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금융권의 이종업종 제휴 지형이 바뀌고 있다. 과거 마일리지 적립이나 숙박 할인 등 ‘카드 혜택’ 중심의 단편적 제휴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금융 앱 안에 이동과 여가 서비스를 녹여내 고객 접점을 넓히는 플랫폼 연계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들은 항공사 및 모빌리티 플랫폼과 손잡고 데이터 결합을 통한 서비스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삼성금융네트웍스와 한진그룹의 전략적 제휴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다. 이번 협업은 단순히 특정 카드 상품을 출시하는 수준을 넘어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가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존 항공 마일리지 제휴와 차이가 있다.
양측은 삼성금융 통합 플랫폼 ‘모니모’와 대한항공 주요 모바일 서비스 연계, VIP 고객 대상 공동 서비스, 항공·운송 리스크 관리 보험, 항공산업 관련 금융상품 개발 등 그룹 단위 협업을 추진한다. 카드 혜택을 출발점으로 삼되, 보험·투자·자산관리 영역까지 확장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결제 데이터에서 생활 데이터로
금융권이 항공·모빌리티·여행 영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예·적금이나 대출 등 금융 본업은 필요할 때만 찾는 ‘목적형 서비스’에 가깝다. 반면 이동과 여행은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생활형 서비스’다. 금융 앱의 사용 빈도를 높이고 고객의 소비 동선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핵심은 ‘비금융 데이터’다. 기존 결제 데이터가 고객이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를 보여주는 결과값에 가깝다면, 이동과 여행 데이터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향후 소비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운전자의 이동 경로와 주행 습관, 차량 이용 빈도, 전기차 충전 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사는 이를 자동차 보험료 산정, 맞춤형 차량 금융, 생활 밀착형 대출 상품 설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KB금융과 티맵모빌리티의 협업 역시 내비게이션 기반 데이터를 활용해 운전자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데이터 결합 사례로 꼽힌다. 티맵이 보유한 이동 데이터와 금융사의 보험·대출·카드 상품이 결합할 경우 차량 이용자 중심의 금융 서비스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 최근 신한금융그룹 또한 ‘신한 슈퍼SOL’을 통해 모빌리티 연계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앱 내 택시 호출 및 주차 결제 등 운전자 동선 선점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여행 플랫폼 데이터도 활용도가 높다. 숙박과 항공 예약 정보는 고객의 여가 선호도와 소비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이는 여행자보험, 프리미엄 카드 혜택, 환전, 자산관리 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다.
현대카드와 야놀자의 ‘NOL카드’처럼 여가 소비 데이터를 금융 혜택과 결합해 고객 동선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업계가 트래블카드를 필두로 해외 여행 및 현지 결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맞춤형 여행자보험이나 환전 서비스 리타게팅에 활용하는 구조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
슈퍼앱의 조건…연결성과 실행력
다만 제휴의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이를 구현하는 실행력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금융 앱이라는 울타리 안에 서로 다른 성격의 생활 서비스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묶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단순히 앱 안에 외부 사이트로 연결되는 배너를 배치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플랫폼 결합은 고객이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항공권부터 결제 혜택, 여행자보험, 환전 등 일련의 과정을 앱 안에서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삼성금융·한진 제휴 역시 그룹 단위 협업이라는 외형보다, 모니모 안에서 이 서비스들이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되고 실질적인 수요를 만들어낼지가 핵심 과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항공·모빌리티 제휴는 단순 마케팅을 넘어 금융 플랫폼의 사용성을 확장하려는 디지털 전환의 일환”이라며 “제휴처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고객의 실제 동선 속에서 얼마나 편리함을 제공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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