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5조원대 재정을 관리하는 인천시금고 운영 은행 선정 경쟁의 막이 오른다. 20년간 핵심 금고인 1금고를 지켜온 신한은행에 맞서 하나은행이 '청라 이전'을 앞세워 다시 도전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금고 입찰을 앞두고 금리와 지역사회 기여도를 더 세밀하게 따지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이 이뤄지면서 은행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6일 금융권과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인천시의회는 지난 24일 본회의를 열고 '인천광역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일부 평가 항목의 점수 산정 방식 변경이다.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와 '지역사회 기여실적' 항목에 대해 순위 간 점수 편차 제한을 없애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1순위 은행이 10점을 받으면 2순위 은행에도 최소 9점 이상을 줘 균등하게 점수를 배분해야 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는 점수 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더 높은 금리와 구체적인 지역 기여 방안을 제시한 은행이 유리해지는 구조다.
조례 개정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시금고 선정 일정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인천시는 이르면 다음 달 중 입찰 공고를 내고 8월 중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차기 시금고 은행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인천시 자금을 맡는다.
인천시금고는 약 15조원 규모로, 현재 1금고는 신한은행, 2금고는 NH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두 은행은 2006년부터 인천시금고를 운영해 왔다.
최대 관심은 1금고 경쟁이다. 인천시금고는 서울시와 달리 한 은행이 1·2금고를 모두 맡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핵심 금고인 1금고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본예산 기준 1금고가 관리하는 재정 규모는 약 13조원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20년간 축적한 금고 운영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인천지역 영업망과 전산·수납 인프라, 구(區)금고 운영 경험도 경쟁력이다. 오랜 기간 1금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온 만큼 시금고 교체에 따른 리스크가 적다는 평가다.
하나은행은 청라 이전을 승부수로 삼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오는 9월부터 청라드림타운으로 본사를 이전할 예정이다. 기존 청라 통합데이터센터 상주 인력까지 더하면 청라에서 근무하는 하나금융 임직원은 4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조례 개정으로 지역사회 기여도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하나금융의 인천 이전 효과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환경 변화도 변수로 거론된다. 이번 인천시금고 입찰이 새 시정 출범(7월 1일) 직후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시금고 평가에 중요한 부분은 지역사회 공헌도"라고 언급하면서 이번 입찰에서 지역사회 기여도가 승패를 가를 핵심 평가항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존 운영 경험을 가진 신한은행이 유리한 고지에서 출발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례 개정으로 금리와 지역 기여 항목의 변별력이 커진 만큼 하나은행의 청라 이전 카드가 예상보다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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