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부스 대신 돗자리”...‘초대받지 못한’ 책들의 반란 [현장,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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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부스 대신 돗자리”...‘초대받지 못한’ 책들의 반란 [현장,그곳&]

경기일보 2026-06-26 21:16: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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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대로도서전 현장 모습. 손종욱 기자

 

“서울국제도서전은 대기를 너무 많이 해야 한다고 해서 가야할 지 고민이 많았는데, 여기는 부스별로 책을 잘 설명해주고 깊이 소통할 수 있다고 해서 와봤어요.”

 

25일 오후 4시께 서울 용산구 노들섬 노들라운지.

 

국내 최대 책 축제인 ‘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강남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시각, 한적한 이곳에는 양손에 에코백을 든 독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화려한 대기업 부스나 압도적인 물량 공세는 없지만, 책장 넘기는 소리와 독자들의 진지한 대화로 종이의 냄새 밀도는 꽉 차 있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참가 신청 과정에서 부스를 배정받지 못한 50개 중소·독립 출판사가 자발적으로 기획한 ‘서울제대로도서전’ 풍경이다.

 

25일 오후 4시 시작해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도서전엔 모든 출판사가 동등한 면적의 부스를 꾸렸다.

 

사전 예약 없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 문턱도 낮았다. 유모차 반입도 허용돼 가족 단위 방문객에 문을 열었다.

 

주최 측은 친환경 캠페인을 위한 일회용품 없이 행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화답하듯 개인 텀블러와 에코백을 챙겨 온 관람객도 쉽게 눈에 띄었다.

 

행사장 주변에는 가져온 돗자리를 펴거나 계단에 누워 책을 읽는 독자들도 보이는 등 여유로운 풍경이 연출됐다.

 

현장에서 만난 독자들은 화려함 대신 ‘여유로움’과 ‘밀착 소통’을 대안 도서전의 매력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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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출범한 작가노동조합이 홍보차 부스를 세웠다. 손종욱 기자

 

처음 도서전을 방문했다는 허은주씨(28·서울 중구)는 “서울국제도서전은 상업적인 면이 강하다는 말에 다른 곳을 찾다가 오게 됐다”며 “주말 코엑스는 인파가 엄청 많을 것 같아 이곳에서 책 추천을 받으며 여유롭게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형 도서전과 대안 도서전을 모두 즐기며 각기 다른 매력을 찾는 독자들도 눈에 띄었다. 손목에 서울국제도서전 입장 팔찌를 찬 채 이곳을 찾은 신동빈씨(24·인천)는 “코엑스가 메이저 출판사 위주라면, 이곳은 마니아들이 찾는 마이너만의 매력이 확실히 있다”며 “지인이 독립 출판으로 낸 여행 사진책도 볼 겸 발걸음을 옮겼다”고 평가했다.

 

 

친구 사이인 김규리씨(24·서울 노원구)와 양윤서씨(24·서울 노원구)는 “기존 도서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제대로 된 곳’을 가보자는 생각에 찾았다”며 “공간적 규모는 작지만 밀도는 훨씬 높고, 동화책 위주의 부스가 많아 아이들과 오기도 좋은 분위기”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두 사람은 주말을 이용해 코엑스 도서전도 방문해 두 행사의 분위기를 직접 비교해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행사를 주최한 김장성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출판인 모임’ 대표는 “주최 측이 마련한 프로그램을 독자들이 참관하는 일방향적 도서전과 달리, 제대로도서전은 독자들이 주체가 되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참여하는 양방향 도서전”이라고 차별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28일까지 4일간 최대 2천명 정도가 다녀갈 것이라 전망했다. 매년 5일간 15만 명 내외가 방문하는 서울국제도서전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지만, 서울제대로도서전 만이 가진 매력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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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대로도서전 현장 사진. 손종욱 기자

 

이러한 대안 도서전은 노들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19~21일 마포구 사이시옷에서는 ‘거북목도서전’이 열렸고, 중구 일대에서는 ‘서울자체도서전’(24~27일)이 진행 중이다. 강남구 한 카페 구석을 빌린 부산 독립출판사 발코니의 ‘서울한평도서전’(24~28일) 등 서울국제도서전에 초대받지 못한 출판사들의 개별적인 도서전 개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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