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청량한 풍경과 뜨거운 마음을 담은 문화예술 소식들이 관객을 찾아옵니다.
그림 속 여름의 기억부터 시대를 건너 울려 퍼지는 오래된 노래 그리고 춤을 통해 꿈을 찾아가는 소녀들의 이야기까지. 서로 다른 장르의 작품들이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담겨 있는데요. 이번 주도 어김없이 ‘무엇을 볼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엄선한 문화예술 소식을 지금 바로 전해드립니다.
영화 훌라 걸스
꿈을 꾸는 사람의 눈은 빛난다
지난해 재일교포 감독의 영화가 일본 극장가를 휩쓸었던 작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국보> 인데요. 사실 국내에서는 일본만큼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영화를 본 이들은 감독의 연출력만큼은 분명하게 인정했죠. 그의 작품을 인상 깊게 보신 분들이라면 이번 영화 역시 주목하셔야겠습니다. 이상일 감독의 대표작 <훌라 걸스> 가 4K 리마스터링으로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나게 됐습니다. 훌라> 국보>
영화 <훌라 걸스> 는 제목 그대로 하와이 원주민의 전통 예술, ‘훌라’를 소재로 합니다. 따뜻한 지역에서 유래한 이 춤을 영화에서는 폐광을 앞둔 탄광촌으로 데리고 왔는데요. 폐광을 앞둔 탄광촌을 살릴 마지막 돌파구로 ‘하와이안 센터’가 세워지고 훌라팀을 결성하며 영화는 시작하게 되죠. 대를 이어 탄광업을 해오던 이들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모습과 춤에 매료된 소녀들이 프로로 완성되는 장면의 대비는 왠지 모를 울림을 남깁니다. 훌라>
이 영화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얼굴은 아오이 유우입니다. <하나와 앨리스> 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발레 장면으로 영화사에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는 <훌라 걸스> 에서는 훌라 춤을 통해 한 소녀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순간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단순히 춤을 잘 추는 장면을 넘어 몸짓 하나하나에 인물의 망설임과 설렘 그리고 용기가 담겨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큰 매력이죠. 훌라> 하나와>
이는 이상일 감독이 훌라 걸들에게 요구했던 조건에서도 드러납니다. 훌라 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용모가 빼어난 것’이 아니라, 탄광촌 소녀들이 무대 위에서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빛나는 ‘갭’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무대 위에 선 훌라 걸들이 한 명 한 명 빛나는 순간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새까만 탄광촌에 형형색색의 훌라 걸스들이 피어나면서 닫혀 있던 마을에 음악이 흐르고 체념에 가까웠던 사람들의 삶에도 조금씩 온기가 번져갔는데요. 다가오는 여름, 훌라 춤처럼 따뜻한 미소를 전할 영화 <훌라 걸스> 는 7월 1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훌라>
전시 성률 기획전 여름을 닮은 우리
여름의 맛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 질문에 종종 ‘여름’이라고 답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면 여름이 가진 특유의 청량함과 산뜻함이 좋다는 답변이 인상적인데요. 특히 어떤 이들은 한국보다 일본의 여름 풍경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하죠.
파란 하늘 아래 커다란 적운, 골목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 물가에 반사되는 빛, 초록으로 가득한 풍경은 실제 계절을 넘어 하나의 감정처럼 남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의 ‘여름’ 이미지들은 애니메이션과 영화 속에 반복해서 그려졌죠. 계절에 상관없이 청량한 여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지금 소개해드리는 전시에 마음이 움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가오는 여름에 걸맞은 전시, 성률 작가의 <여름을 닮은 우리> 입니다. 여름을>
성률 작가는 맑고 투명한 색채와 섬세한 묘사로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입니다. 사라졌거나 언젠가 사라질 공간에 마음이 끌린다고 말하는 작가는 희미해진 기억을 다시 선명하게 불러내는 그림을 그려왔는데요. SNS를 통해 전 세계 59만 명의 팔로워를 매료시켰고 그래픽노블 <여름 안에서> 로 2022년 일본국제만화상에서 한국인 최초 최우수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에르메스, 유니클로, 네이버 등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도 대중들에게 자신만의 감각을 보여줬죠. 여름>
이번 전시는 성률 작가의 작업 세계를 총망라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기획전입니다. 원화와 영상, 미공개 드로잉까지 140여 점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이는데요. 특히 디지털 화면으로는 온전히 느끼기 어려운 수채 원화의 붓터치와 종이의 질감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작품 사이사이에는 작가가 직접 쓴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 배치돼 그림 한 점이 완성되기까지의 시간을 따라가게 만듭니다.
여름은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덥고 습한 계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장 선명한 기억이 머무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방학, 여행, 골목, 바다, 구름, 초록, 그리고 그 시절의 나. 성률 작가의 그림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는 듯 한데요.
다가오는 여름, 뜨거운 계절을 조금 더 맑고 산뜻하게 맞이하고 싶다면 이 전시를 기억해도 좋겠습니다. 성률 작가의 <여름을 닮은 우리> 는 오는 9월 27일까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라운드시소 한남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름을>
공연 피리 부는 사나이
오래된 음악이 전하는 진심
어느 순간부터 오래된 음악들을 찾아 듣게 됐습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세련된 사운드로 지금의 감각을 보여주는 아이돌 세대의 음악도 좋지만 오래된 노래들이 가진 정서는 또 다른 울림을 주는데요. 영어 가사 하나 없이 한글로만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낸 노래들을 듣다보면 그 시대의 공기와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느껴볼 수 있죠.
통기타 소리, 담담한 목소리, 단순하지만 깊은 가사. 누군가에게는 청춘의 배경음악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부모 세대의 추억이었을 노래가 시간이 지나 다시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진다면 어떨까요. 송창식의 음악으로 완성된 주크박스 뮤지컬 <피리 부는 사나이> 가 다시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집니다. 피리>
뮤지컬 <피리 부는 사나이> 는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나라를 잃은 시대를 살아가던 청년들의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여기에 ‘피리 부는 사나이’, ‘고래사냥’, ‘담배가게 아가씨’, ‘가나다라’ 등 한국 대중음악사의 궤적을 남긴 포크 음악의 거장 송창식의 명곡들로 구성됐죠. 피리>
1970년대의 ‘청춘’을 상징하는 음악과 일제강점기 ‘독립’을 꿈꾸던 청년들의 서사, 시대는 다르지만 자유를 바라고 사람답게 살고자 했던 마음만큼은 닮아 있는데요. 송창식의 음악은 그런 청년들의 마음을 설명하기에 더할 나위 없습니다. 낭만과 자유, 익살과 슬픔, 저항과 위로가 함께 담겨 있는 그의 음악이 작품의 핵심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매력은 아는 노래를 새로운 감정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분명 익숙한 멜로디인데, 이야기 속에서 들으면 전혀 다른 장면으로 다가오죠. 누군가에게는 청춘의 노래였던 음악이, 이번에는 독립을 꿈꾸던 청년들의 노래가 됩니다. 노래가 시대를 건너고, 무대가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순간입니다.
송창식의 노래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추억을, 그의 음악을 새롭게 만나는 세대에게는 뜨거운 감동을 전할 뮤지컬 <피리 부는 사나이> 는 오는 8월 2일까지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됩니다. 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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