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강진후 72시간 골든타임 지나…구조현장엔 희망·절망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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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 강진후 72시간 골든타임 지나…구조현장엔 희망·절망 교차

연합뉴스 2026-06-28 11:39: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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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천430명으로 급증…비공식 실종자도 7만명 육박해

주민 "맨손으로 아이 시신 꺼냈다, 정부는 어딨나" 분노

여진 공포에 상점약탈 등 치안 불안까지…유엔 "베네수엘라 경제적 피해, GDP의 6% 규모"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현장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연쇄 강진이 발생한 지 나흘째로 접어들며 인명 구조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72시간 '골든타임'이 지나갔다.

일부 지역에서는 극적인 생환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와 실종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현장의 슬픔과 절망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피해 집중 지역에서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구조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각종 지원마저 턱없이 부족해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 사망자 1천400명 넘어서…비공식 실종자 신고 7만명 육박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지난 24일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이날까지 1천43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집계된 920명에서 하루 만에 500명 넘게 급증한 수치다.

비공식 실종 집계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민간 웹사이트에 신고된 실종자 수는 최소 6만8천900명에 달했다.

다만, 이는 정부 당국이 공식 확인한 수치가 아닌 민간 사이트의 자체 집계 결과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 기적적 생환에 환호…여진 공포에 구조 작업은 지연

전문가들이 사고 후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는 '골든타임'(사고 발생 후 48∼72시간)은 이미 지났다.

한국 시간 28일 오전 8시를 기준으로 지진 발생 후 72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의 초조함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그래도 일부 지역에서는 기적적인 생환 소식이 전해지며 주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구조대원들은 라과이라주(州)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던 15세 소녀와 반려견을 무사히 구조했다.

다행히 건강한 상태로 구조된 소녀는 구조대원들을 향해 '손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직접 구조 소식을 공유했다.

현지에 파견된 스페인 긴급 구조대도 약 72시간 동안 건물 잔해 아래 깔려 있던 여성을 구조해냈다.

현장 영상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쓴 여성이 마침내 잔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구조대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또 다른 영상에는 한 베네수엘라 구조대원이 잔해에 깔린 채 추가 붕괴의 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을 안심시키는 모습이 담겼다.

이 구조대원은 노인을 향해 "지붕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만약 무너지더라도 내가 여기 끝까지 함께 있겠다"고 말했다.

구조작업 이어가는 군과 구조대 구조작업 이어가는 군과 구조대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지진 피해 지역에 여진이 이어지며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스 페이스 미국 적십자사 미주지역 국장은 CNN 인터뷰에서 "엄청난 피해에 더해 여진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역사회는 물론, 구조에 나선 자원봉사자 사이에도 극심한 불안감이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심각한 교통 체증과 당국의 통제 역시 구조 현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식 허가증을 보유한 사람만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가하겠다는 방침인데, 허가증 발급 절차가 지연되면서 오히려 작업에 차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자원봉사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을 구조하러 가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계속 기다리고만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고, 또 다른 봉사자는 "생명을 구하는 데 허가증이 필요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현장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현장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정부는 어디 있나" 분노한 주민들…약탈 등 무법천지 혼란도

베네수엘라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주민들의 분노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피해가 집중된 라과이라주에 군 병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재난 지역 주민들은 "정부 관계자의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이다.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 지역에서 구조를 돕던 주민 밀레이디 로메로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잔해 아래 살아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려 하지도 않았고, 우리가 여러 시신의 위치를 찾아냈는데도 수습조차 돕지 않았다"며 "그들은 대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번 지진으로 딸과 사위를 한꺼번에 잃은 한 어머니는 "우리는 맨손으로 직접 아이들의 시신을 끌어내야 했고, 도움은 전혀 오지 않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분노한 주민들과 정부 관계자 간에 충돌까지 벌어졌다.

AP통신은 굴착기를 몰고 온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셀카'만 찍은 뒤 철수하려 하자, 현지 주민들이 운전사를 끌어내리고 차량을 가로막았다고 전했다.

동시에 치안 시스템도 붕괴하며 일부 상점과 가옥에서는 약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멕시코 일간 라호르나다 등이 보도했다.

◇ 국제사회 구호 손길 잇달아…美, 추가 재정 지원 예고

국제사회는 전방위적 구호 지원에 나섰다.

미국·멕시코·엘살바도르·스위스·콜롬비아·스페인·에콰도르·칠레·도미니카공화국·파나마 등 각국에서 모인 구조대원 1천600명은 이날 베네수엘라 현지에 도착해 수색 및 구조 활동에 돌입했다.

베네수엘라 최대 공항인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이 부분 운영을 재개하면서 본격적 구조 지원이 가능해진 것이다.

당초 볼리바르 국제공항은 강진의 여파로 활주로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현재는 활주로 한 곳이 열린 상태라고 미 국무부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구조대원들이 항공편 17편으로 나뉘어 도착했으며, 향후 24시간 이내에 추가 항공편 25편이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억5천만달러(약 2천317억원) 규모 원조를 발표한 데 이어 추가 재정지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억달러 규모 자금 지원 패키지가 곧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와 함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이동식 병원과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등 맞춤형 구호 장비도 현장에 투입됐다.

지진 피해 지역 인프라 복구도 제한적으로나마 진전을 보인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라과이라주 전력 공급 약 60%를 복구했다고 발표했으며, 대통령실은 실종자 신고와 긴급 지원 요청을 일원화하는 지진 전용 신고 전화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 경제적 피해 GDP 6% 규모…장기화 국면 접어든 재건 과제

그러나 이번 지진이 남긴 타격은 여전히 재앙적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전날 성명에서 이번 지진에 따른 물리적 손실 규모가 67억달러(약 10조3천억원)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규모다.

엘리너 레이크스 국제구호위원회(IRC) 부사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지진 대응은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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