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억만장자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이 비트코인의 미래를 두고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올 들어 가격이 30% 급락해 202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미국 CNBC 방송은 26일(현지시간) 그랜섬이 경제 시사 프로그램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쓸모없고 투기적인 자산”이라고 단언하며 “앞으로 수년, 수십 년이 흐르면서 비트코인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랜섬은 영국 시인 T.S. 엘리엇의 시 ‘더 할로우 맨(The Hollow Men)’을 인용해 비트코인의 소멸 과정을 묘사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한순간에 ‘펑’ 하고 터지는 것이 아니라, 나지막한 신음소리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해, 거품 붕괴가 급격한 폭락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친 가치 소멸의 형태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비트코인이 실물 경제에서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랜섬은 “비트코인은 경제가 견조한 상황에서도 별다른 이유 없이 가치가 반토막 난다”며 “사람들은 비트코인으로 저녁 식사를 사거나 슈퍼마켓에서 결제하는 등 진정한 거래를 하지도 않는다. 그저 사기꾼들이 자금 세탁을 하는 데 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랜섬은 보스턴 소재 자산운용사 GMO의 공동창업자로,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전에 경고해 금융시장에서 ‘거품 헌터’로 불리며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그런 만큼 그의 가상화폐 관련 비관론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이번 발언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5만9천200달러(약 9천만 원)를 밑돌고 있다. 이는 올해 들어서만 30% 떨어진 수준으로,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천달러와 비교하면 53%나 급락한 것이다.
비트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거래 규모가 큰 이더리움도 올 들어 48% 하락해 투자심리 위축을 반영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걸친 조정 속에서, 과거 대형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그랜섬의 경고가 향후 디지털 자산에 대한 평가와 규제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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