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등기 걸린 상속부동산, 한정승인해도 가등기권자 몫[판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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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등기 걸린 상속부동산, 한정승인해도 가등기권자 몫[판례방]

이데일리 2026-06-27 12:3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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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상속재산이라곤 땅 두 필지뿐인데, 피상속인이 남긴 빚은 그보다 많았다. 상속인들은 한정승인을 했다. 물려받은 재산의 한도에서만 빚을 갚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땅에는 피상속인 생전에 마쳐진 가등기가 있었고, 가등기권자는 상속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한정승인 뒤 상속인들은 그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넘겼고, 땅은 가등기권자 한 사람에게 돌아갔다. 그러자 7,000만 원을 빌려줬던 채권자가 따졌다. 한정승인을 했으면 상속재산을 채권자들에게 채권액 비율대로 나눠 갚아야지, 어째서 한 사람에게 부동산을 통째로 넘겼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부당변제인가?

(사진=나노바나나)
(사진=나노바나나)


대법원은 부당변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가등기권자는 순위보전의 효력에 따라 그 부동산을 우선해 가져갈 지위에 이미 있었으므로, 그에게 본등기를 이행해도 안분변제 의무를 어긴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망인은 서울 동작구의 잡종지 두 필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2008년 망인의 자녀 한 명이 이 부동산에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마쳤다. 망인과 매매예약을 맺고 그 완결일을 정해 둔 것이다. 2014년 망인이 사망하고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자, 상속인들은 한정승인 신고를 했고 법원이 이를 수리했다. 한편 망인에게 7,000만 원을 빌려준 채권자는 상속인들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의 소를 내,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에서 지급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 뒤 2018년 가등기권자인 자녀는 나머지 상속인들로부터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넘겨받았고, 대여금 채권을 양수한 원고가 이 본등기 이행을 부당변제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정승인자는 청산절차를 밟아야 한다. 채권신고 기간이 지나면 상속재산으로 신고한 채권자와 자신이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각 채권액의 비율로 변제해야 한다(민법 제1034조 제1항). 이를 위반해 어느 채권자에게 변제함으로써 다른 채권자가 변제받지 못하게 되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제1038조 제1항). 원고의 주장은 이 조문에 기댄 것이었다. 부동산을 가등기권자 한 사람에게 몰아준 것은 안분변제 의무를 어긴 부당변제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갖춘 사람은 언제든 본등기청구권을 행사해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고, 본등기를 하면 그 순위가 가등기를 한 때로 보전된다(부동산등기법 제91조). 가등기권자는 그 부동산에 관해 다른 채권자보다 앞서는 지위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므로 한정승인자가 안분변제를 하지 않고 가등기권자에게 본등기의무를 이행했더라도, 이를 민법 제1034조 제1항 본문을 위반한 부당변제로 볼 수 없다. 이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가등기권자가 같은 항 단서의 우선권 있는 채권자에 해당하는지는 따질 필요도 없었다.

안분변제의 대상과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권은 성질이 다르다. 안분변제는 금전채권인 상속채권을 상속재산 전체에서 비율로 만족시키는 절차다. 반면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권은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을 구하는 권리이고, 순위보전의 효력까지 갖는다. 금전으로 환산해 다른 상속채권과 같은 줄에 세울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 법리는 가등기가 유효함을 전제로 한다. 책임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가등기라면 결론은 달라진다.

이 판결은 한정승인 청산에서 안분변제 의무가 미치는 범위를 분명히 했다.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재산은 상속채권자들이 비율대로 나눠 갖는 책임재산이 된다. 그러나 그 재산에 순위보전 가등기가 먼저 설정돼 있다면, 그 부분은 안분변제의 대상에서 빠진다.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가 새겨야 할 대목도 있다. 채무자의 부동산에 선순위 가등기가 있다면, 채무자가 사망해 한정승인이 이뤄지더라도 그 부동산에서 배당받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등기사항증명서에 먼저 기재된 가등기 하나가 한정승인 국면의 배당 결과까지 좌우한다. 여신 심사에서 등기를 확인하라는 원칙은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정승인 청산에서 상속재산은 채권자들이 채권액 비율로 나눈다. 그러나 순위보전 가등기가 걸린 부동산은 그 비율 계산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등기권자의 우선적 지위는 피상속인이 살아 있을 때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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