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수위 5m 이상 하락…바닥 드러낸 호수에 주저앉은 어선들
화천댐 "홍수 대비한 조치…평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위 조절 중"
(양구=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저기 개천같이 흐르는 물이 원래는 배가 다니는 넓은 하천이었어요. 이곳 어민들은 조업을 포기한 상황입니다."
27일 강원 화천댐 상류에 있는 양구군 양구읍 공수대교에서 만난 어민 조창구(68)씨는 펄과 풀밭으로 변한 호숫가를 가리키며 하소연했다.
조씨를 비롯한 이곳 어민들은 파로호 상류에서 내수면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데, 이달 들어 댐이 수문을 열자 어선을 띄우기 힘들 정도로 수위가 낮아진 까닭이다.
조 씨의 배를 타고 상류인 월명리로 향하자 산 중턱마다 주저앉은 그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기를 잡으려고 물속에 쳐둔 어구가 최근 수위가 내려가면서 드러난 것이다.
개당 100만원가량 나가지만, 배를 가까이 대기 어려워 건질 엄두를 내기도 힘들다.
장화를 신고 펄로 변한 호수 바닥으로 향하자 말라죽은 말조개들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호숫가를 바라보니 주저앉은 어선과 낚시 좌대가 물 대신 바닥에 방치돼 있었다.
상무룡 출렁다리 인근 선착장은 정박한 어선들로 가득했다.
낮아진 수위 탓에 고기잡이 자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화천댐 수위는 이달 1일 정오 166.75m에서 26일 정오 161.61m로 5m 이상 낮아졌다.
같은 기간 소양강댐 수위는 176.9m에서 178.05m로 1m가량 감소했다.
인근에서 낚시터를 운영하는 김상덕(69) 씨는 "6월은 쏘가리가 얕은 물에서 산란할 때인데, 이렇게 급하게 물이 빠지면 알이 다 말라버릴 것"이라며 "내년에는 쏘가리 구경하기 힘들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어 "내수면 어족 보호를 위해 치어 방류 사업을 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호수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국가의 치수 사업을 이해하면서도, 지역 어민들의 상황을 고려해 운영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장길 어업계장은 "수문을 열더라도 물을 천천히 빼고, 그 사실을 어민들에게 미리 알린다면 최소한 그물을 걷을 시간은 벌 수 있지 않겠냐"며 "어민은 물론 내수면 생태계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화천수력발전소는 수위 조절은 홍수기를 대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발전소 관계자는 "물을 급하게 뺀다는 것이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닌 주관적 느낌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3년간 6월 말 목표 수위는 160여m 수준으로 올해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이어 "홍수 조절 용량을 맞추기 위해 한강홍수통제소의 지침에 따라 수위를 160.07m까지 내릴 예정"이라며 "홍수 이전에 물그릇을 약간 비우는 정책으로 어민들의 이해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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