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며 과한 언어나 태도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자칫 과잉 자신감에 의한 '난(亂)' 같은 것으로 연결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권 주자인 김민석 국무총리가 26일 광주에서 열린 '김대중정치학교' 워크숍 특강에서 한 말이다.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가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해 "정부안으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국회로 왔으면 제일 좋았을 것", "국회로 떠넘겼으니 이제 '지금 당장 하자'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혹시 시간끌기 작전인지 살펴봐야 한다", "1년동안 허송세월을 한 것은 아닌지", "시간끌기용 꼼수가 아니길" 따위 글들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데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풀이됐다.
김 총리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특강에서 "우리는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에 대해 직언도 하고 의견도 내지만, 그때 반드시 지켜야 할 게 있다. 태도·언어·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연합뉴스>·<뉴스1>·<경향신문> 등이 보도했다. "자칫 전체의 대오를 흐트러트리거나 전체 지도력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실제로는 우리 세력 전체와 리더십을 흔드는 결과가 된다"고도 했다.
김 총리는 "민주당이 대대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이대로 가면 시대에 떠내려간다"며 "청년적 정당으로 바꾸고 문화를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가 쓰는 언어, 표정과 태도, 진보세력과의 대화, 중도와 보수에 대한 태도 (전반에)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부 논쟁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왜 우리끼리 왜 멸칭을 써야 하나"라고 부연했다.
특히 그간 정청래 지도부가 지향해온, 강성 노선에서 벗어나 비전을 제시하고 실제로 성과를 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다음 총선·대선에 '쟤네 나빠요'(라는) 선거를 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라며 "성과를 말씀드리고 간절하게 호소해야 한다. '저 나쁜 놈들을 때려잡겠습니다'가 아니라 '우리가 대단한 역사를 열겠습니다'라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속집권을 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는 "확실하게 중심을 통합해 내고, 다른 부분과 연대하고, 과감한 대확장을 하는 '3박자 대통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가 자신의 성과이자 지향으로 내세우는 '1인 1표제 당원주권정당'론에 대해서도 김 총리는 지적을 이어나갔다. 그는 "우리가 당원주권을 하고 1인 1표 하면 그것으로 끝인가, 그렇지 않다"며 "100년 정당을 지향하는 역사와 뿌리가 있는 민주당이라면, 그냥 당원주권과 1인1표제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어떻게 진정한 것이 될지 설계하고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지향하는 △당원주권 △1인 1표 △완전경선은 최악의 경우로 간다면 제대로 된 역사적 뿌리가 있는 정당이 아니라 '조합 정당'이 돼 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돈과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딱 6개월간 1000원씩 내고 투표할 사람을 딱 300명만 모으면 어지간한 선거에 다 당선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현실 아닌가"라며 "실제로 이번 선거가 끝난 이후에 들었는데, 어떤 지역에선 지난 '빛의 혁명'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광화문에서 못 본 분이 갑자기 당원들을 많이 모아서 경선을 통과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당원주권론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당원주권 시대'라는 말을 제일 처음 만들어 사용한 사람이 저"라며 "국회의장 선출 파동이 있은 뒤 이재명 당시 대표와 이 방향이 맞는지 고민했다. 1인 1표제, 의총 생중계 등을 주장했던 것이 바로 저"라고 했다. 그는 "진정한 당원주권이 이뤄지려면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토론, 더 많은 권한, 더 많은 의무. 4가지를 지속적으로 보장될 수 있게 당이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며 "당원주권 시대의 전제는 '공부하는 당원'"이라고 강조했다.
총리 퇴임 후 당권 도전이 확실시되는 그는 자신의 정치적 사표를 DJ에서 찾는다고 했다. 그는 특히 "나는 김대중 키즈"라고 했는데, 이는 당대표직 퇴임사에서 스스로 '노무현 키즈'를 자처한 정 전 대표와 대조를 이뤘다. 그는 "저는 (고) 이해찬 전 총리가 돌아가신 뒤 우리 당에서 총선·지선·대선을 다 지휘해보고 승리해 본 유일한 사람"이라며 "부패하지 않고, 목에 힘주지 않고, 겸손하면서 노력하는 세력만이 그 나라의 황금시대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정청래 전 대표는 전날 김 총리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한 뒤에도 이틀째 △형사소송법 개정안 정부안 제출 여부 △법안 통과 시기 등 관련 의제를 지속 제기하며 이 이슈를 쟁점화하려 시도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6.3 지방선거 여성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형사소송법 문제와 관련해 "정부 (검찰개혁) TF에서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하면 그걸 갖고 국회에서 논의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제출을 안 한다고 한다"고 김 총리 측을 겨냥했다. 검찰개혁추진단이 총리실 직속인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는 "시민사회 쪽에서 준비한 안이 있어서 저도 공동발의하겠다고 했다"며 "준비된 안이 있으니 그걸 갖고 빠르게 논의해서 국회 본회의 통과를 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 '제헌절 전 통과'를 주장한 이어 이날도 "제일 중요한 건 속도"라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특히 김 총리가 전날 "2차 개혁안을 애초의 당정 합의보다도 시간을 당겨서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5월에 처리하려고 했고 그것을 당에 제안했으나 당의 요구로 이를 연기했다"고 한 데 대해 "그런 기억이 없다"며 "한병도 원내대표에게 물어봤더니 뚜렷하게 뭐가 있는 건 아니더라. 당 입장에서는 정부에서 안을 만들 것이니 기다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실 공방을 제기하기도 했다.
친명계는 정 전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집권여당 전직 대표인지 야당 대변인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강한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친명계 외곽조직 더민주혁신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정 전 대표가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가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을 두고 '1년 동안 허송세월했다', '시간끌기용 꼼수'라고 비난했다"며 "자기 얼굴에 침 뱉기식 궤변"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검찰개혁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핵심 국정과제"라며 "국가의 형사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입법은 충분한 검토와 관계기관 협의, 제도적 보완을 거쳐야 한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완성도는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속도전"이라고 한 정 전 대표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들은 "정 전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집권여당 대표로서 검찰개혁 추진에 누구보다 큰 정치적 책임을 함께 져온 인물"이라며 "그럼에도 모든 책임을 정부에만 돌리는 발언은 자신이 함께 책임져야 할 지난 1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처사", "유체이탈식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지층에 기댄 자극적 발언은 검찰개혁의 동력을 키우기는커녕 당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불필요한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라고 경고하며 "정 전 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첫 1년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길 촉구한다. 또한 앞으로 보여줄 정치적 언행이 대표 연임 시도용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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