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화 산청군수, '모두가 행복한 산청' 향한 여정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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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화 산청군수, '모두가 행복한 산청' 향한 여정 마무리

파이낸셜경제 2026-06-26 10:20: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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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평위험지구개선사업 현장점검 생비량

[파이낸셜경제=김영란 기자] 군수실의 불은 언제나 가장 먼저 켜지고 가장 늦게 꺼졌다.

결재 서류가 쌓인 책상보다 흙먼지 날리는 농로와 공사 현장이 그에게는 더 익숙한 집무실이었다.

‘새로운 변화, 모두가 행복한 산청’을 가슴에 품고 쉼 없이 달려온 이승화 산청군수가 정든 지휘봉을 내려놓고 민선 군정의 여정을 갈무리한다.

무거운 직함을 내려놓는 그의 구두에는 여전히 산청의 흙먼지가 묻어 있다.

지난 재임 기간은 산청의 오랜 숙원을 풀고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영광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예기치 못한 재난과 위기 속에서 군민들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삼켜야 했던 치열한 생존의 시간이기도 했다.

퇴임을 앞둔 이승화 군수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그가 산청의 산하와 군민들의 팍팍한 삶 속에 남긴 진심의 기록들을 짚어본다.

◇흙탕물 묻은 장화와 매캐한 작업복…위기의 순간 언제나 군민 곁에

이승화 군수의 진정성은 화려한 행사장이 아닌 캄캄하고 참혹했던 재난 현장에서 가장 밝게 빛났다.

그가 이끌던 산청 군정은 거대한 자연재해라는 시험대에 여러 번 올라야 했다.

시뻘건 화마가 산청의 푸른 야산을 집어삼키던 산불 현장, 그리고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진 집중호우로 평생 피땀 흘려 일군 농작물이 흙탕물에 잠겨버린 수해 현장의 중심에는 언제나 작업복 차림의 이 군수가 있었다.

당시 이 군수는 안전을 우려하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재난 현장으로 달려갔다.

매캐한 연기와 그을음을 뒤집어쓴 채 진화 대원들을 독려했고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들녘에서는 무릎까지 빠지는 진흙탕 속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

이 군수는 그 뼈아팠던 순간들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꺼멓게 타들어 가는 산을 보며 발을 구르시던 어르신들 애써 키운 농작물이 물에 잠겨 주저앉아 통곡하시던 농민들의 뒷모습을 보며 제 가슴도 함께 무너져 내렸습니다. 군수의 진짜 자리는 번듯한 집무실이 아니라 군민의 눈물이 떨어지는 바로 그 절망의 현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장화 차림으로 수해 복구 현장을 누비며 망연자실한 군민들의 차가운 손을 맞잡고 함께 울었던 시간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며 기어이 위기를 이겨냈던 그 끈끈한 연대의 기억은 이 군수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가장 뭉클한 훈장으로 남았다.

◇버스비 대신 꼬깃꼬깃한 웃음 찾아드린 날…군민의 삶을 바꾼 따뜻한 행정

거창한 슬로건보다 군민의 고단한 일상을 어루만지는 밀착형 복지는 이 군수 체제의 가장 빛나는 성과 중 하나다.

특히 전국적인 찬사를 받으며 안착한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화’는 단순한 교통 정책을 넘어 고향을 지켜온 어르신들을 향한 이 군수의 깊은 위로이자 보은이었다.

이 정책의 이면에는 이 군수가 오일장(5일장)을 돌며 느꼈던 먹먹한 에피소드가 숨어 있다.

장날이면 손수 캔 나물과 무거운 짐 보따리를 이고 위태롭게 버스에 오르며 굽은 허리로 주머니 속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를 찾으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늘 그의 마음을 찔렀다.

“버스 무료화 시행 직후, 산청 장터에서 만난 한 할머니께서 짐을 내려놓지도 않은 채 제 두 손을 덥석 잡으셨습니다. ‘군수님, 인자 버스 탈 때 지갑 안 찾아도 돼서 얼매나 편하고 좋은지 모릅니더. 고맙심더’라며 활짝 웃으시던 그 주름진 미소를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어떤 큰 상을 받았을 때보다 굽은 등을 조금이나마 펴드린 그날의 벅찬 감동이 제게는 군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었습니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철학은 정주 여건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대규모 상하수도 정비 사업과 낡은 생활 인프라 확충을 위해 이 군수는 중앙부처와 국회를 문턱이 닳도록 오가며 국·도비 확보에 사활을 걸었고 그 결과 군민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든든한 기틀을 마련했다.

◇엑스포 성공과 한방항노화 중심지 도약…산청의 미래 100년을 그리다

산청의 위상을 전국을 넘어 세계로 끌어올린 굵직한 성과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군수는 산청의 뿌리인 농업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연계해 산청을 '체류형 미래 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 땀방울의 결실이 바로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였다.

수많은 국내외 관람객을 유치하며 산청을 세계적인 전통 의약과 한방 항노화 산업의 독보적인 메카로 각인시켰다.

이와 더불어 산청의 자랑인 ‘산청한방약초축제’를 정부 지정 명예 문화관광축제로 도약시키며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한 차원 높였다.

단순히 축제와 행사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동의보감촌 등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과 귀농·귀촌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미래 산업의 거시적인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이 군수의 뚝심 있는 리더십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통의 갈증과 미완의 과제… 가슴에 남은 아픈 손가락

그 누구보다 숨 가쁘게 달려온 영광의 시간이었지만 퇴임을 앞둔 이 군수의 표정에는 깊은 고뇌와 짙은 아쉬움도 교차했다.

가장 뼈아픈 아쉬움은 ‘더 깊게 다가가지 못한 소통의 한계’였다.

이 군수는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쪼개어 썼지만 행정의 속도를 내고 대형 사업들을 추진하느라 정작 군민 한 분 한 분의 작은 목소리를 더 다정하고 세밀하게 청취하지 못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제 손길과 눈길이 미처 닿지 못했던 그늘진 곳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롯이 저의 부족함이자 평생 안고 가야 할 죄송함입니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또 농촌 지역이 피할 수 없는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청년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완벽히 완성하지 못한 점 그리고 지리산권 관광 자원의 글로벌 확장을 향한 거대한 그림을 후임 군정의 몫으로 남겨두게 된 점 역시 그에게는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

◇가장 큰 자산은 위대한 군민…이제는 평범한 이웃으로 빛나는 내일 응원

이승화 군수는 퇴임을 앞두고 3만 4000여 산청군민을 향해 꾹꾹 눌러 담은 진심 어린 마지막 편지를 띄웠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산청군민 여러분. 처음 군수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날 내 고향 산청을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 다짐했던 그날의 서늘한 떨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돌아보면 벅찬 영광의 순간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뼈아픈 시련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험난한 길을 흔들림 없이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넘어질 때마다 제 손을 굳게 잡아주신 군민 여러분의 따뜻한 체온 덕분이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참혹한 재난 현장에서, 활기찬 장터에서, 각자의 고단한 삶의 터전에서 저를 향해 보내주신 그 맑은 웃음과 거친 손의 감촉을 저는 죽는 날까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아울러 묵묵히 곁에서 헌신해 준 자랑스러운 산청군 공직자 여러분의 노고에도 깊은 고개를 숙입니다.

제가 미처 다 이루지 못한 꿈, 부족했던 빈자리는 위대한 우리 산청군민 여러분과 훌륭한 후배 공직자들이 더 크고 아름답게 채워주실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우리 산청은 위기에 강했고 언제나 희망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저는 어깨를 짓누르던 막중한 책임감을 내려놓고 여러분과 함께 울고 웃던 평범한 이웃이자 군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갑니다.

비록 군수라는 직함은 사라지지만 제 심장은 언제나 내 고향 산청을 향해 뛸 것입니다.

새롭게 도약할 산청의 눈부신 내일을 그 누구보다 뜨겁게 가장 앞장서서 응원하겠습니다.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참으로 눈부셨고 행복했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변화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던 민선 8기 이승화 군수.

그의 뜀박질은 여기서 잠시 멈추지만 그가 재난의 진흙탕 속에서, 장날의 버스 안에서 군민들과 함께 흘린 따뜻한 땀방울은 산청이 피워낼 더 위대한 미래의 든든한 밑거름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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