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그룹 타이푼으로 데뷔해 솔로 가수·화가·작가로 종횡무진
군조와 협업한 신곡 '홀리데이' 발표…"스스로를 가둔 상자서 이제야 나온 듯"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저는 예측대로 인생길을 걸은 적이 거의 없어요. 예상할 수 없는 반전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가수·화가·작가라는 꿈에 도전하고 이뤄낸 저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어요."
가수 겸 화가 솔비(본명 권지안)는 올해 뜻깊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6년 가요계에 흔치 않은 혼성그룹 타이푼으로 데뷔한 그는 2000년대 '그래서…', '그대만…', '기다릴게…' 등 절절한 감성이 물씬 풍기는 댄스곡으로 사랑받으며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다.
2007년에는 '사랑 왜 했어'로 솔로 가수로도 데뷔했고, 201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 오고 있다. 2014년에는 에세이 책도 냈고, 지난해에는 숏폼 작품 '전 남친은 톱스타'의 극본을 쓰며 드라마 작가로도 변신했다.
솔비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20년 동안 제일 잘한 일은 미술을 시작한 것"이라며 "가수든 화가든 꿈을 꾸면 이루는 사람이란 것을 스스로 증명해 낸 것 같아 좋다. 다음 10년도 좋은 꿈을 꾸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결과물을 내야 하는 (음악 또는 미술) 작업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도전하며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긴다"며 "먼 미래에 할머니가 되면 '솔비 뮤지엄'에서 미술 전시와 콘서트를 여는 게 꿈"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지난 20년 동안 남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았고 가수, 방송인, 작가, 화가로 성과도 있었죠. 지난 세월을 쪼개 들여다보면 견디기 어려운 시련도 많았지만, 멀리서 뭉쳐서 보니 행복하고 감사한 삶이라고 생각돼요."
솔비는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21일 신곡 '홀리데이'(Holiday)도 냈다. 이 곡은 로큰롤을 기반으로 한 신나는 서머송으로, 솔비는 쭉쭉 뻗는 시원한 고음과 유쾌한 에너지를 뽐냈다. 퍼포먼스 디렉터 군조가 곡 전반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두 사람은 전국 각지의 음악 축제 등에 함께 출연하며 '홀리데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솔비는 "솔로로 안무가 있는 곡을 하는 것은 오랜만인데, 무대에 서니 한동안 잊고 있던 에너지가 나오는 듯했다"며 "무대에서 시원시원하게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그룹 혹은 솔로로 매년 신곡 한 곡씩을 내왔다는 그는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음악은 늘 나와 함께였다"며 "노래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내 노래를 알아주시는 분을 만날 때마다 가수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군조는 소속사에 의해 훈련된 게 아닌,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솔비를 상상하며 신곡을 프로듀싱했다고 한다. 솔비 역시 이번 노래를 통해 스스로를 짓누르던 위축감에서 벗어나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군조 오빠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저는 마치 상자 안에 있는 강아지 같아서, 광활한 초원에서 상자를 열어줘도 (두려움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이 울었죠. 이제야 스스로를 가뒀던 상자 밖으로 나오는 중인 것 같습니다. 무대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어요."
솔비는 "가요계에서는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내기보다 산업 구조에 맞춰 활동하는 부분이 많지 않았겠느냐"라며 "군조와 협업하며 내가 20년 전에 무대에서 보여줬던 그 에너지를 다시 뿜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관객을 마주하며 소통하는 음악과 반대로, 미술은 관람객이 없는 조용한 화실에서 문을 등지고 앉아 내면을 색으로 풀어내는 예술이다.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자 붓을 들었던 그는 어느새 여러 차례 국내·외에서 전시를 연 화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23년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을 소재로 한 미국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고 지난해 사이버불링 근절을 위한 특별전에도 참여했다.
솔비는 "관람객을 등지고 그림을 그리든, 관객을 마주하며 노래하든, 괜찮은 나 자신을 만들어 가고 있다. 미술로 내면이 더욱 단단해졌다"며 "사이버불링에 굴하거나 기죽지 않고 밝고 당당하게 음악·미술 활동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내가 내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솔비는 오는 28일까지 수원 화랑미술제에서 손진형·최하나 등 5인의 작가와 함께 전시를 연다. 그는 형형색색의 꽃과 나무가 중심이 된 작품 12점을 출품했다.
솔비는 "꽃이 있는 풍경은 곧 나의 삶의 궤적이자 기록 같다"며 "꽃길을 그리며 '나는 잘 가고 있구나'라는 위로를 받았고, 관람객도 이 같은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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