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해밀턴이 페라리 이적 후 첫 그랑프리 우승을 발판으로 2026 F1 월드 챔피언십 경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뒀다. 다만 메르세데스가 여전히 기준점에 있는 팀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페라리가 남은 시즌 개발과 레이스 운영 완성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밀턴은 2026 F1 제8전 오스트리아 GP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기회가 있다는 것과 그것을 실제 결과로 만들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바르셀로나 GP 우승으로 페라리의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챔피언십 경쟁을 위해서는 팀 전체의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해밀턴은 직전 바르셀로나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며 메르세데스의 시즌 초반 연승 흐름을 끊었다. 페라리 이적 후 첫 그랑프리 우승이었다. 최근 세 차례 그랑프리에서 2위, 2위, 1위를 기록한 그는 부진과 적응 문제를 둘러싼 시선을 바꾸며 페라리에서도 여전히 우승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오스트리아 GP를 앞둔 현재 해밀턴은 드라이버즈 챔피언십 선두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메르세데스)에 41점 뒤진 2위에 올라 있다. 한 번의 레이스로 뒤집기 어려운 차이지만 시즌이 길게 남아 있는 만큼 추격 가능성을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 컨스트럭터 순위에서도 페라리는 메르세데스와의 차이를 72점으로 줄이며 반격의 흐름을 만들었다.
구도 역시 흥미롭다. 해밀턴이 떠난 메르세데스는 신예 안토넬리를 앞세워 챔피언십 선두를 지키고 있고, 해밀턴은 페라리에서 반등하며 추격자로 올라섰다. 단순한 팀 간 경쟁을 넘어 페라리 이적이라는 선택의 의미도 다시 평가받는 분위기다.
해밀턴은 페라리의 최근 업데이트가 분명한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모두가 가능한 것을 보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방향점과 같다”며 “지난해에는 그런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팀 전체가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페라리의 새 엔진도 투입된다. 해밀턴은 이를 두고 “전체 격차를 한 번에 줄이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한 걸음”이라고 표현했다. 새 엔진이 챔피언십 판도를 단번에 바꿀 결정타라고 보기는 이르지만 바르셀로나 우승 이후 상승세를 이어갈 기술적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는 있다.
다만 해밀턴은 메르세데스가 여전히 넘어야 할 상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메르세데스는 여전히 이겨야 할 팀이다. 올해 거의 모든 것을 가져갔고, 훌륭한 머신과 조직력, 월드 챔피언십 팀의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그들과 경쟁하려면 시즌 남은 기간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페라리 이적 후 은퇴론까지 거론됐던 분위기가 여덟 번째 월드 타이틀 가능성으로 바뀐 데 대해서도 해밀턴은 차분했다. 그는 “사람들의 말이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은 흥미롭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가장 중요했던 것은 팬들이 그 순간을 나와 함께 경험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챔피언십 전망에 대해서는 성급한 해석을 경계했다. 해밀턴은 “나는 이런 상황을 경험해봤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이번 주말을 챔피언십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레이스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밀턴의 발언은 페라리의 반등이 일회성 결과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아직 메르세데스를 넘기 위해 필요한 과제가 적지 않다는 현실 인식을 함께 담고 있다. 바르셀로나 우승이 페라리 업데이트의 실효성을 보여준 첫 결과였다면 오스트리아 그랑프리는 그 흐름이 본격적인 추격의 시작인지 가늠할 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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