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회)를 향한 국민적 공분이 임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불공정 논란, 협회장 4연임 논란 등으로 차곡차곡 쌓였던 국민적 분노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경기력·성적 부진을 계기로 마침내 외부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어제(25일) 우리나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에서 1대 0의 참패를 당한 직후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대 다수의 응답자가 한국 축구의 위기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책임의 주체로는 축구협회와 홍명보 현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목했다.
'한국 축구 부진 이유' 질문에 응답자 81% "축구협회 운영 방식 때문"
르데스크는 2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한강공원, 강남역, 신논현역, 광화문역 등지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총 200명이 참가했으며 딱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첫 번째 질문은 '한국 축구의 부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였다. 조사 결과(중복응답 포함), 전체 응답자 중 무려 162명(81%)이 '축구협회 운영 방식'을 꼽았다. '감독의 전술 부진'을 지목한 응답자도 153명(76.5%)이나 됐다. 반면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부진의 이유로 선택한 응답자는 54표(27%)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아무 문제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제로(0)였다는 것이었다.
설문 조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에 대해 상당히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박희정 씨(24·여)는 "남아공전은 직접 광화문에 가서 응원했는데 경기를 볼수록 너무 힘이 빠졌다"며 "경기가 끝난 후 광화문 일대 응원 현장에서는 감독의 전술과 교체 타이밍에 대한 욕과 비판이 가장 많이 터져 나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유민재 씨(24·남·가명)는 "이번 월드컵 경기는 한 경기밖에 챙겨보지 않았다"며 "SNS를 켜면 온통 감독에 대한 비판밖에 없어서 이유를 찾아보니 대부분 타당한 지적이었고 경기를 굳이 챙겨볼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직장인 김혁진 씨(33·남·가명)는 "이미 2년 전에도 축구협회의 방만한 운영과 소통 부재 문제를 똑같이 목격했는데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을 보고 축구협회가 축구팬인 국민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는구나 생각했다"며 "협회의 태도가 그대로인 것을 보고 이번 월드컵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이 맞아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정남 씨(68·남·가명)는 "남아공전 경기 내용을 보면 우리 선수들이 제대로 뛰는 모습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며 "현지의 기후 특성상 무더위와 고산지대라는 악조건이 겹치면 선수들의 체력과 임팩트가 떨어질 것을 코칭스태프가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을 텐데 이에 대한 전술적 대처와 로테이션 준비가 너무나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몇몇 전문가들도 시민들과 비슷한 견해를 내비쳤다. 김민철 조선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남아공전 패배는 실패로 끝난 전술 실험과 뼈아픈 골 결정력 부족이 부른 결과다"며 "비기기만 해도 되는 중요한 경기에서 기존 평가전부터 실점이 많아 문제가 됐던 전술을 다시 고집한 이유가 상당히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후반 선제 실점 이후 동점골을 위해 공격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면 수비수 숫자를 줄이고 공격수를 늘리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며 "선수 기용과 전술 운영은 물론 극심한 체력 소모가 우려되는 악조건 속에서 핵심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부상 여파까지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것은 결국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한국 축구 재도약 1순위 과제' 질문에 "협회개혁" "인적쇄신" "유소년 육성" 순으로 지목
두 번째 질문 문항은 '한국 축구가 향후 재도약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착수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였다. 조사 결과(중복응답 포함), 전체 200명의 응답자 중 146명(83%)이 '축구협회의 인적·구조적 개혁'을 꼽았다. 이어 ▲현재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의 인적 쇄신' 99명(49.5%) ▲유망주의 체계적 육성 49명(24.5%) 등이었다. 반면 '지금 상태로 계속 유지·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은 단 1표(0.5%)에 불과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당장 눈앞의 코칭스태프 교체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감독을 선임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상위 기관인 축구협회의 인적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모든 조치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서윤철(42·남) 씨는 "이전에는 국제적 경험이 많고 전술 능력이 검증된 외국인 감독들이 그 경험을 잘 살려 대표팀을 이끌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현재 우리나라 축구계의 파벌 논란으로 시끄러운데 이번 기회에 낡은 인맥 중심의 인프라를 싹 갈아엎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강지수 씨(31·여·가명)는 "감독 한 명 교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며 "협회 내부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팬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고압적인 태도가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붉은 악마로 활동하다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는 직장인 박준형 씨(50·남)는 "월드컵은 온 국민이 즐기는 축제여야 하는데 지금은 협회의 정치판이 된 것 같아 매우 씁쓸하다"며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흘린 땀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축구계 내부의 낡은 관행과 인맥 정치를 걷어내는 근본적인 개혁이 이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이현(24·남) 씨는 "개인적으로 일본 대표팀 경기도 자주 챙겨보는 편인데 일본과 우리나라 간의 유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은 뿌리부터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장 눈앞의 축구협회 행정력과 감독의 전술력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유소년 유망주들을 체계적으로 키워내는 인프라 구축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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