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은 총 106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22건보다 138건 증가한 수치로, 증가율은 14.96%다.
법인 파산 신청 속도는 지난해보다 빠르다. 지난해 법인 파산 신청은 2282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5월까지 이미 지난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했다.
법인 파산은 기업이 재정 파탄 상태에 빠져 회생 절차를 통한 재기가 어렵다고 판단할 때 신청하는 절차다. 회생은 기업 존속을 전제로 채무 조정과 경영 정상화를 모색하지만, 파산은 절차가 마무리되면 법인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산업계와 고용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크다.
법원이 파산 신청 기업의 규모를 별도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신청 법인의 상당수가 자금 조달 여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둔화와 비용 상승을 버티기 어려운 기업부터 법원 문턱을 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법인 파산 신청은 꾸준히 늘어왔다. 2021년 995건이던 신청 건수는 2022년 1004건으로 1000건을 넘어섰고, 2023년 1657건, 2024년 1940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2000건을 넘기며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올해 들어서는 대외 변수까지 더해졌다.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 환율 변동성 확대가 기업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원자재와 물류비, 금융비용이 동시에 오르면서 매출 회복 속도가 더딘 기업들의 유동성 압박이 커지는 흐름이다.
금융 지표에서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확인된다. 한국은행의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여신 규모는 17조7000억원이었다. 중소기업 연체 차주는 5만8372곳으로, 1년 전보다 2만3339곳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연체 차주는 118곳에서 68곳으로 줄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자금 여건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 체감경기도 엇갈렸다. 한국은행의 ‘6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에 따르면 대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1.1포인트(p) 오른 104.5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다. 반면 중소기업 CBSI는 0.5포인트 하락한 95.7에 머물렀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금리와 환율, 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담보와 신용 여력이 부족해 차입 비용 상승을 견디기 어렵고,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내수 부진이 이어질 경우 매출 감소와 이자 부담이 동시에 누적될 수밖에 없다.
올해 법인 파산 신청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원 통계상 5월까지 신청 건수가 이미 1000건을 넘은 데다, 하반기에도 고유가와 환율, 통상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법조계와 산업계에서는 파산 증가가 단순한 기업 퇴출을 넘어 고용과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와 하청기업이 밀집한 제조업·서비스업 분야에서는 한 기업의 파산이 거래망 전체의 연쇄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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