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양정웅 기자) 잡초 같은 끈질긴 야구 인생을 살아온 정훈(전 롯데 자이언츠)이 20년 프로 생활을 마쳤다.
정훈은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경기를 앞두고 은퇴식을 치렀다.
정훈은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입단 후 1년 만에 방출 통보를 받은 그는 현역으로 군 문제를 해결, 마산 양덕초등학교에서 야구부 코치로 활동하다 2009년 롯데에 육성선수로 다시 입단해 프로선수로 새출발을 알렸다.
이듬해 곧바로 1군 무대를 밟은 정훈은 타격에서 가능성을 보이며 조금씩 기회를 얻었다. 이후 2013년 113경기에서 타율 0.258의 성적을 거두며 본격적으로 2루수 주전으로 등극했다. 특히 2015년에는 135경기 타율 0.300(486타수 146안타), 9홈런 62타점 85득점, 16도루를 기록해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이후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의 영입 등으로 2루 주전에서 밀려난 정훈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갔다. 1루수와 3루수, 외야수 등으로 나서면서 팀이 필요한 자리에 들어갔다. 2021시즌 135경기에서 개인 최다인 14홈런, 79타점을 달성하면서 힘을 보탰다.
정훈은 이후로도 경기장 안팎에서 고참으로서 건실하게 자기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2025시즌까지 16년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통산 1476경기 타율 0.271(4211경기 1143안타) 80홈런 532타점 76도루 OPS 0.742의 성적을 남겼다.
앞서 정훈은 지난 4월 21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에서 은퇴식을 개최하려고 했으나, 비로 인해 취소되면서 연기됐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난 후 마침내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
다음은 정훈과 일문일답.
- 비로 인해 한 번 밀리고 드디어 은퇴식이 열린다.
▲ 그때보다 덜 긴장된다. 한다는 자체가 감사하다.
- 어제 잠은 좀 잤나.
▲ 너무 잘 잤다.
- 은퇴식 아무나 하는 건 아니다.
▲ 은퇴식이라는 걸 첫 번째 준비할 땐 찾아보지 않았다. 이 팀에 나름 오래 있어서 챙겨줬다고 생각했다. 최근 은퇴식 한 분들을 보면 내가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팬들이 은퇴식 많이 언급해주셔서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팬사인회에서 팬들이 어떤 말을 가장 많이 해줬나.
▲ 고생했다, 고마웠다고 얘기 많이 해주셨다. 2~3년 잠깐 잘할 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잘하지는 못했다. 그걸 알고 계신 분들이 고생했다고 얘기 많이 해주신 것 같다. 태도에 대한 인정을 받는 느낌이다. 은퇴식도 그것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니폼을 벗으니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런 관심이 감사했다는 생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인가.
▲ 끝내기 홈런을 한 번 쳤다(2020년 7월 28일 NC 다이노스전). 마지막 타석(2025년 9월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도 기억이 난다. 김서현 상대로 삼진을 당했다. 그 삼진을 당하고 스스로 '이제 끝이다'라는 걸 느꼈다.
-과거 조성환이 은퇴식 때 "정훈이 나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고 후계자로 꼽았다. 본인은 어떤가.
▲ 모든 선수들이다. 후배들도 다 잘하고 있고, 내가 그들에게 밀려서 그만두는 것이다. 마냥 잘했으면 좋겠다.
-예전 본인 모습 생각나는 선수는 누구인가.
▲ 박찬형. 나보다 훨씬 잘하고 있지만, 힘들게 해서 들어와서 그 부분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육성선수가 1군 주전 차지하는 게 쉽지 않은데,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 육성선수라고 해도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초반 기회만 덜 받을 뿐이다. 육성선수라는 생각을 버리고 선수 가치를 올리려고 하면 기회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롯데 최근 상승세인데 느낌이 어떤가.
▲ 연승 달릴 때 오늘만큼은 반갑긴 했다. 조금 더 좋은 분위기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팬들이 '어제, 오늘 이기면 9연승' 말씀해주셨다. 좋은 분위기로 전환돼서 마음의 짐은 덜었다.
-일정이 바뀌었는데 가족들은 다 오나.
▲ 평생 한번 하는 거다. 다 초대는 못 드렸다. 가까운 친척들이나 가족들이 많이 오셨다.
-처음에는 주전 2루수로 뛰다가, 2018년부터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됐는데 어떤 마음이었나.
▲ 내가 자초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서 깨달았다. 주전이 되고 나서 체력 관리 등을 준비를 잘 못했다. 2014, 2015시즌 좋았을 때 유지하려고 했지 발전하기 위한 준비를 못했다.
내가 가진 것에 대한 확신보다는 매 경기 아마추어처럼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한 번 슬럼프 빠지고 빠르게 나오지 못했다. 4~5년 뒤에 깨달았다. 아쉽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의 정훈에게 한 마디 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 "그 정도 아니다. 정신 차려라. 곧 추락이다. 꽉 잡고 있어라"
-아이들(8살, 5살 아들)은 은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은퇴식이라는 개념은 모르는 것 같다. "아빠 좋겠다" 얘기만 했다. 최근 '불꽃야구' 가서 야구를 하는데, 아직 어려서 완벽히 불꽃야구로 돌아선 것 같다. 어디 가도 "우리 아빠 불꽃야구 선수"라고 하고 다닌다.
-부산고 하현승이 정훈을 상대하고 한국에 남겠다고 했다.
▲ 그 질문 많이 받았는데, 미안하기도 했다. 그 금액이면 왜 괜히... 물론 팬들은 안 가게 도와줘서 고맙다고는 하는데, 웃자고 한 얘기일 거다. 스스로 깨달은 게 있을 거다. 그만큼 우리 리그도 올라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해설 호평이 많다.
▲ 대체 호평이 어디서 나오나(웃음). 사실 어렵다. 야구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라이브로 진행이 된다. 비속어도 안해야 하니 짧은 순간에도 두세 번 정도 생각한다. 끝나고 나면 "너 중계했었냐, 말 안 해서 안한 줄 알았다" 이런 문자도 온다.
-현장 복귀에 대한 생각은 있나.
▲ 분명히 꿈이 있다. 언제 어느 시점, 기회가 올 지는 모르지만 생각은 무조건 있다. 어느 팀이든 코치로서 자리가 있다면 열려 있다.
-은퇴식에서 눈물 흘리지 않을까.
▲ 너무 밝아서 눈물 안 흘릴 것 같다. 처음 했을 때 '은퇴식을 한다고? 어떻게?' 하는 반응들이 많았다. 얼마나 힘들게 야구했는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주위 사람들이 고생했고 잘 버텼다고 많이 말해줬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 '그래도 경기에 나와야지'. 주연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에는 롯데라는 팀에 그 선수가 있어야 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사진=부산, 양정웅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롯데 자이언츠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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