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올 하반기 먹거리 물가에 다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완화된 가운데 이번에는 기후 변수가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엘니뇨로 전환될 경우 주요 곡물 생산지에서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업계 역시 하반기 원가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국제 곡물과 설탕, 커피 원두 등 주요 식품 원재료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원재료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만큼 국제 시세와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국제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식량 가격도 최근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5월 곡물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6%,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 상승했다. 설탕 가격지수도 전월 대비 7.5% 올랐다. 커피 원두 가격 역시 지난해 급등 이후 여전히 예년을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농가의 생산비도 오름세다.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해상운임은 지난해 말보다 42%, 곡물 가격은 9% 오른 상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하반기 사료 가격이 3~5%가량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료비는 축산농가 경영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료 가격이 오르면 한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 생산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은 과거에도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에는 식용유와 라면, 과자 가격이 잇따라 올랐고, 2023년에는 빙과류 가격이 인상됐다. 지난해에는 코코아와 커피 원두 가격 상승 여파로 초콜릿과 커피 제품 가격도 조정됐다.
업계는 당장 가격 조정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국제 시세와 기후 변동성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후 변화에 따른 리스크는 해마다 커지고 있는 만큼 원재료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며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 부담 등을 고려하면 가격을 쉽게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수익성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여름철 이상기후에 따른 농축산물 수급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여름철 기상 전망이 농축산물 수급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지만, 생육 및 사양관리를 철저히 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먹거리 물가를 좌우할 변수로 기후와 환율, 국제 원자재 가격을 꼽고 있다. 이상기후가 장기화하면 농축산물 생산비와 식품업계의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소비자 물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후 변수는 예측이 어려운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1차적으로는 농축산물 수급과 가격에 영향을 주겠지만 원재료를 사용하는 식품업계 전반으로 여파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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