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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정치권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AI 시대를 대비한 국가 전략산업 투자이자 비수도권 산업기반 다극화라고 강조하는 데 반해 국민의힘과 한동훈 의원 등 야권은 ‘기업 팔 비틀기’, ‘명청대전 전당대회용 총알’, ‘미르·K스포츠 재단식 관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청와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호남권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충청권 AI 데이터센터, 영남권 피지컬 AI 투자 등을 묶은 ‘3대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수도권에 편중된 핵심 산업 입지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전략 투자’라며 야권의 비판을 ‘관치경제 프레임을 씌운 지역 갈등 조장’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야권은 정부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반도체 공장 입지 결정을 민주당 ‘명청대전’ 전당대회용 총알로 쓰면 안 된다”며 이재명 정부가 삼성·SK 총수를 불러 호남행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대구·경북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국가 정치 지령’, ‘국가 전략산업의 정치적 악용’이라는 온갖 정치적 구호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가 극명하더라도 AI 시대 도래에 대비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면 세계 톱클래스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야권은 사회주의 국가 정치 지령 운운하며 정치적 공세만 펼치고 있습니다. 야권은 올바른 대안 제시는커녕 반도체 초과이윤 분배와 지방과의 공유 의제를 정략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은 야권이 몰아가듯 단순한 지역 퍼주기나 선거용 표 계산으로만 축소할 사안이 아닙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오늘(26일) 김어준 뉴스공장에 나와 제시한 문제의식의 핵심은 AI 시대로의 전환이 반도체 산업에 과거와 완전히 차원이 다른 구조적 초과이윤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며 그 거대한 변화를 감당하려면 생산기지의 공간 재편과 분배 설계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김 실장은 반도체와 AI를 둘러싼 국면을 일시적 경기순환이 아니라 경제 패러다임 전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한국 경제가 전통적인 순환형 수출경제에서 기술 독점에 기반한 구조적 초과이윤 체제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실장은 또한 이날 방송에서 삼성전자가 과거 40여년 동안 벌어들인 이익에 맞먹는 규모의 수익을 반도체 활황으로 올 한해에 단숨에 벌어들였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AI 데이터센터, 고대역폭메모리, 첨단 패키징, 차세대 메모리 수요가 한꺼번에 폭증하는 시기에 한국이 공급망의 전략적 위치를 선점하면 다시 오기 어려운 산업적 도약 국면이 열린다는 장밋빛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김 실장은 AI 시대에는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초과이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이를 감당하려면 생산기지와 국가 산업구조를 미리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낙관론에는 경제학자로서의 기대가 담겨 있지만 AI가 반도체 산업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주목할 만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호남 팹 구상을 바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왜 하필 호남이냐”가 아니라 “이제 어디에 새 팹을 지을 수 있느냐”입니다. 정부가 이달 29일 발표를 예고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반도체,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로봇을 3대 축으로 삼고 있으며 반도체와 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새 팹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는 지역 안배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는 국가 대 전략의 문제인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정책의 무게중심을 기존 수도권 집중 모델에서 다핵형 분산 모델로 옮기겠다는 정책적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호남 클러스트 구상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균형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도체 전공정 팹은 웨이퍼를 투입해 회로를 새기는 초대형 생산시설로, 1기당 수십조 원에서 많게는 100조 원 안팎이 들어가는 국가급 투자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시설을 더 이상 수도권에만 누적시키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부지 확보는 점점 어려워지고 전력망 부담도 커지며 용수와 환경 규제 문제도 갈수록 무거워집니다. 기존 클러스터의 집적 효과는 분명하지만 집적이 포화로 바뀌는 순간부터는 분산이 경쟁력의 일부가 됩니다. 결국 새 공장을 지을 곳이 없다면 지방으로 가야 하고 그 지방은 단순한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산업공간으로서 재평가돼야 합니다.
호남이 반도체 클러스트 핵심 후보지역으로 부상하는 것은 호남 우대 상징정치 때문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넓은 부지, 새로운 인프라 설계 가능성, 지역 균형발전과 산업 재배치를 결합할 수 있는 정책적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호남에는 반도체, 충청에는 AI 데이터센터, 영남에는 피지컬 AI 투자를 배치하는 구상을 검토하는 것도 각 권역의 역할을 새로 짜는 일종의 국토 산업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프로젝트는 특정 지역 챙기기가 아니라 초과이윤을 더 크게 만들어낼 생산기지의 공간 재편, 그리고 그렇게 생긴 과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나눌지에 대한 재정·분배 설계가 결합된 시도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대응은 이 구조적 논쟁을 지나치게 저차원의 정쟁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왜 호남으로 가야 하느냐’라며 정치적 공세에 몰두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중대 발전 전략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편의적이고 자의적인 정치 발상 때문입니다.
야권은 기업 압박, 국정운영 사유화, 표 계산용 투자라고 몰아붙이고 있지만 국가가 전략산업의 입지와 인프라를 설계하는 일은 한국만의 기형적 행태가 아닙니다. 미국도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자국 내 생산거점 재편을 유도했고 일본과 대만 역시 국가 차원의 보조금·인프라 정책으로 공급망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제와 전력·용수 지원, 부지 조성, 교통망 정비를 패키지로 제공하며 전략산업의 입지를 설계하는 것은 이미 국제 표준에 가까운 산업정책인 것입니다.
더구나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정치적 공세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입니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 산업벨트 역시 과거 국가 주도의 산업 배치, 사회간접자본 집중, 정책금융 지원 속에서 성장해 온 측면이 큽니다.
그런 지역 기반의 성장 역사는 당연한 국가 발전사로 말하면서 호남에 대한 첨단산업 배치는 곧장 ‘표 계산’이라고 단정하는 태도는 균형 잡힌 정책 평가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역 간 산업 격차를 방치한 채 수도권과 일부 영남권 중심의 기존 축만 고수하자는 주장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산업경쟁력보다 지역주의에 기대는 정략적 반대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 구상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호남 팹이 실제로 성공하려면 전력과 용수 대책, 소부장 생태계 이전, 연구인력 확보, 교통·주거·교육 인프라 확충, 상장기업의 투자 타당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초과이윤 환원론도 기업의 재투자 유인을 꺾지 않는 범위에서 정교하게 설계돼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호남 반도체 클러스트 논란은 사업의 방향 자체를 부정할 이유가 아니라 정책 완성도를 높일 과제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야당은 “왜 지방이냐”는 퇴행적 질문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을 갖추면 지방 분산이 국가 경쟁력이 되느냐”는 생산적인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합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지금 거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AI 시대의 메모리·연산 인프라 수요 폭발이 진짜라면 지금의 투자는 단순한 공장 신설이 아니라 향후 30년 산업질서를 선점하는 한민족 부흥의 대역사입니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야당이 할 일은 무차별적 지역주의 프레임 공세가 아니라 지방 팹이 성공할 수 있는 전력망·용수망·인재풀 등의 대안을 놓고 정책 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야당이 반도체의 새로운 영토를 넓히는 문제까지 선거공학으로 깎아내린다면 그것은 정부 견제가 아니라 사상초유의 국가적 대전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최대의 민폐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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