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마트 전용 상품 불법 재판매 여전히 활개
"절반 가격이라 샀더니 군 마트용 제품 배송"
불법 판매자들 폭리…"원천 차단 쉽지 않아"
"온라인 플랫폼도 유통 관리 책임져야"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얼마 전 쿠팡에서 가격이 원래보다 거의 절반 정도 싼 선크림을 구매했는데 군 마트용 제품이 왔어요. 설명 어디에도 그런 말이 없었는데 제품을 받고 황당했습니다. 군 마트용인 걸 숨기고 파는 게 정상인가요?"
주부 이모(36) 씨는 26일 이렇게 말하면서 "군 마트 제품인 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거고 속은 기분이다"라며 불쾌해했다.
군인 복지를 위해 시중가의 절반가량에 공급되는 군 마트 전용 상품의 불법 재판매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군 마트용 제품인지 알지 못한 채 저렴한 가격만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가 환불이나 반품 등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받아보니 군납용 제품…문제 없나요?"
최모(38) 씨는 "올해 1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한 로션에 군 마트용이라고 적혀 있었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장품 회사에 가품은 아닌지, 군납용 제품이 왔는데 문제는 없는지 물어봤다"고 밝혔다.
이어 "화장품 회사 측은 시중 판매 로션과 내용물이 동일하다며 가품으로 접수된 이력이 없으니 안심하고 사용하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최씨가 해당 제품을 구매한 사이트에서는 26일 현재 로션, 선크림, 헤어 제품 등 화장품류와 영양제 등 건강기능식품 약 50개가 판매되고 있는데 모두 군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과 일치했다. 가격은 군 마트보다는 비싸고 시중가보다는 저렴하게 책정됐다.
한 크림 제품의 경우 시중 정가는 3만8천 원이지만, 이 사이트에서는 동일 용량 제품이 1만490원이다. 그러나 군 마트 판매가는 6천930원. 군 마트 판매가에 50% 넘는 웃돈을 얹어 팔고 있는 것이다.
또 정가 2만3천 원짜리 세럼은 1만2천830원(군 마트가 8천200원), 정가 4만3천 원짜리 수분 크림은 2만970원(군 마트가 7천2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의 상품 설명 어디를 보아도 군 마트 제품이라는 안내는 없다.
직장인 박모(28) 씨 역시 "지난 4월 쿠팡에서 면도기를 샀는데 제품을 받아보니 뒷면에 군 마트용 제품이라고 적혀 있었다"며 "일반 온라인 판매 제품처럼 보여 별다른 의심 없이 주문했는데 재판매가 금지된 제품을 구매한 것 같아 찝찝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오픈마켓에서 화장품을 샀는데 군 마트용 제품이 왔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군인복지기본법'에 따라 국군복지단이 설치 및 운영하는 군매점은 마트, 쇼핑타운, 인터넷쇼핑몰 등을 통틀어 흔히 '군 마트'로 불린다. 2024년 기준 전국에 총 1천720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현역 군인, 군 가족, 국가유공자 등 지정된 대상자만 이용할 수 있다.
군 마트의 이점은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2024년 기준 군 마트에 납품된 520개 품목의 경우 평균 할인율이 55.2%에 달한다.
그러자 불법 재판매가 고개를 들었다.
군 마트 이용 대상자들이 제품을 구매해 직접 재판매하거나, 전문 민간 업체들이 이용 대상자의 명의를 빌려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한 뒤 오픈마켓에서 이를 재판매하는 식이다.
현행 군인복지기본법 제15조는 "군 매점 등 복지시설 이용자는 군 매점 상품 등을 재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 마트 제품에는 "군 마트용 제품은 재판매 행위를 금하며, 위반 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감사원이 발표한 국방부 기관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군복지단은 2022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재판매 업체가 오픈마켓 등을 통해 군 마트 상품을 팔고 있다는 취지의 민원을 총 156차례나 접수했다.
재판매업자가 한 국가유공자의 자녀를 통해 2022년 4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무려 4억2천34만5천670원 상당의 크림 등 군 마트 상품을 무더기로 사들인 뒤 이를 시중에 재판매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 단속한다지만…민간인 처벌 법적 근거 없어
현역 장병과 군무원의 영리 목적 재판매는 국가공무원법 제64조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0조에 따라 제재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인의 경우 이를 처벌할 별도 규정이 없어 국군복지단 내부 규정에 따라 군 마트 내부 이용자의 대량 구매를 제한하거나 적발 시 이용 자격을 박탈하는 정도만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국군복지단은 불법 재판매 신고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지만 작년 11월 20일 이후 올라온 신고 글에는 모두 답변이 '대기' 상태다. '현 게시판 정상 운영 여부 확인'을 묻는 글까지 올라와 있다.
국방부는 24일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국군복지단은 민원 접수와 자체 모니터링, 신고 사이트 운영 등을 통해 군 마트용 제품의 재판매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며 "온라인상 재판매가 식별될 경우 한국온라인쇼핑협회를 통해 각 플랫폼에 판매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별 구매 수량 확인·통제 시스템 개발 등 재판매 행위의 근원적 차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재판매 위반자에 대한 군 마트 이용 제한과 예방·단속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검토되는 법안은 형사처벌보다는 군 마트 이용 제한 수준의 제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서인호 법무법인 대륜 국방군사그룹 소속 변호사는 "군도 재판매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 일부 제품에 '재판매 금지' 문구를 추가하고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현역병 부모까지 구매 대상이 확대된 상황에서 원천적인 차단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매자가 군 마트용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 소비자 보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품질상 문제가 없다면 단순히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구제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 마트 상품의 재판매 금지 조항을 위반할 경우 복지시설 이용을 강력히 제한하고, 재판매 예방 및 단속을 위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군인복지기본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됐다.
또 지난달에는 지마켓과 옥션이 군 마트 전용 제품의 온라인 불법 유통 사례에 대해 '2회 경고 적발 시 해당 셀러의 ID 계정을 즉시 영구 차단하겠다'고 공지했다.
이 교수는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 가운데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은 상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걸러낼 수 있는 정보는 플랫폼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플랫폼 역시 유통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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