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내 몸 안의 병원, 웨어러블 수트
센서를 옷에 프린팅해 옷인 듯, 의료기기인 듯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미래형 의료 플랫폼 개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지향점은 내 몸과 같은 혹은 아무런 이질감이 없는 상태일 것이다. 시계를 차고 안경을 쓰고 반지를 끼는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현재 상용화된 형태인데, 이보다 더 진화된 시스템을 추구한다면, 바로 옷에 주목할 수 있다. 옷은 사람이라면 항상 입는 것이기에, 옷이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될 수 있다면, 웨어러블 디바이스 패러다임을 한 번 더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연구 방향성을 갖게 해준 병원에서의 임상 연구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유연 전자소자를 연구하고 기업체에서 태양전지 연구, 박사후과정으로 웨어러블 바이오센서 연구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경력을 소개한 김선홍 교수는 “분야를 바꾸는 것이 도전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경험이 제 연구의 가장 큰 자산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다양한 분야를 접하며 실패도 많이 해봤다는 그는 실패가 곧 성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걸 깨닫고 연구에 정진하는 원동력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박사후과정으로 재직하며 기존에 연구하던 전자소자 기술을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는 웨어러블 바이오센서 개발연구를 진행했다. “제게 큰 영향을 준 것은 병원이었습니다. 임상 연구를 위해 소아 환자들과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어린 환자들이 여러 센서를 몸에 부착한 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전까지는 더 높은 성능, 더 좋은 특성의 소자를 만드는 것이 연구의 목표였다면, 그때부터는 ‘이 기술이 환자의 불편함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었습니다” 그 후 그는 환자가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수 있는 웨어러블 유연 소자에 더욱 관심을 두고 연구에 매진했다고 밝혔다. “결국 기술의 완성은 논문이 아니라 환자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혁신은 학문의 경계에서 탄생한다”
2025년 3월 서울시립대에 부임한 김선홍 교수는 웨어러블 바이오 전자를 중심으로 인체와 전자기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김선홍 교수는 학부와 석사과정에서 소재를 연구했으며, 기업 연구소에서는 태양전지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전기공학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거쳐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오며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쌓아왔다. 얼핏 보면 서로 다른 분야를 옮겨 다닌 것처럼 보이지만, 김 교수에게 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제가 지금까지 여러 분야를 경험하며 느낀 점은 혁신은 대부분 학문의 경계에서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분야를 바꿀 때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기술을 연결하는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국 혁신은 바로 그런 연결과 경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구실도 특정 전공의 틀 안에 머무르기보다 재료, 전자, 에너지, 바이오, 의료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융합 연구그룹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연구실은 웨어러블 센서, 전자 피부, 자가 발전 에너지 시스템, 무선 전력 전달과 통신용 복합체, 생체신호 모니터링, 전기자극 치료 플랫폼 등을 연구하고 있다. “피부처럼 부드럽고, 옷처럼 편안하며, 필요할 때는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까지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전자 플랫폼이 목표입니다. 현재 연구실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키워드는 ‘Wireless’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래의 웨어러블 기기는 센서 자체보다 센서들을 연결하는 기술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 몸 곳곳에 수십, 수백 개의 센서가 붙는 시대가 오면, 그 센서들이 어떻게 전력을 공급받고 어떻게 서로 소통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가 됩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실은 무선 전력 전달과 무선 통신을 위한 기능성 복합체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전선도, 배터리도 최소화하면서 몸 전체가 하나의 전자 시스템처럼 작동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결국 저희가 연구하는 무선 복합체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미래 디지털 헬스케어의 신경망(neural network)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연구실은 전신에 촉각 자극을 전달하는 동시에 치료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는 웨어러블 전기자극 슈트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저는 연구 아이디어가 논문에서만 나오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사람을 관찰할 때 더 좋은 질문이 나온다고 믿습니다. 전신 전기자극 슈트 역시 ‘사람이 어떻게 더 자연스럽게 감각을 전달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라며 사람이 일상적으로 입는 옷에 전기센서를 프린트하는 스타일의 기술개발이라고 밝혔다. 늘 입는 옷으로 큰 거부감 없이 건강을 체크하고 치료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편리할 순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이 상용화된다면 재활치료, 디지털 헬스케어, 원격의료,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는 병원 중심의 의료에서 일상 중심의 의료로 패러다임이 이동할 텐데, 웨어러블 기술이 그 변화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선홍 교수 기술개발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그가 병원에서 직접 환자들을 대하며 느꼈던 ‘유레카’처럼 그의 연구 호기심은 사람이고, 사람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화학공학 기반의 소재 설계 기술은 사람이 이물감을 느끼지 않는 유연한 센서로, 무선 통신 기술은 사람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착용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는 의료기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의료기기가 사람을 관리하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피부와 옷, 일상에 존재하는 친근한 의료기기를 위해”
김선홍 교수는 “연구는 ‘정답 찾기’가 아니라 ‘질문 만들기’라고 생각합니다. 논문 한 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 누구도 던지지 않았던 질문 하나를 발견하는 능력입니다”라며 요즘 학생들의 질문이 온통 ‘반도체’라며, 그는 너무 한쪽으로 치중되는 연구보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연구를 바라보길 바랐다. “반도체가 세상을 연결했다면, 웨어러블 바이오 전자는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는 분야입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더욱 큰 가능성을 가진 연구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김선홍 교수는 의료기기의 편견을 바꾸고 싶어 했다. 그가 편견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그게 바로 미래형 의료기술일 것이다. “제가 꿈꾸는 미래는 의료기기가 더 이상 의료기기처럼 무섭게 보이지 않는 세상입니다. 연구실은 차세대 웨어러블 바이오 전자 플랫폼, 자가 발전 시스템, 헬스케어 기술을 융합하여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미래형 의료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의 의료기기는 우리의 피부와 옷, 일상에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의 불안과 불편함을 덜어주고 삶을 바꾸는 연구라면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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