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주류사 속사정…선양 '캔 소맥'의 실험[이 집! 지금, 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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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주류사 속사정…선양 '캔 소맥'의 실험[이 집! 지금, 이 맛]

이데일리 2026-06-28 08:0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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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소맥(소주+맥주) 한 잔 말아주세요.”

고깃집이나 회식 자리에서 자주 오가는 주문이다. 소주와 맥주를 황금비율로 섞고 숟가락으로 잔을 두드려 거품을 만드는 모습은 한국 술자리의 상징적 풍경처럼 자리 잡았다. 그런 ‘소맥’이 처음으로 캔 하나에 담겼다. 소주와 맥주를 따로 사서 섞을 필요도, 황금비율을 고민할 필요도 없이 마침내 캔 하나에 완제품 형태로 담겨 나왔다.

선양소주가 번거롭게 섞을 필요 없이 단 한 캔으로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소맥’을 즐길 수 있는 ‘선양 오크소맥’을 최근 내놨다.
선양소주가 번거롭게 섞을 필요 없이 단 한 캔으로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소맥’을 즐길 수 있는 ‘선양 오크소맥’을 최근 내놨다.


충청권 주류업체 선양소주는 최근 수제맥주 브랜드 세븐브로이와 손잡고 ‘선양 오크소맥’을 출시했다. 선양 오크 소주와 세븐브로이 라거를 조합한 500㎖ 용량의 완제품이다. 알코올 도수는 소맥의 정석이라 불리는 5.7도다. 편의점 4사에서 일제히 판매를 시작한 이 제품은 소맥 특유의 가슴 뚫리는 청량감에 은은한 오크 향을 입혀 벌써부터 홈술족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사실 ‘캔 소맥’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국 술자리의 대표 조합이었지만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대형 주류사들은 완제품 형태의 소맥 출시에 좀처럼 나서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형사들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와 ‘수익 구조’ 때문이다. 대형사 입장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따로 파는 것이 훨씬 유리해서다. 소맥은 소주와 맥주 두 제품을 함께 소비하는 대표적인 음용 방식이다. 완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면 소비자가 소주와 맥주를 각각 구매할 이유가 줄어 기존 매출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대형사들이 셈법에 주저하는 사이, 체급이 가벼운 지역 주류업체인 선양소주가 과감하게 먼저 깃발을 꽂았다. 여기에는 선양소주를 이끄는 조웅래 회장 특유의 ‘역발상 DNA’와 뚝심이 고스란히 묻어있다는 평이다.

조웅래 회장은 그동안 대형 주류사들이 시도하지 않는 파격적인 실험을 지속해 온 대표적인 경영자다. 지난 4월에는 동네슈퍼 전용으로 공급하는 ‘착한소주 990’(1병 990원)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캔 소맥’ 역시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한 조 회장의 과감한 틈새 공략 전략 중 하나다.

조 회장은 자사의 ‘선양 오크 소주’ 원액을 제공하고, 세븐브로이는 이에 걸맞은 깔끔한 라거 맥주를 조합해 대형사들이 채우지 못한 블루오션을 선점했다. 최근 글로벌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은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는 주류) 열풍에 ‘K-소맥’이라는 가장 한국적인 아이템을 접목한 셈이다.

지난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 앞서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이 승리기원 시구를 하고 있다. (주)선양소주는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새롭게 출시한 '선양 오크소맥'을 한화이글스 응원주로 지정해 시음 및 이벤트를 진행했다. (사진=뉴스1).
지난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 앞서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이 승리기원 시구를 하고 있다. (주)선양소주는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새롭게 출시한 '선양 오크소맥'을 한화이글스 응원주로 지정해 시음 및 이벤트를 진행했다. (사진=뉴스1).


‘선양 오크소맥’이 조준하는 타깃은 명확하다. 식당이나 유흥 상권이 아닌 홈술·캠핑·스포츠 관람 등 야외와 편의점 중심의 소비 환경이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거나 야외 캠핑을 갈 때 소주와 맥주를 각각 따로 사서 들고 가기엔 부피와 금액 모두 부담스럽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숟가락으로 맥주잔을 쳐가며 소맥을 ‘말아 마시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이 제품은 언제 어디서나 캔 뚜껑만 따면 균일한 맛의 황금비율 소맥을 곧바로 즐길 수 있다는 직관적인 편리함을 선사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품이 국내 RTD 시장의 새로운 실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대형 주류사들이 기존의 메인 시장을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는 동안, 지역 주류사와 수제맥주사의 연합군이 캔 소맥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편의점 채널을 중심으로 번거로움을 싫어하고 이색적인 맛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다만 ‘직접 말아 마시는 소맥’ 특유의 문화적 경험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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