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전·충남 속도 관측…2028년 총선? 2030년 지선? 시간표 유동적
단체장 정당 다른 부울경, '메가시티 vs 행정통합' 이견…"행정 경계 넘어야 지역발전"
(전국종합=연합뉴스) 내달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으로 수년 전부터 추진해 온 정치권의 광역단체 간 통합 모델이 마침내 현실화하면서 행정통합이 민선 9기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통합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대구·경북, 대전·충남을 비롯해 '메가시티' 구상을 내놓은 부산·울산·경남 등 다른 광역단체들도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통합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다만 광역단체장 소속 정당에 따라 통합 방식에 이견이 있는 데다, 시간표를 놓고서도 오는 2028년 총선을 목표로 할지 아니면 2030년 지방선거를 데드라인으로 잡을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여서 구체적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 '메가시티' 구상 6년 만에…광주·전남 행정통합 첫 결실
행정통합 논의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 기형적인 인구 구조를 해소하고 지역소멸을 막을 해법으로 거대도시인 '메가시티'가 떠올랐다.
부산과 울산, 경남은 지역 간 단순한 협력 수준을 넘어 행정·경제적 통합을 실현하겠다며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을 추진해 왔으나,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시도지사 모두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뀌자 메가시티는 2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024년 5월부터 행정통합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하고 추진해왔지만, 통합 청사 위치와 시군 기능·권한 부분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5월 시장직을 중도 사퇴하면서 통합 논의가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과 충남에서 국민의힘 소속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 같은 당 소속인 양 시·도 의장까지 나서 2024년 11월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의 "모범적으로 대전과 충남을 통합해보면 어떨까"라는 발언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지만, 양 시도지사는 정부와 여당발 통합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법안 통과를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격화하면서 지난 3월 입법 마지막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무산됐다.
함께 상정됐던 대구·경북 통합법안도 처리되지 못했다.
결국 지난 3월 1일 전남과 광주 지역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광주·전남만 홀로 통합시로 출범하게 됐다.
◇ 대구·경북, 대전·충남 통합 재시동…로드맵은 '이견'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통합에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대구·경북이다.
3선의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 모두 2028년 총선에서 행정통합을 이뤄 대구경북통합특별시를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철우 지사는 초대 대구경북통합특별시장만 2년 임기로 선출하고 기초·광역의원은 2030년까지 임기를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 당선인도 후보 시절 2028년 총선에서 행정통합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전과 충남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당선된 대전시와 충남도 역시 행정통합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통합 시기를 놓고는 입장이 엇갈린다.
박수현 충남지사 당선인은 2028년 총선에서 대전충남통합시장을 뽑는다는 로드맵을 내놨지만,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은 충청권 시도지사와 만나 통합 방식과 시기에 대해 논의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주민투표를 거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4년 뒤 지방선거에서 통합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현실적으로 다음 지방선거까지는 통합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행정통합 추진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수현 당선인은 지난 1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현실적인 속도 조절론일 뿐, 행정통합의 의지와 방향에 변경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께서 염려하시는 부분까지 대안을 만들어 중앙정부를 설득하고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 단체장 소속 정당 따라 통합 양상도 변화…강원·전북 소외론도
부산·울산·경남 행정통합의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단체장의 소속 정당에 따라 통합 추진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당초 부·울·경 행정통합 논의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울산시는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인 체제를 맞아 정책을 급선회할 전망이다.
김 당선인은 출범 즉시 '부울경 초광역 협의체'를 구성해 그동안 부산과 경남 중심으로 진행됐던 행정통합 논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예고했다.
행정통합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행정구역을 그대로 두면서 광역 공동사무를 처리하는 '부·울·경 메가시티'를 복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부산과 울산은 민주당, 경남은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동남권 통합 추진 방식이 혼란에 빠졌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낙선한 박형준 부산시장과 함께 그동안 '옥상옥 행정체계'라고 비판해 온 메가시티 방식이 아닌 2028년 총선까지 통합자치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행정통합을 추진하기로 하고 실행까지 동의해왔던 만큼,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대전·충남과 함께 초광역 생활경제권 형태인 충청광역연합을 꾸려 운영해왔던 충북도 역시 행정구역 통합에는 난색을 보인다.
통합에 집중하기보다 중부내륙특별법 등 기존 지역지원법안을 개정해 충북을 강소특별도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강원과 전북에서는 정부가 5극(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발전 전략만 강조하면서, '3특' 지역을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을 위해서는 행정구역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현재의 행정구역으로 지역 발전이 어렵다는 것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계속 지적돼 온 얘기"라면서 "수도권은 인천, 경기지역과 교통망 등을 통해 하나의 거대 생활권으로 기능하고 있는데, 대전만 해도 에너지 자급률은 1%도 안 되고 수자원, 전기 인프라 모두 스스로 충당할 수 없는 구조에서 어떻게 글로벌 산업 성장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행정구역 경계가 지역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장애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며 "가령 인공지능(AI) 등 주요 산업을 보면 데이터 센터와 전력 생산 시설은 같은 지역 안에 있어야 하고, 공장을 지을 때는 인력 자원과 교통 등 인프라가 함께 있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허광무 전창해 이승형 이정훈 김선호 천정인 이재현 최찬흥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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