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예상 밖 패배를 당하며 자력으로 32강 진출 기회를 놓친 가운데, 국가대표 출신 구자철이 경기 후 대표팀의 선발 명단과 전술 운영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했다.
한국은 경기 전까지 1승 1패를 기록 중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승점 4점을 확보하며 조 2위를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조별리그 통과가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남아공에 일격을 당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유튜브 '슛포러브'
같은 시각 열린 경기에서는 멕시코가 체코를 3-0으로 완파했다. 이 결과로 멕시코가 승점 9점으로 조 1위를 차지했고, 남아공이 조 2위로 32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조 3위로 밀려나면서 다른 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번 대회는 조 3위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에게도 32강 진출권이 주어진다. 따라서 한국의 탈락이 즉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충격이 큰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기 직후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는 구자철, 설기현, 이광용 아나운서가 함께 경기를 시청하며 의견을 나누는 영상을 공개했다.
구자철은 경기 흐름이 한국 쪽으로 풀리지 않던 후반 중반부터 대표팀의 전술 운영에 의문을 나타냈다.
손흥민 선수 / 뉴스1
한국이 0-1로 뒤진 채 후반 35분을 향해 가던 시점, 그는 “(박)지성이 형이 공격수와 수비수 숫자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는 건 경기장 안에서 지금 뭔가 대단히 잘못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설을 맡고 있던 박지성이 공격 숫자와 수비 숫자의 균형 문제를 반복적으로 언급한 상황을 가리킨 것이다.
구자철은 이어 “선수 교체는 다 끝났어도 포지션에 대한 전술을 다르게 취해서 숫자를 만드는 건 가능하다”며 “스리백으로 계속 나가면서 무게를 뒤쪽에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기 중 전술 변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선택이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날 선발 명단 구성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구자철은 “결과적으로 보면 진짜 손흥민을 선발에서 뺀 게 경기를 끌려가게 했다”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체력 안배와 경기 운영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해석됐지만, 결과적으로 공격 전개가 원활하지 않았던 만큼 경기 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구자철은 “엄지성과 이재성 등 이때까지 흔들어줬던 선수들이 지금 나와서 막 흔들어줘야 하는데”라며 공격진 활용 방식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은 경기 내내 공격의 활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점유율에서는 우위를 보였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반면 남아공은 수비 조직력을 유지하면서 역습 기회를 노렸고 결국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흐름이 점점 악화되자 구자철은 팀 내부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 뉴스1
그는 “이렇게 되면 팀 분위기가 완전히 그냥 찢어질 텐데. 경기가 끝나면 애들은 다 불만이고”라고 말했다.
선수 출신으로 월드컵 무대를 경험했던 그는 패배가 남기는 심리적 충격과 내부 갈등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90분 경기가 종료된 뒤에도 구자철의 분석은 이어졌다.
그는 “일단 선발 명단을 바꾼 게 결과적으로 안 맞았다”며 “그러면서 교체를 이른 시간에 많이 하게 되는 이유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은 전반 종료 후 대대적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이는 경기 초반 계획이 기대한 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구자철은 “시작하자마자 나쁜 건 아니었지만 하면 할수록 총체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들이 나왔다”며 “빌드업 전개도 좋지 않았고, 그러면서 남아공의 자신감을 많이 올려줬고 실점으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교체 카드 활용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민재가 나가면서 박진섭이 들어왔는데 사실 포지션을 바꾸는 교체에 그쳤다”면서 “선발이 실패하면서 전반 종료 후 세 명의 교체 카드를 썼다. 그러면 교체 카드 두 장이 남는데 사실 그건 되게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는 경기 후반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교체 카드 관리가 중요한데, 한국은 비교적 이른 시점에 많은 카드를 사용하면서 선택지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경기 후반 승부수를 던져야 할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됐다는 점을 구자철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이광용 아나운서가 경기 중 했던 “선수들이 불쌍하다”는 발언의 의미를 묻자 구자철은 현재 대표팀 전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이 정도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들, 좋은 경험을 했으며 신구 조화 등을 갖춘 이런 스쿼드는 요즘 세계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스쿼드”라고 말했다.
이어 “좀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었으면 기대를 되게 가질 수 있는 건데 그런 부분들이 선수들도 답답하겠죠”라고 덧붙였다.
구자철의 발언은 단순히 한 경기의 패배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현재 대표팀이 보유한 선수 구성과 잠재력에 비해 경기력과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대표팀은 이제 다른 조 경기 결과에 따라 32강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아직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남아공전 패배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안정적인 토너먼트 진출 시나리오는 무산됐다.
결국 이번 패배는 단순한 승점 3점 손실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대표팀의 선발 명단 운영, 경기 중 전술 변화, 교체 카드 활용, 공격 전개 방식 등 여러 부분에 대한 평가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자철 역시 이러한 지점을 하나씩 짚으며 현재 대표팀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아쉬움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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