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배터리 산업의 중심이 생산에서 재활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보급된 초기 전기차들이 교체 시기에 들어서면서 사용 후 배터리를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폐배터리는 안정적인 원료 공급원으로도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폐배터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이 상당량 남아 있어 '도시광산'으로 불린다. 원광 채굴 의존도를 낮추고 원재료 가격 변동과 공급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데다 회수한 금속을 다시 배터리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순환경제 실현과 원가 절감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사용후배터리 물량이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도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30년 약 60조 원, 2040년에는 2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기업들은 광물 확보 방식을 채굴 중심에서 자원 순환으로 다변화하며 재활용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 인증제 도입·예산 지원 나서
정부도 폐배터리 산업 기반 마련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폐배터리에서 회수한 리튬·니켈·코발트 등이 실제 재생원료인지를 검증하는 '배터리 재생원료 생산 인증제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사업에는 성일하이텍, 에코프로씨엔지, 새빗켐, 포스코HY클린메탈, 한국전구체, 오르타머티리얼즈 등이 참여한다.
정부는 폐배터리 해체부터 블랙매스 생산, 금속 회수까지 전 과정을 검증해 재생원료의 생산 이력을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인증 체계가 마련되면 해외 규제 대응과 재생원료의 신뢰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정 지원도 이어질 예정이다. 정향우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은 최근 경북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 국가배터리순환클러스터와 사용후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에코프로씨엔지를 방문해 기술개발과 실증 현장을 점검하고 산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정 심의관은 "사용후배터리 순환경제 생태계는 탄소중립 실현과 국가 공급망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이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2027년 예산안에도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배터리 3사, 지역별 전략 공급망 강화
국내 배터리 3사는 지역별 시장 환경에 맞춘 재활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랑스 재활용 기업 데리시부르그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연간 2만 톤 규모의 폐배터리 처리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회수한 핵심 광물을 다시 배터리 생산에 활용하는 자원 순환 체계를 마련해 유럽 환경 규제에도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에코프로와 협력해 미국 생산공장에서 발생하는 블랙파우더를 재활용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며 핵심 금속 회수 기술과 북미 원료 공급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금속 회수율을 높이는 기술과 친환경 공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사용 후 배터리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스크랩에서 회수한 원료 활용 비중을 높여 자원 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원재료 확보 역량도 키우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뿐 아니라 성일하이텍, 포스코HY클린메탈 등 재활용 전문기업들도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재생원료 사용 확대 정책과 미국의 공급망 정책 변화로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은 안정적인 원료 조달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는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기업들의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