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47명 숨진 제주 바다…연안사고 사망자 구명조끼 착용률 '6.4%' 불과
역파도·해파리·상어 출몰까지…도·해경·소방 안전 관리 총력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지역 12개 지정 해수욕장이 모두 개장한 가운데 안전사고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해수욕장 개장 전인 지난 주말에만 제주 바다에서 10대와 60대 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두고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항·포구 물놀이가 금지되는 것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른바 '마지막 포구 다이빙' 열풍까지 번지면서 해수욕장과 항·포구, 해안가 등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올여름이 마지막?"…SNS 타고 번지는 포구 다이빙
"항·포구 물놀이 금지 국회 통과…올여름이 마지막!"
최근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SNS에는 이 같은 문구와 함께 제주 유명 항·포구에서 다이빙하거나 스노클링을 즐기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조회 수가 수만 회를 기록한 영상도 적지 않으며, 일부 게시물은 물때 시간까지 안내하며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는 국회가 어촌·어항법을 개정해 내년 4월부터 항·포구에서 수영과 다이빙, 스노클링 등 물놀이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최대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 시행을 앞두고 오히려 올해 '마지막 포구 물놀이'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안전사고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5년간 여름철(6∼9월) 제주에서 발생한 연안사고는 모두 260건으로, 404명이 구조되거나 피해를 입었으며 47명이 목숨을 잃었다.
장소별로는 해안가 67건, 항·포구 52건, 갯바위 36건, 해수욕장 17건, 테트라포드 11건, 방파제 11건 등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항·포구가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해안가 12명, 갯바위 5명, 테트라포드 4명, 해수욕장 3명 순이었다.
연안사고 사망자 세 명 중 한 명 가량이 항·포구에서 발생한 셈이다.
사고 유형도 대부분 익수사고였다.
최근 5년간 익수사고는 179건으로 전체 사고(260건)의 68.8%를 차지했고 사망자도 44명으로 전체 인명피해의 93.6%에 달했다.
특히 수영과 스노클링, 다이빙 중에 발생한 수상형 익수사고는 90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망자도 27명에 이르렀다.
구명조끼 착용률도 낮았다.
여름철 연안사고 피해자 404명 가운데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람은 103명(25%)에 불과했고, 사망자 47명 중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람은 단 3명(6.4%)뿐이었다.
항·포구 다이빙은 사망사고뿐 아니라 평생 장애를 남길 수 있는 중증 외상으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제주한라병원 연구팀 조사 결과 최근 9년간 경추 외상 환자 353명 중 34명(9.6%)이 수심 1.5m 이하 얕은 물에서 다이빙을 하다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대부분은 7∼8월 발생했고 평균 연령은 30.6세, 남성이 97.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제로 2024년 6월 제주시 한림읍 월령포구에서는 50대 남성이 다이빙하다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사지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고, 같은 해 7월에는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갯바위에서 술을 마신 20대가 수심 1m에 불과한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숨졌다.
전문가들은 상당수 다이빙 사고가 수심과 물때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뛰어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SNS에 올릴 영상을 촬영하거나 이른바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안전장비 없이 바다에 뛰어들거나, 술을 마시고 다이빙하는 위험한 행동도 적지 않다.
◇ 역파도에 해파리·상어까지…해수욕장도 안심 못한다
지난 24일부터 도내 12개 지정 해수욕장이 모두 개장했지만 해수욕장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5일 서귀포시 중문색달해수욕장 인근 해상에서 수영하던 칠레 국적의 20대 남성이 파도에 떠내려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변 서핑객들이 구조해 목숨을 건졌지만, 전문가들은 이안류에 의한 사고로 보고 있다.
이안류(離岸流)는 해안으로 밀려온 바닷물이 좁은 물길을 따라 다시 먼바다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현상이다. 일명 '역파도'로도 불리며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순식간에 먼바다로 떠밀릴 수 있다.
이안류는 해마다 반복되는 위협이다.
2024년 8월 표선해수욕장 인근 소금막해변에서는 스노클링하던 관광객 6명이 이안류에 휩쓸려 1명이 숨졌고, 2023년 6월에는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20대 관광객 1명이 이안류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중문색달해수욕장은 제주에서 이안류 위험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기상청은 중문색달해수욕장 등 전국 8개 해수욕장에 대해 '이안류 예측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위험도를 관심·주의·경계·위험 4단계로 안내하고 있다.
해파리 쏘임 사고도 해수욕장 개장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협재해수욕장에서는 폴란드 국적의 10대 관광객 2명이 물놀이 중 해파리에 쏘여 병원으로 이송됐고, 전날에도 9살 어린이가 해파리에 쏘여 치료받았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해파리 쏘임 사고로 인한 구급출동은 2021년 32건, 2022년 15건, 2023년 24건, 2024년 11건, 2025년 19건이었으며 올해도 지난 24일 현재까지 3건 발생했다.
상어 출몰도 꾸준하다.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에 상어가 나타나 대피 소동이 일어나는 등 상어 출몰 건수는 2019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4건, 2024년 7건, 2025년 3건 등 7년간 16건에 달했다.
제주도와 해경, 소방도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제주도는 12개 지정 해수욕장에 민간안전요원 276명과 119시민수상구조대를 배치해 '3무(無) 해수욕장' 운영에 나섰다. 해경은 최근 관계기관 합동 협의회를 열어 항·포구 다이빙 사고와 비지정 해변 스노클링 사고 예방 대책을 논의했고, 중문색달해수욕장 이안류 대응 훈련과 판포포구 드론 인명구조 훈련도 실시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도 지난 25일 여름철 수난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물놀이 관리지역 53곳 예방순찰과 사고위험지역 안전관리, 12개 지정 해수욕장 119시민수상구조대 운영 등 여름철 대응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이안류에 휩쓸렸을 때는 해류를 거슬러 가지 말고 45도 방향으로 헤엄쳐 빠져나와야 한다"며 "수영이 어렵다면 부유물을 붙잡거나 수면에 누워 체력을 보존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항·포구와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기 전에는 물때와 수심을 반드시 확인하고 어린이는 보호자와 함께 입수해야 한다"며 "구명조끼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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