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의 개수에 숨은 비밀
우리 몸에는 머리 하나, 팔 둘, 다리 둘이 있습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각각 다섯 개씩이지요. 아마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매일 눈으로 보고 사용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루 세 번, 아니 그 이상 사용하면서도 의외로 잘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입안에 있는 치아의 개수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음식을 씹고 삼키며 살아갑니다. 씹는 기능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일을 담당하는 치아가 몇 개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처음 만나는 환자분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입안에 치아가 몇 개인지 아시나요?"
대부분은 잠시 생각에 잠기거나 머뭇거리십니다. 어떤 분은 자신 있게 "15개요!"라고 답하시는데, 사실 입안 구조상 홀수는 나올 수 없습니다. "30개쯤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고, 40개가 넘는다고 예상하는 분도 계십니다.
30년 가까이 치과의사로 살아오며 수많은 환자를 만났지만 정확히 맞힌 분은 단 한 분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조차 "알고 맞춘 것이 아니라 그냥 찍었습니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 가운데서도 지금쯤은 이런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어? 그러고 보니 내 치아는 몇 개지?"
오늘은 그 궁금증을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치아의 개수는 4의 배수
먼저 기억하셔야 할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치아의 개수는 기본적으로 4의 배수라는 것입니다. 입안의 치아는 좌우가 대칭이고 위아래도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치아를 셀 때는 입안 전체를 하나하나 세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왼쪽 위나 오른쪽 아래 등 입안의 4분의 1만 세어본 뒤 4를 곱하면 전체 개수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비밀은 나이에 따라 치아의 개수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아기는 생후 6개월 전후가 되면 아래 앞니가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약 3세가 되면 젖니가 모두 나오게 됩니다. 그 개수는 총 20개입니다.
작고 귀여운 젖니이지만 아이들은 이 20개의 치아만으로도 음식을 씹고 말을 배우며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나와 있는 20개의 치아만 보이지만 실은 잇몸, 치조골 속에 작은 영구치의 싹들이 생겨서 서서히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 되면 변화가 시작됩니다. 이 20개의 젖니가 하나둘씩 빠지면서 영구치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던 중 간혹은 젖니가 빠지기 전에 영구치가 옆으로, 뒤로 덧니처럼 나와서 부모님들께서 깜짝 놀라 달려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부분은 아직 빠지지 않은 젖니를 빼주는 만으로도 영구치가 제자리로 돌아오니까요.
또 많은 부모님들께서 이 나이의 맨 뒤쪽 첫 번째 영구치가 보이면 “어? 젖니 어금니가 빠진 적이 없는데 어떻게 나왔지?”라고 의아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6세 전후가 되면 젖니 맨 뒤 이가 없던 잇몸 부위에서 새로운 큰 어금니가 올라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일생을 두고 가장 큰 역할을 하는 '6세 구치'입니다.
이 치아는 평생 사용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영구치입니다. 위아래 좌우에 하나씩 모두 네 개가 나오므로 치아 개수는 20개에서 24개로 늘어납니다.
성인의 정상 치아는 28개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이 될 무렵, 그 뒤쪽으로 또 하나의 큰 어금니가 나옵니다. 위아래 좌우 네 개가 추가되면서 총 치아 개수는 28개가 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성인의 정상 치아 개수는 28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사랑니는 어떻게 될까요? 사랑니의 정식 명칭은 제3대구치입니다. 일반적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맨 뒤쪽에서 나오는 치아입니다. 하지만 사랑니는 사람마다 매우 다릅니다. 전혀 없는 분도 있고, 한두 개만 있는 분도 있으며, 네 개가 모두 나오는 분도 있습니다.
심지어 필자는 사랑니가 여덟 개 존재하는 매우 드문 경우를 본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보통 치아 개수를 이야기할 때는 사랑니를 제외한 28개를 기준으로 합니다.
치아마다 다른 역할과 중요성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치아는 개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각 맡은 역할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앞니는 음식을 끊어 먹도록 돕고, 송곳니는 질긴 음식을 찢으며, 어금니는 음식물을 잘게 부수고 갈아 소화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마치 축구팀에서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의 역할이 서로 다르듯이 치아들도 각자의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치아는 없습니다.
간혹 "치아가 워낙 많으니 하나쯤 없어도 괜찮겠지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입안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치아 하나가 없어지면 씹는 기능의 균형이 무너지고, 남아 있는 치아들이 그 부담을 대신 떠안게 됩니다. 결국 다른 치아의 수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늘 곁에 있는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갑니다. 치아도 비슷합니다.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기지만, 막상 하나를 잃고 나면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됩니다. 구강보건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8020 운동'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80세까지 20개의 치아를 유지하자는 목표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8028’, 즉 80세까지 28개의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오늘 저녁 칫솔질을 하실 때 거울 앞에 잠시 서서 입안의 치아를 한번 세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평생 함께해 온 치아들이 조금은 새롭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치아 하나하나가 생각보다 훨씬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도 함께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제3대구치=구강 가장 안쪽에 나는 세 번째 큰어금니로 흔히 사랑니라고 부른다. 보통 사춘기 이후인 17~25세 무렵에 나기 시작하며 구강 내 공간이 부족할 경우 매복되거나 비스듬히 나 통증과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여성경제신문 전승준 (소아치과)치과의사
pedojune@hanmail.net
전승준 소아치과 전문의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30년째 소아청소년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드림분당예치과병원 원장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한 봉사 진료와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삶을 지향하며, 100세 이상까지 현역으로 진료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치과 지식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글쓰기를 통해 환자 및 보호자와의 따뜻한 소통을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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