 시장에 대한 신뢰도 커질 수 있다. 활황기에 이런 기본이 흔들린다면 투자자들의 실망은 더 크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증권업계는 수수료 인하 경쟁과 각종 투자 지원금, 이벤트 등 고객 유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얼마나 쉽게 거래할 수 있는가'만큼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가'다. 투자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시장을 신뢰하며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증권사의 또 다른 역할이다.
리서치의 역할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승장에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장이 뜨거울수록 오히려 냉정한 분석과 위험 요인에 대한 설명은 더욱 중요해진다.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지만, 시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분석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증권사 역시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장밋빛 전망만 넘쳐나는 시장은 오래가기 어렵다.
이 같은 고민은 단순히 개인투자자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시장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투자자가 몰리지만, 한 번 신뢰를 잃으면 자금은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할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과 투자심리 위축을 경험했고, 시장 회복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활황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거래 활성화보다 시장 참여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시스템 안정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산 장애나 주문 지연은 투자자에게 곧바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거래가 몰리는 활황기일수록 시스템은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화려한 이벤트나 공격적인 마케팅보다 투자자들이 언제든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장 신뢰를 쌓는 첫걸음이다.
자본시장은 결국 신뢰 위에서 성장한다. 거래대금이 늘고 증권사 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시장 회복의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진정한 활황은 증권사만 웃는 시장이 아니라 투자자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시장이어야 한다. 거래대금이라는 숫자보다 투자자의 신뢰라는 자산을 쌓는 것, 그것이 지금 증권업계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과제다. 그래야 지금의 활황도 일시적인 열기가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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