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 1,000만 시대 맞은 호텔가, K-컬처 체험 경쟁 치열… 차별화는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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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외국인 1,000만 시대 맞은 호텔가, K-컬처 체험 경쟁 치열… 차별화는 ‘아쉽’

디지틀조선일보 2026-06-26 15:10: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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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이미지 생성

    한국 여행을 선택하는 외국인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방한 외국인은 6월 셋째 주말을 기점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7월 중순이 돼서야 이 문턱을 넘겼으니, 한 달 가까이 앞당겨진 셈이다.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방한객은 872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721만 명)보다 21% 늘었고, 5월 한 달만 보면 195만 명이 입국해 전년 동월 163만 명 대비 19.4% 증가했다.

    지갑도 함께 열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5월 외국인의 국내 카드 소비액(온라인 포함)은 약 2조 1천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월 단위 2조 원 선을 돌파한 것이다. 1~5월 누적 소비액도 약 7조 9천억 원에 달한다. 방문객 수와 소비 규모가 나란히 불어나면서, 한국 관광은 코로나 이후 회복을 넘어 새로운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흐름 속에서 호텔업계도 외국인 투숙객을 잡기 위한 콘텐츠 경쟁이 뜨겁다. 객실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한국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앞세운 체험형 서비스를 잇따라 내세우고 나섰다. 

    호텔가 덮친 ‘K-체험’ 열풍


    인천공항에 인접한 곳에 있어 외국인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파라다이스시티는 플라자 공간에 약 151평 규모의 BBQ 매장을 들였다. 


  • 파라다이스시티는 플라자 공간에 약 151평 규모의 BBQ 매장을 들였다. /제너시스 BBQ 제공
    파라다이스시티는 플라자 공간에 약 151평 규모의 BBQ 매장을 들였다. /제너시스 BBQ 제공

    방문객 10명 중 8명이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이 공간은 카지노 이용객과 투숙객이 함께 찾는 K-치맥 코스로 입소문을 탔다. 미식 쪽에서는 아트파라디소 내 한식 파인다이닝 '새라새(SERASÉ)'로 제철 식재료 기반 계절 메뉴를 선보이며 고급 미식 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동과 쇼핑 편의 강화도 병행한다. 수하물 위탁 서비스 이지드랍, 롯데면세점과의 제휴에 더해 일본 라쿠텐, 중화권 트립닷컴, 익스피디아 등 해외 주요 OTA와 연계한 국가별 프로모션도 꾸준히 운영 중이다.

    파라다이스부산은 K-푸드를 숙박 상품의 정식 구성으로 끌어들였다. 연중 운영 중인 외국인 전용 'Dailycation in Paradise' 패키지는 객실과 오션스파 씨메르 이용권에 치맥 세트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6월 BTS 공연 기간에는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70%를 웃돌았다. 외국인 직원 채용 확대와 임직원 대상 외국어 교육도 함께 진행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다지는 방식이다.


  • 서울 및 주요 지역 호텔들의 접근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K-뷰티와 웰니스를 결합한 쪽, 전통주와 한식을 전면에 내세운 쪽, 지역 자원과 직접 연결하려는 쪽이다.

    K-뷰티·웰니스 계열에서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설화수 진설 라인 6종 키트와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1박, 2인 사우나를 묶은 '홀리스틱 헤리티지 리트릿'을 선보였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N서울타워 전망대 이용권, 한식 차림상 디너, 사우나, 더후 비첩 키트, 인견 세신타올을 한 데 담은 'K-랑 패키지'를 운영 중이다. 외국인 비율이 90% 이상인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은 '헬로우 명동 패키지'를 통해 올리브영 기프트카드를 제공하는 동시에 영어로 진행하는 ‘싱잉볼 명상 & 티 테라피’ 클래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 JW 메리어트 제주의 해녀 숨비소리 프로그램/JW 메리어트 제주
    JW 메리어트 제주의 해녀 숨비소리 프로그램/JW 메리어트 제주

    전통주와 한식, 그리고 계절 미식을 앞세운 쪽도 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은 전통 자개함에 전통주와 카나페를 담아 객실에서 흥인지문 야경과 함께 즐기는 '헤리티지 박스' 서비스를 운영한다. 올해 누적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85.2%에 달하는 이 호텔은 한국의 전통 주안상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강점이다. 한편 외국인 투숙객 비율 70% 선을 기록 중인 그랜드 머큐어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강남은 'K-빙수 리트릿' 패키지를 통해 트러플 빙수, 밀크 빙수 등 프리미엄 디저트 문화를 전면에 내걸었다.

    지역 자원과 직접 연결한 사례로는 JW 메리어트 제주가 눈에 띈다. 제주관광빅데이터플랫폼에 따르면 올해 서귀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56.3% 늘었고, JW 메리어트 제주 역시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호텔은 인근 어촌계 소속 해녀가 직접 참여하는 무료 웰니스 프로그램 '해녀의 숨비소리'를 매주 월·수 저녁 운영한다. 한편 목시 서울 인사동은 가야금 버스킹, K-POP 버스킹, 한복패션쇼, DJ 파티 등 엔터테인먼트형 콘텐츠와 K-패션 패키지를 더해 외국인 투숙객 비율 90%를 기록 중이다.

    차별화 없거나 입지만 믿고 무대책 호텔들

    그러나 전체 판을 놓고 보면 차별화의 선이 희미해진다. 다수의 호텔이 내놓은 상품들은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구조를 띤다. K-뷰티나 K-패션 패키지라는 명목하에 특정 브랜드의 화장품 키트나 뷰티 스토어 기프트카드를 끼워 넣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한복 체험이나 전통주 페어링, 버스킹 공연 역시 호텔 이름과 패키지명만 바뀐 채 반복된다. 한국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이 하나의 정형화된 공식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 더 큰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밀집하는 서울 중심가의 일부 대형·정통 호텔들의 태도다.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독창적인 콘텐츠를 고민하는 일부 호텔들과 달리, 이들은 밀려드는 외국인 수요를 독점하면서도 ‘한국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 객실을 채우는 데 급급해 기존의 낡은 패키지를 답습하거나, 아예 외국인 전용 콘텐츠 자체를 기획하지 않는 ‘안일한 영업’이 여전하다. 입지만 믿고 앉아서 지갑을 열기만 기다리는 이들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공백은, 한국 관광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국내 호텔가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사이, 정작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호텔 문밖으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외국인들이 실제로 가장 빠르게 지갑을 여는 분야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이색 체험 분야 외국인 소비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2.5% 급증했다. 1인 세신숍 거래액도 2025년 하반기에만 상반기 대비 170% 뛰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찜질방 장면 하나가 한국 관광의 새로운 필수 코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 호스피탈리티 업계가 마주한 과제는 양극화된 매너리즘의 극복이다. 중심가 입지만 믿고 아예 문을 닫아건 대형 호텔들의 안일함도, 트렌드의 겉핥기에 그친 일부 호텔들의 복사·붙여넣기식 기획도 천만 외국인 관광객의 높아진 안목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그들의 시선은 이미 화려하게 포장된 ‘박물관 속 한국’을 지나 한국인의 진짜 일상이 살아 숨 쉬는 골목길과 동네 찜질방으로 향하고 있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외국인 수요를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호황의 거품으로 날려 보낼 것인가. ‘진짜 한국의 오늘’을 로컬의 감성으로 채워 넣을 호스피탈리티의 본질적인 변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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