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SM엔터테인먼트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ESG 경영 성과를 집대성한 다섯 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기후 대응 전략부터 거버넌스 체계까지 전반을 재정비한 이번 보고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ESG가 선언 단계를 넘어 실행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보고서는 2025년 한 해 동안의 ESG 활동을 총망라한 결과물이다. 특히 30주년을 기점으로 ESG를 기업 운영의 중심축으로 재배치하려는 전략적 방향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단기 성과를 나열하기보다 중장기 프레임워크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M은 ‘지속가능한 문화산업의 글로벌 선구자’라는 비전 아래 환경(Sustainable Planet), 사회(Sustainable Society), 기업(Sustainable Company)의 3대 축을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넷제로 추진, 이해관계자 동반성장, 이사회 고도화 등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기후 대응 전략의 고도화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을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는 사업 구조 전반에 기후 리스크를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공연, 콘텐츠 제작, 유통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했다. 글로벌 투어 확대에 따른 탄소 배출 증가를 주요 리스크로 포함한 점도 눈에 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성을 반영한 현실적인 접근이다.
환경 부문에서는 ‘광야숲’ 프로젝트 3기 조성이 핵심 성과로 제시됐다. 팬 참여형 구조를 기반으로 한 이 프로젝트는 콘텐츠와 환경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기업 주도의 일회성 캠페인에서 벗어나 참여 기반 모델로 확장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회 영역에서는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이 전략 전면에 반영됐다. SM은 ‘책임감 있는 콘텐츠’를 최우선 이슈로 설정하고, 콘텐츠의 사회적 영향력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폭력, 차별, 선정성 요소에 대한 내부 기준을 강화하고 공익 콘텐츠 제작을 확대했다. 콘텐츠 품질 관리에서 한 단계 나아가 사회적 파급력까지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셈이다.
인권경영 체계도 한층 강화됐다. 아티스트, 연습생, 임직원, 협력사를 아우르는 전사적 보호 체계를 구축하고 교육 및 고충 처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Artist Welfare Unit’ 신설은 아티스트 권익 보호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회공헌 활동 역시 구조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의 협약 10주년을 맞아 동남아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음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업 핵심 역량을 사회적 가치 창출로 연결했다. 이는 기부 중심 활동을 넘어선 모델로 평가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투명성과 책임성이 동시에 강화됐다. SM은 이사회 평가 결과를 공개하며 내부 견제 기능을 제도화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로, 투자자 신뢰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또한 사외이사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고 ESG 관련 안건을 주요 의제로 상정하는 등 이사회 역할을 실질적으로 확대했다. 이는 거버넌스가 형식이 아닌 운영 체계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리경영과 정보보안 역시 핵심 관리 영역으로 설정됐다. 전 직원 대상 준법 교육과 보안 훈련을 통해 리스크 대응 역량을 높이고, 조직 전반의 관리 수준을 끌어올렸다.
보고서에서 주목할 또 다른 변화는 ‘이중 중대성 평가’ 도입이다. 기업 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ESG 이슈가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분석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접근이다.
이를 통해 SM은 책임감 있는 콘텐츠, 인권, 윤리, 정보보안, 기후 대응, 친환경 제품 등 6대 핵심 이슈를 도출했다. ESG를 리스크 관리 체계로 인식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성격이 뚜렷하다.
사업 전략과 ESG의 연계도 강화됐다. ‘SM 3.0’ 전략을 통해 멀티 레이블 체계, IP 사업 확대,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ESG는 기반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글로벌 팬덤 확대는 데이터 보호와 콘텐츠 책임성, 문화 다양성 존중과 같은 이슈와 직결된다. 시장 확장과 동시에 관리 기준 역시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구조다.
IP 기반 2차 사업 확장 역시 지속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친환경 소재 적용과 자원 순환 체계 구축이 병행되고 있다. 수익 모델과 환경 관리가 동시에 고려되는 구조다.
AI와 데이터 전략 또한 ESG와 연결된다. 글로벌 팬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은 시장 대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언어 장벽을 낮추는 기술 도입은 접근성 확대라는 사회적 가치로 이어진다.
이러한 변화는 SM이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문화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과 맞물린다. 콘텐츠 제작을 넘어 유통, 데이터, 플랫폼을 아우르는 구조 속에서 ESG가 핵심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IP와 팬덤을 기반으로 ESG를 확장하는 구조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환경 캠페인을 콘텐츠와 결합하거나 팬 참여형 프로젝트로 확대하는 방식은 메시지 확산과 참여도를 동시에 높인다. 이 같은 구조는 브랜드 가치와 팬 충성도 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ESG 활동이 콘텐츠 경험과 결합되며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글로벌 사업 확대에 따른 탄소 배출 관리, 아티스트 중심 산업 구조에서의 노동·인권 이슈, 지배구조 안정성 확보 등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영역이다.
이번 보고서는 ESG 공시의 형식에서 벗어나 전략 중심 보고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기후 시나리오 분석과 탄소중립 로드맵은 글로벌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서도 ESG 경쟁은 점차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와 플랫폼 협업 과정에서 ESG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업 간 대응 전략 차별화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SM은 30주년을 계기로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영 키워드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이미지 관리 차원을 넘어 사업 구조 전반을 재편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향후 관건은 실행력이다. 보고서에 담긴 전략이 실제 운영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는지가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SG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가운데, SM의 행보는 콘텐츠 산업 전반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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