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는 '생존의 문제'…비만·여드름도 건보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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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생존의 문제'…비만·여드름도 건보 적용할 수 있다

프레시안 2026-06-27 10:00:00 신고

3줄요약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해볼 것을 지시한 후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논란이 큰 사안인 만큼 국민 토론회까지 개최한다고 한다. 논란이 되는 사안인 만큼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려는 노력은 바람직하다.

이해 안 되는 탈모 급여 반대 주장

탈모 건보 적용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은 대체로 비판적인 것으로 보인다. 의료 공급자를 대표하는 의사협회도, 중증환자를 대변하는 환자단체도 비판적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중증 질환, 고액 진료, 필수의료에 우선 사용해야 하고, 단순히 삶의 질을 개선하는 질병을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탈모 건보 적용을 반대하는 논리는 매우 깔끔하고 정교하다. 하지만 그 논리 뒤에는 각자 자신들만의 이해관계가 보인다. 비급여의 급여화로 수익이 줄어들 의료 공급자의 입장이야 뻔할 것이며, 중증 질환만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논리도 자기중심적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건강보험 보장의 우선 순위 주장은 매번 다양한 보장 강화 요구를 회피하려는 근거가 된 적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 때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고 주장할 때도 그에 반대하는 입장이 들이댄 논리였고, 한방의 보장 강화나 치과임플란트 보장 강화에서도 등장한 논리였다. 중증 질환의 보장을 반드시 우선해야 한다는 신념으로만 보기 어렵다.

우리가 보장성 강화 우선 순위라는 논리에만 집착한다면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요구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정책도 추진하기 어렵다. 우선 순위 논리가 현실에서 건강보험 보장 확대의 반대 논리로 활용되거나 자기 이익을 감추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 중증 질환은 중증 질환대로, 경증 질환은 경증 질환대로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고, 그렇게 보장하면 된다. 이미 탈모에 비해 더 경증이라 할 수 있는 단순 감기도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있지 않은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별표2]을 보면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대상을 나열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단순 피로, 탈모, 비만, 여드름, 금연진료, 건강검진, 치아교정, 미용성형수술, 예방접종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들 역시도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어 가는 추세에 있다. 금연은 금연사업의 일환으로 금연진료 시 건강보험 적용을 해주고 있으며, 건강검진도 국가가 추진하는 일반검진과 암 검진이 건강보험 적용되고 있다. 치아 임플란드도 지원되고 있으며, 필수 예방접종도 국가가 지원해주고 있다.

탈모라고 해서 건강보험 적용을 미룰 이유가 없다. 비슷한 비만, 여드름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여기에도 건강보험 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비만 관리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식단 관리와 생활습관 교정, 약물요법 등의 표준 진료지침까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비보험 시장에 묶여 있는 터라, 충분히 검증되지도 않은 온갖 살 빼는 방법들이 난무하고 있고 효과도 없는 건강보조식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보장성 강화 우선 순위 시간 순서로 이해해선 안 돼

탈모는 분명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은 아니다. 백지 상태에서 건강보험의 우선 순위를 정한다면,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건강 문제에서 뒤로 밀린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 중증 질환의 보장은 그동안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건강보험 보장은 60% 초반대에 불과하지만, 중증 질환의 보장률은 80% 수준에 이른다. 지금은 중증 질환의 보장도 더 높여야 하고 신의료기술에 대한 급여도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탈모, 비만과 같이 사회적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동시에 건보 적용을 논의해야 한다.

탈모는 면접, 취업, 결혼 등 사회진출의 모든 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젊은 세대에게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표현대로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의학적으로 탈모가 건강에 아무런 영향도 없다지만 현실에서는 사회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어렵게 하는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탈모를 가진 젊은 세대에게는 정신적인 큰 스트레스가 된다. 다른 어떤 건강 문제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우선 순위라는 잣대만으로 탈모의 건강보험 적용 문제를 쉽게 재단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중증 질환이든 아니든 사회적으로 새롭게 분출하고 있는 목소리에 대해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 중증 질환은 중증 질환대로, 경증 질환은 경증 질환대로 건강보험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논의해야 한다.

우선 순위에 대한 이해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 보장의 우선 순위를 시간적 선후 문제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중증 질환 보장을 우선 해결한 후에라야, 다른 질환의 보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논리는 넌센스다. 우선 순위의 문제를 시간적 우선 순위가 아닌 보장의 정도 차이의 순서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증 질환은 당연히 경증 질환보다 더 보장률이 높아야 한다. 중증 질환도 70%고 경증 질환도 70%라면 보장이 같지만 의료비 부담은 중증 질환이 훨씬 크다. 그래서 중증 질환일수록 보장률은 높아야 한다. 반면 경증 질환은 중증 질환에 비해서 보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된다. 우선 순위가 높은 중증 질환의 보장률이 더 높아야 하고, 우선 순위가 낮은 중증 질환의 보장률은 좀 더 낮아도 된다. 우선 순위에 따라 보장률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일례로, 건강보험 보장의 우선 순위가 낮은 감기질환의 약값은 환자가 90% 이상 대부분을 부담해도 된다고 본다.

탈모 급여화, 다양한 방법이 존재

탈모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다 보니, 탈모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상당하다. 탈모 환자의 의료비는 월 5만원 정도라고 하는데, 탈모 치료비가 비싼 이유는 비급여 때문이다. 탈모 치료제를 처방받기 위한 의사 진료비도 비급여이고, 약도 비급여이고 약국 조제료도 비급여이다. 사실 남성형 탈모의 치료제는 별 거 없다. 이미 특허 풀린 지 십수년이 넘은 약으로 한 알에 600~700원 수준이다. 비쌀 이유가 전혀 없다. 오직 비급여이기 때문에 비쌀 뿐이다.

이렇게 비급여이다 보니 시장에서는 다양한 불법과 편법이 동원된다. 탈모 치료제가 전립선비대증 약과 같은 성분이므로, 탈모 환자를 전립선비대증 환자로 둔갑시켜 급여 처방을 한다든지, 전립선 약을 비급여 처방해서 4등분으로 쪼개서 복용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자식을 위해 부모가 전립선 약을 대신 처방받아 가는 경우도 있다. 보험 적용하면 3개월치를 처방받으면 3만 원인 것을 비급여로 15만 원씩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탈모 급여화의 반대 논리로 건보 재정 부담을 언급하기도 한다. 탈모치료제에 건강보험 적용을 하면 연간 1800억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부담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건보 재정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탈모치료 약값을 선별급여로 처리하면 된다. 선별급여란 가격은 공단이 통제하되, 약값 부담에 환자 부담을 50~80%로 높이는 것이다. 1800억 원은 본인 부담 30%일 때를 말하므로, 50%로 높이면 건보 부담은 13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고 환자 부담을 80%로 높이면 건보 부담은 500억수준으로 감소한다. 환자부담률을 높이더라도 급여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

건강보험 급여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최근 도수치료도 관리급여로 전환됨에 따라 30분에 비급여로 10만원이던 가격이 4만 원 초반대로 줄었다. 관리급여는 환자본인 부담률이 95%이긴 해도, 가격이 규제되므로 실제 환자 부담과 사회적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만일 필자에게 탈모 건보 적용에 대해 비판할 게 없냐고 묻는다면, 나의 유일한 비판은 왜 탈모만 건보 적용을 검토하느냐라고 대답할 것이다. 탈모 외 여드름, 비만, 예방접종 등은 왜 검토하지 않느냐, 왜 국민 토론회를 열지 않느냐를 비판할 것이다. 그리고 환자 부담을 높이는 모든 비급여를 왜 건강보험 적용하지 않느냐를 비판할 것이다. 건강보험이 근본적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해결할 수 있도록 보장성 강화 전략 자체를 왜 이 정부에서는 논의가 없는지를 비판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 놓고, 국민 토론회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 이재명 대통령 대선후보 당시 탈모공약 유튜브 홍보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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