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을 최종 기각하고 정식 제재 수순에 돌입하면서, 그간 수수료 완화 등을 논의해 온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가 사실상 무산됐다. 그동안 대화기구 내 단체 간 이견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입법을 통한 플랫폼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배달의민족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어 이 또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8일 전원회의를 열고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의 동의의결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안을 내놓으면 공정위가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배민과 쿠팡은 이번 동의의결 인용을 위해 각각 3000억원, 6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제시했지만, 공정위는 배달앱들이 제출한 방안이 개시 요건에 미달하고 실효성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결정의 여파로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했다가 올해 지방선거 이후 재개됐던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도 사실상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4월 27일 예정됐던 2차 회의가 단체 간 이견으로 취소된 후 후속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황에서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기각하면서 대화의 동력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배달앱 회사들이 동의의결 인용을 전제로 대화기구에 참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던 터였다.
자율적 대화가 수포로 돌아가자 공은 정치권의 규제 입법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배달앱 측에서 더 이상 대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제는 강제력을 가진 입법 외에는 대안이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독과점 플랫폼의 갑질을 막고 배달 수수료 상한제 등을 도입하기 위한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 있다.
하지만 실제 입법이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또한 배달의민족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근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우아한형제들 매각 절차에 착수한 것도 변수 중 하나다.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의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법안 처리 또한 상당 시간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더 큰 난제는 설령 사회적 대화기구가 다시 가동되더라도 자영업 단체 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 대화만으로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대화기구는 출범 이후 핵심 쟁점마다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이번 동의의결 기각을 둘러싸고도 참여 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기구 참여 단체 가운데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님 모임(공플협)’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배달앱 입점업체 중심 단체들은 플랫폼이 제시한 상생안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면죄부에 불과하다며 기각 결정을 환영했다. 이들은 상생안과 같은 단기 지원보다 배달앱 수수료 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 5개 단체는 당장 현장에 돌아갈 대규모 지원책이 무산됐다며 오히려 공정위 판단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 입법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우선 동의의결을 통해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을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었다는 논리다.
결국 동의의결 무산으로 자율적 대화도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배달앱 수수료 문제는 입법과 제재 절차에 해법을 맡기게 됐다. 하지만 정치권의 입법 논의와 배민 매각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갈등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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