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다음 달 초 예정된 네덜란드 정부의 중국 경제사절단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서 양국 간 경제 협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ASML과 NXP반도체 경영진이 슈르트 슈르츠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장관이 이끄는 중국 방문단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단에는 총 17명의 주요 기업 경영진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기업들은 장관이 방중 기간 동안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나 대만 무기 판매 등 민감한 정치 현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방문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르츠마 장관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비판해 중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으며,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ASML은 방중단 합류 여부에 대해 공식 확인을 거부했고, NXP 역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비롯한 동맹국에 대중국 첨단 장비 수출 제한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지난 2019년부터 ASML의 EUV 장비 수출을 중국에 금지했으며, 2023년부터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심자외선(DUV) 액침 노광장비까지 수출 규제를 확대했다.
이번 방문은 미국 의회에서 동맹국들의 첨단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MATCH Act(매치법)' 추진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규제 대상이 아닌 일부 DUV 장비까지 추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슈르츠마 장관은 지난달 해당 법안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방문단은 다음 달 6일 베이징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등 정부 관계자들과 회담을 가진 뒤, 8일에는 상하이로 이동해 시정부 및 현지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일정은 9일 현지 기업 방문을 끝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중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네덜란드가 경제 협력과 외교적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인 ASML의 행보가 향후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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