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메디신 "결과 무결성 신뢰 못해"…中연구팀 사과
NYT "신약 개발 강국으로 변모한 中, 美에 위협" 분석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면역항암제 투여 시간대가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담은 중국 연구팀 논문이 발표 4개월 만에 철회됐다.
25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은 비소세포 폐암(NSCLC)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투여를 오전 또는 오후 3시 이전에 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논문을 철회했다.
네이처 메디신 측은 "(연구) 결과의 무결성에 더는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연구팀 주장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증명할 수 없다는 점은 물론 연구 계획서의 중국어 원문과 영문 번역문 사이에 차이가 있었던 점과 연구에서 부작용 때문에 중도 탈락한 환자가 한 명도 없었던 점 등도 문제가 됐다.
NYT는 이 연구의 저자 28명 대부분이 중국에 있었으며 일부는 유럽의 공동연구자들이고 연구비는 중국 정부가 지원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병원과 제약회사에 자금을 대거 투입해 특허, 논문, 신규 임상시험의 확대를 이끌고 있으며 불과 몇 년 새 중국이 신약 개발 강국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신약 개발 우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가운데 중국 생명의학 연구의 신뢰성에 대해 자주 의문이 제기되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연구 성과마다 질적 수준의 편차가 크다고 NYT는 짚었다.
앞서 올해 2월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이 논문은 늦은 오후가 아닌 이른 오후 또는 오전에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면 암이 다시 진행되지 않고 유지되는 기간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거의 두 배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낮과 밤에 따라 대사 기능이 달라지는 생체 리듬(일주기 리듬)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에는 중국 후난성 암병원의 진행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 210명이 참여했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작은 소세포암과 큰 비소세포암으로 나뉘며 비소세포암 환자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환자들은 무작위로 배정돼 면역항암제인 미국의 키트루다 (Keytruda) 또는 아직 미국에서 승인 안 된 신약인 중국의 티비트(Tyvyt)를 오후 3시 이전 또는 이후에 투여받았다.
암이 다시 진행되지 않고 유지되는 기간인 PFS는 오전 치료군이 약 11개월, 늦은 오후 치료군은 약 6개월로 나타났다. 전체 생존기간도 오전 치료군(28개월)이 늦은 오후 치료군(17개월)보다 길었다.
논문은 공개되자마자 의구심과 반향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의사들은 논문 발표 이후 치료 시간대를 오전으로 바꾸려고 하는 환자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의사와 검증가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오후에서 오전으로 면역항암제 투여 시간을 조정한 것만으로도 생존 기간이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다는 점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아닐 마캄 미국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대 내과 교수는 "그러한 극적 결과가 사실이라면 예약 시간대를 조정하기 위해 인력 배치와 일정을 전면 개편하게 됐을 것"이라며 "그 효과를 믿는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의료 과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게재 약 3주 만에 네이처 메디신 측은 조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유럽폐암학회에서는 무작위 임상시험에 포함된 폐암 환자 약 3천명의 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연구진은 면역항암제 투여 시간대가 생존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일 가능성은 작다고 결론냈다.
논문 철회로 이어진 이번 검토 작업에 참여한 미국 보스턴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종양 전문의 토니 추에이리 박사는 "사실이라기에는 (효과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처럼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 체내에 오랫동안 남아 몇주에 걸쳐 효과를 낸다.
이는 단순하게 투여 시간대에 차이를 둔 것이 어떻게 생존 기간의 차이로 이어지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면역치료를 받은 시간대와 예후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다른 연구들도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다만 그러한 결과가 도출된 이유는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의사들은 기력이 더 있고 건강한 환자들이 오전 시간대를 선택했을 가능성, 저소득층 또는 농촌 지역 환자들이 병원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오후 시간대를 선택했을 가능성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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