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거래 의혹을 해명하며 울컥하며 답변하고 있다 / 뉴스1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한축구협회의 고질적인 카르텔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전날 치러진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부진과 이를 초래한 축구협회의 구조적 병폐를 향한 매서운 질타가 이어졌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우리가 인사청문회를 하느라 축구를 안 본 게 수명을 몇 년 늘렸을지 모르겠다"며 "대한축구협회의 특정 대학 특정 지역 카르텔이 대한민국 축구를 망치고 있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곳에 이런 카르텔이 존재해 국민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어 분명한 구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 의원의 지적은 한국 축구계에 깊게 뿌리내린 학연과 지연 중심의 폐쇄적인 선수 발탁 논란을 정조준한 것이다.
그는 "축구 유망주들이 특정 대학 출신이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국가대표가 되기 어렵고 선발돼도 벤치에 머무는 현실이 있다"며 "축구협회를 탈탈 털어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축구계 안팎에서는 주류 파벌에 속한 이들이 국가대표팀의 주요 보직을 독점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력과 데이터 기반의 평가가 배제된 채 인맥으로 얽힌 운영 방식이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질타에 한 후보자는 깊이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 후보자는 "축구협회 문제는 제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온 국민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잘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정을 총괄할 총리 후보자조차 국가대표팀의 부진과 축구협회의 불투명한 행정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을 맡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악화한 여론을 반영한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현지 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베이스캠프 훈련장인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백 의원은 "오늘 우스갯소리로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홍명보 감독 청문회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의 성적 부진으로 팬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으며 그의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을 둘러싼 축구협회의 일방적인 행정 처리 역시 언론의 도마에 오른 상태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구계의 실패 사례를 공직 사회 혁신과 연결 지어 한 후보자의 역할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축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히딩크 감독 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대통령이 발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오직 실력을 기준으로 선수를 발탁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냈듯 한 후보자도 낡은 관행과 기득권을 타파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또 "관료 사회는 끈끈하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아는 만큼만 답하고 지시한 것의 30%만 이행하는 문화가 있는데 히딩크 감독처럼 조직 구석구석을 활용하는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노출하며 실망감을 자아냈다. 이에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청문회장에서 축구협회의 카르텔이 공식적으로 거론될 만큼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
공직 사회의 기강을 확립해야 할 총리 후보자의 인사 검증 무대에서 축구협회의 부패 구조가 쇄신의 타산지석으로 인용된 것은 한국 사회 전반에 퍼진 카르텔 혁파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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