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의 재료는 우유입니다. 그런데 시중에 파는 치즈를 보면 의외로 노란빛을 띄는 제품들도 꽤 많은데요. 발효 과정에서 색이 변한 걸로 치부하기 쉽지만 실제론 더욱 흥미진진한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사실 노란빛은 우유 속에 처음부터 숨어 있었습니다. 우유가 하얗게 보이는 이유는 우유 자체가 흰색이라서 보다는 우유 속에 잘게 퍼진 지방 방울과 단백질 입자가 빛을 사방으로 흩어지게 만들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치즈를 만들 때는 우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 즉 유청을 빼내게 됩니다. 그러면 지방과 단백질이 한데 뭉치고 지방 속에 숨어 있던 노란색 성분도 함께 드러나게 됩니다.
이 노란빛의 정체는 바로 베타카로틴인데요. 당근을 주황색으로 만드는 천연 색소와 같은 성분입니다. 소가 풀을 뜯어먹으면 풀 속의 베타카로틴이 몸에 들어가는데 그중 일부가 우유 지방 속에 그대로 남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신선한 풀을 많이 먹은 소로 만든 치즈는 더 노랗고 진한 색을 띄게 됩니다. 반대로 겨울처럼 소가 건초를 먹는 시기에는 우유 속 베타카로틴이 줄어들면서 치즈색도 자연스레 옅어지게 되죠.
비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실 맛이나 영양 성분에는 크게 차이가 없는데도 사람들은 노란 치즈가 더 신선하고 좋은 치즈라고 여기기 시작한 것이죠. 노란빛 치즈가 더 비싸게 팔리는 걸 본 16~17세기 낙농업자들은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는데요.
치즈에 당근즙이나 색소를 넣어 인위적으로 노란빛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일종의 '시각적 마케팅'이었던 셈이죠. 이것이 굳어져 오늘날까지도 많은 체더치즈나 가공치즈가 진한 노란색을 띠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치즈가 노란 것은 아닙니다. 모차렐라나 리코타처럼 새하얀 치즈도 많은데요. 수분을 많이 남겨두는 제조 방식의 차이도 있지만 사용하는 우유의 종류의 영향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염소는 베타카로틴을 대부분 비타민 A로 바꿔 버리기 때문에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는 소젖 치즈보다 훨씬 희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한 치즈의 노란빛은 과학적 근거와 사람들의 취향, 그리고 자본주의의 원리까지 함께 녹아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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