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승부수’…SK하이닉스, 美 자본시장 품고 AI 패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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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승부수’…SK하이닉스, 美 자본시장 품고 AI 패권 키운다

투데이신문 2026-06-26 15:59: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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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은 지난 4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강연했다. ⓒ투데이신문
SK그룹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은 지난 4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강연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의 일관된 투자에서 보여진다. 대표적 일례가 SK하이닉스의 성장사다. 2011년 SK하이닉스 전신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부실기업, 불안정한 사업 전망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반도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판단하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엔지니어 중심의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등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이 같은 투자는 SK하이닉스를 AI 메모리 시대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기반이 됐다.

실제 SK하이닉스는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 37조6103억원, 영업이익률 72%라는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주가 역시 삼성전자와 시가총액 선두를 다툴 만큼 급등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추진되는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은 최 회장의 ‘승부수’로 평가된다. 단순한 해외 상장이 아니라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자본을 기반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전략으로, AI 반도체 경쟁이 기술을 넘어 자금 조달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5조4535억원 규모의 신주 DR(예탁증서) 발행 계획을 공시했다. 총 발행 주식 수는 최대 1779만주이며, 내달 10일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미국 투자자들은 달러로 SK하이닉스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글로벌 투자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조달 자금은 시설투자에 투입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반도체 공장) 건설,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 첨단 설비 투자에 집중된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GTC 2026 행사에서 “더 글로벌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장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AI 메모리 시장은 초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보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투자 확대 기조와 발맞춰 미국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해 생산라인과 첨단 패키징 설비를 선제적으로 확충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HBM 수요 증가 국면에서 생산능력 확보가 곧 시장 주도권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장이 투자 접근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대학교 황용식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시장에 상장하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SK하이닉스에 접근할 수 있다”며 “특히 미국 주식 투자에 익숙한 투자자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학교 왕수봉 경영학과 교수 또한 “ADR 상장의 핵심 변화는 투자 접근성 확대”라며 “미국 시장에 상장되면 글로벌 투자자 기반이 넓어지고 거래량과 유동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와 함께 선도 기업으로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게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황 교수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은 삼성전자가 아직 본격적으로 실행하지 못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과거에는 삼성이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면 다른 기업들이 이를 따라가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SK하이닉스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다른 기업들이 이를 참고하는 선도 기업의 위치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장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실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왕 교수는 “핵심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라며 “HBM 중심 성장세가 유지돼야 거래 확대와 기업가치 상승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장의 목적은 결국 자본조달이며, 조달한 자금을 투자에 활용해 기업의 성장과 수익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키워야 상장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 전략은 글로벌 위상 재정의와 함께 날로 심화되는 AI 반도체 경쟁을 넘어서기 위한 진검승부로 풀이된다.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 여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장이 성장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지속적인 투자 성과가 회사 신뢰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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