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첫 단독 오찬 회동을 갖는다. 여기에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인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 입장으로 공식화하면서 그 배경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가운데 최근 국정 지지율 하락과 당내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친문 포용과 검찰개혁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꺼내 들며 정국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4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47.7%, 부정평가가 48.2%로 집계돼 오차범위 내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이번 조사는 지난 22~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5.6%다.
앞서 지난 2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에너지경제신문 의뢰 조사에서도 긍정평가는 46.7%, 부정평가는 49.7%를 기록하며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오차범위 내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지난 15~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7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응답률은 4.2%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민주당 전당대회 국면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과 검찰 보완수사권 논쟁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더 나아가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번 지지율 하락은 통상의 정부 지지율 하락과 달리 코어 지지층이 빠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김씨는 친노·친문 성향의 전통 지지층 이탈 가능성을 언급하며 “검찰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 대통령이 나중에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지지자가 이재명 지지자이고, 친문이 친명이 된 것”이라며 “이를 다른 집단으로 보고 ‘뉴이재명’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엄청난 착각”이라고 짚었다.
특히 2021년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언급한 뒤 지지율이 급락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코어 지지층은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부정한다고 판단하면 바로 버린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볼 때 민주당 전당대회는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절차를 넘어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을 재정비하는 무대로 평가된다. 지방선거 이후 정청래 책임론과 검찰개혁 추진 방식, 당 운영 기조 등을 둘러싸고 당청 간 엇박자라는 해석이 잇따랐던 만큼 차기 당 대표가 청와대와 어떤 관계를 구축하느냐가 국정 운영의 안정성과 지지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표면적으로는 정청래·김민석·송영길 의원의 3파전으로 치러지는 것으로 보면서도 실제로는 이재명 정부와의 관계 설정과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권 주자들이 저마다 ‘이재명 정부 성공’을 강조하면서도 검찰개혁과 당청 관계, 친문 진영과의 거리 설정 등을 놓고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그 중 정청래 전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발언으로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고, 당 대표직 사퇴 직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행보를 보여 친문 진영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당 대표 임기 내내 검찰개혁 완수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의 정치적 선명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해 왔다. 당 대표직 사퇴 직전에도 “검찰 보완수사권은 티끌만큼도 남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같은 날 정부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공식 입장으로 재확인하면서 정 전 대표가 선점해 온 두 의제를 청와대, 더 나아가 친명이 흡수하는 모양새가 됐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지난 25일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 오전 11시 30분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국정 현안 전반과 국제정세와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경제·사회적 대전환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친문과 친명 지지층이 서로를 멸칭으로 부르며 비난을 주고받는 등 계파 갈등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 만나 국정 현안을 논의한 모습은 계파 갈등을 넘어 당내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검찰개혁 문제에서도 청와대는 주도권을 분명히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같은 날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힌 데 이어 청와대도 “정부 입장이 더 명확해졌고, 이를 받아들이면 된다”고 재확인했다.
이는 검찰개혁이 특정 당권 주자의 정치적 의제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정 전 대표가 선점해 온 검찰개혁 이슈 주도권이 약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전당대회에서 검찰개혁은 누가 더 강하게 주장하느냐보다, 이재명 정부와 어떻게 호흡을 맞춰 실제 개혁을 완수할 것인지로 쟁점이 옮겨지게 됐다.
청와대는 하루 동안 친문 포용과 검찰개혁 완수라는 두 장의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결국 흔들리는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고,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파 경쟁이 아닌 ‘이재명 정부 성공’이라는 프레임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 같은 전략이 실제로 지지층 결집과 국정 동력 회복이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정치권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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