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화물선 공격과 관련해 이란이 휴전을 "어리석게 위반했다"고 비난한 이후, 미군이 이란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지난 25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에버 러블리호)이 일방 공격용 드론의 공격을 받았지만,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해당 지역에 묶여 있던 수천 명의 선원을 대피시키기 위한 계획이 추진됐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26일, 미사일 및 드론 저장 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고 밝혔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해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지 9일 만에 다시 무력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공습 발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보복할 것인지 묻는 말에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군의 상업용 선박에 대한 부당한 공격은 휴전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이번 공습을 드론 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의 위험한 행동은 점점 더 많은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국제 무역 통로에서 항행의 자유를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중부사령부는 미군이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 선박에 대해 안전한 항행 조정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공격이 단발성인지, 혹은 더 크고 지속적인 대응의 일환인지는 불분명하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조약을 위반한 미국 정권이 언제나 그렇듯 약속을 어기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허가받지 않은 항로를 이용한 선박을 구실로 이란이슬람공화국 해안에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공격이 반복될 경우 우리의 대응은 이번보다 더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을 지칭하는 "시온주의 정권"이 레바논에서 휴전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27일 워싱턴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평화 계획을 위한 기본 합의에 서명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기존 휴전에도 최근 레바논 남부에서는 이스라엘군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간 제한적인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테헤란은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시작된 이후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했고, 석유와 가스의 핵심 수로의 폐쇄는 세계 유가 급등을 초래하고 비료 등 다른 주요 원자재 수송도 차질을 빚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7일, 14개 조항으로 된 양해각서에 따라 적대 행위를 종료하기로 합의했으며, 이 합의에는 이란이 "60일 동안 상업 선박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어떠한 요금도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미국의 보복 공습 이후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엑스(X·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양해각서 적용 방식에 이견이 있다면 전화를 하면 된다"며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응할 것"이라 덧붙였다.
반면 이란 의회 국가안보 위원장 에브라힘 아지지는 소셜미디어에서 미국이 "다시 한번 협상 도중 이란을 공격했다"며 "이처럼 (미국의) 무모한 휴전 위반은 언제나 그렇듯 그들 스스로의 후퇴와 후회를 안겨줄 뿐, 책임 전가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드론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혹은 휴전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지 등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곧 알게 될 것"이라며 "그들이 어제 공격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란이 왜 이런 작전을 수행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들은 조금 다르다"고만 답했다.
최근 며칠간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미국 관리들은 이란과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어떤 제안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미국에 "통행료도, 보험비도, 그밖에 어떠한 비용도 요구하거나 받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면 협상은 즉시 종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보도를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통행료 제도가 국제해양법에 어긋난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23일 이란과 오만 당국은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향후 항행 관리"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가졌으며,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양국이 "통행료 없는 안전한 항행"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이란 수석 협상대표는 국영 매체에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가 전쟁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26일 발사체에 맞은 싱각포르 화물선은 오만 다히트항에서 남동쪽으로 7.5해리 떨어진 지점에서 공격을 받았다.
선박 소유주 에버그린에 따르면 에버 러블리는 피격 당시 UKMTO가 권고한 항로를 따라 항행 중이었다.
에버그린은 "모든 승무원은 물론 선박과 화물도 모두 안전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응해 유엔 국제해사기구(IMO)는 전쟁 발발 이후 핵심 해상 교통로에 발이 묶인 1만1000명 이상의 선원을 대피시키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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