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제습기를 몇 시간만 돌려도 물통에는 물이 금세 차오른다. 매번 하수구에 따라 버리다 보면 "그냥 버려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막상 쓰려 하면 어디까지 괜찮은지 헷갈린다. 마셔도 되는 물인지, 화초에 줘도 되는지, 가습기에 넣어도 되는지 의견도 제각각이다.
제습기 물은 공기 중 수증기가 기계 안에서 물방울로 맺힌 것이지만, 물통과 필터를 거치는 동안 먼지와 세균이 섞일 수 있다. 사람 몸에 닿거나 호흡기로 들어가는 용도로 쓰면 안 되지만, 몇몇 집안일에는 아깝지 않게 쓸 수 있다. 버리기 전 알아두면 좋은 제습기 물의 쓰임과 피해야 할 사용법을 알아보자.
거울과 창틀 찌든 때 지우기
제습기가 빨아들인 물은 공기 중의 수증기가 기계 벽면에 부딪혀 방울방울 맺힌 뒤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이 물은 칼슘, 마그네슘 같은 광물 성분이 거의 씻겨 나간 순수한 맹물 형태를 띤다.
수돗물로 욕실 거울이나 유리창을 닦으면 마르면서 하얗게 얼룩이 남는데, 이는 물속 광물 성분이 건조되면서 굳은 흔적이다. 반면 제습기 안의 물을 걸레에 적셔 거울, 스테인리스 수도꼭지, 베란다 창틀을 닦으면 마른 뒤에도 하얀 자국이 남지 않아 한결 깨끗해진다.
또한 사람의 피부에 직접 닿지 않는 변기 수조에 부어두었다가 배수할 때 이용하면 수돗물을 아낄 수 있다. 다만 때를 닦아낸 뒤에는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마른 천으로 한 번 더 마무리해 주는 편이 좋다.
스팀 가전제품 막힘 방지하기
스팀다리미나 스팀청소기를 오래 쓰다 보면 물구멍 주변에 허연 가루가 엉겨 붙어 스팀 분사가 막히는 골칫거리가 생긴다. 제습기에 모인 물은 이처럼 소금기나 광물이 없는 성질이라 스팀 가전의 수명을 늘리는 데 좋은 방법이 된다.
단, 기기마다 허용하는 수질 기준과 무상 수리 조건이 다를 수 있으므로 기계 속에 넣기 전 조작 설명서를 대조해봐야 한다.
반면 호흡기와 바로 연결되는 가습기에는 이 물을 절대로 넣어서는 안 된다. 제습기 내부의 먼지 거름망과 물통을 거치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와 기계 속 금속 성분, 세균이 일부 섞이기 때문이다. 가습기를 통해 오염된 미세 물방울이 실내 사방으로 퍼지면 호흡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당일 소모하고 바르게 비우기
거실에서 키우는 화초나 마당 잔디에 한두 번 급한 대로 목을 축여주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장기간 주된 물줄기로 삼기에는 알맞지 않다.
제습기 물은 식물이 쑥쑥 자라는 데 밑거름이 되는 질소나 인산 같은 흙 속 무기질 영양소가 아예 없는 죽은 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직접 먹는 상추나 고추 같은 식용 작물에는 오염 우려가 있으므로 주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물통에 고인 물을 오래 방치하면 곰팡이가 빠르게 번식할 수 있다. 따라서 모인 당일 즉시 소비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매번 물통을 빼서 나르기가 번거롭다면 측면의 마개를 열고 전용 고무 호스를 배수구 쪽으로 길게 연결해 자동으로 물을 흘려보내면 살림 수고를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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