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 뉴스1
한국은 28일열린 K조 경기 결과에 따라 조 3위 팀 순위 경쟁에서 32강 진출 마지노선인 8위 밖으로 밀려났다. 남아 있던 J조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며 탈락이 확정됐다. 이날 K조에서 우즈베키스탄이 콩고민주공화국에 1-3으로 역전패한 것이 결정타였다.
손흥민에게 이번 대회는 단순한 한 번의 월드컵이 아니었다. 1992년생으로 만 33세인 그는 이번이 통산 네 번째 월드컵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마지막 월드컵일 수 있음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손흥민은 대회 전 한 방송에서 "이번 월드컵이 어쩌면 나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후회 없이 최대한 멋진 여정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미국 무대로 이적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도 북중미 월드컵을 최상의 몸 상태로 치르기 위해서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런 간절함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치욕으로 돌아왔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7일(현지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뉴스1
기록 측면에서도 이번 대회는 손흥민에게 각별했다. 월드컵 통산 3골을 기록 중이던 그는 한 골만 더 넣으면 안정환·박지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한국 선수 월드컵 최다 골 기록(3골)을 단독으로 넘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이 32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더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확연한 '에이징 커브' 속에 손흥민은 이번 대회 공격 포인트 '제로'에 그쳤다.
가장 뼈아픈 장면은 마지막 3차전이었다.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에 직행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맞섰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주장이자 A매치 최다 득점자인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손흥민은 0-0으로 맞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지만, 한국은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실점하며 0-1로 무너졌다.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한 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하는 치욕을 맛본 셈이다.
이 결정을 두고 비판이 거셌다. 미국 폭스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프랑스 축구의 전설 티에리 앙리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비겨도 비판받을 수 있는 경기에서 가장 뛰어나고 경험 많은 손흥민을 벤치에 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앙리는 "손흥민을 벤치에 앉힌 건 힘든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유일한 선수를 빼버린 것"이라며 "한국은 체코전 이후 이기기 위한 축구가 아닌 지지 않으려는 축구를 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축구계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홍 감독과 함께 4강 신화를 일군 이천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력이 안 되더라도 정말 열심히 뛰면 팬들은 욕하지 않는다"며 무기력한 경기력을 비판했다. 전 국가대표 이근호 역시 "32강에 올라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올라가느냐도 중요하다"며 "남아공전은 희망을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고 혹평했다.
손흥민의 네 번째 월드컵 여정은 시작은 좋았으나 갈수록 빛이 바랬다. 한국은 12일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출발했다. 그러나 19일 개최국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수비 실수로 0-1로 석패했고, 베이스캠프가 있던 과달라하라를 떠나 몬테레이에서 치른 남아공과의 3차전에서 졸전 끝에 0-1로 무너졌다. 승점 3에 머물며 조 3위로 떨어진 한국은 26일부터 사흘간 다른 조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희망 고문'을 견뎌야 했다.
남아공전 직후만 해도 한국은 3위 간 순위에서 4위로 높은 편이라 진출 가능성이 작지 않았다. 유리한 경우의 수 3개만 실현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사흘에 걸쳐 8개 조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한국에 유리하게 풀린 결과는 27일 스페인이 우루과이를 이긴 것 하나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꺾으면서 한국은 9위로 밀려나 짐을 싸게 됐다.
이로써 한국은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건 통산 아홉 번째다. 홍명보호는 2010년 남아공,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통산 세 번째이자 2회 연속 원정 16강 진출을 노렸으나 좌절됐다. 한국은 J조 결과에 따라 33위 또는 34위로 대회를 마치게 된다. 48개국으로 확대된 첫 대회에서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32개국 체제 기준으로는 본선조차 오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치욕적인 결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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