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형사사법포럼에서 차호동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변호사(전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수, 이창온 이화여대 법전원 교수, 한상규 아주대 법전원 교수는 ‘제정 공소청·중수청법 시행에 따른 형사사법기관의 역할’ 토론에서 각자의 주장을 내놨다.
검사 출신인 차호동 변호사는 수사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수사란 “죄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형사재판에 넘겨 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한 근거 자료를 모으는 일”로 정의하면서 누군가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사법의 영역에 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변호사는 “대륙법계 직권주의 국가에서 수사기관이 사법경찰로 불리는 것은 수사판사나 검사 같은 사법관 내지 준사법관이 수사를 주재하고 경찰은 이들의 지휘를 받는 조건으로 수사활동을 위임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강한 수사권과 약한 통제의 조합은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를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준사법기관인 검찰을 폐지하는 것이라면 사법기관인 법원이 통제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차 변호사는 영미법계와 대륙법계의 차이도 짚었다. 영미법계에서는 수사기관에 소환·체포·구속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국가가 실체적 진실 발견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대신 대륙법계에서는 1차 수사기관에 강력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대신 준사법기관인 검사에 의한 능동적·적극적·사전적 사법통제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강한 수사권은 유지하면서 사법적 통제만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 문제는 이 맥락에서 다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상희 건국대 법전원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 논의가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 즉 ‘왜 검찰은 수사권을 남용했나’를 생략한 채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개혁은 검찰 수사권의 통제로 협애화됐고 그조차 보완수사권 문제로 응축돼 버렸다”며 “이는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보다 거시적 개혁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지엽적인 의제”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는 “기소권의 파생 권한으로 보아 검찰의 전속적 권한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수사종결은 ‘상당한 혐의’ 수준에서 이뤄지지만 검사의 기소는 ‘유죄판결을 받을 현실적 전망’이 있어야 하는 만큼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증거 수집과 사실 확정의 기회가 검사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보완수사도 수사이기 때문에 검사가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역으로 보완수사는 기소권의 파생 권한이기 때문에 경찰이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전건송치 문제에 대해 한 교수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대안을 제시했다. 이의신청제도 확대, 경찰 불송치결정에 대한 독립적 외부 감사기구 설치, 강력범죄·중대재해 등 중요사건의 전건송치 의무화, 경찰 불송치 사건 목록과 요지만 전건 검찰에 송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창온 이화여대 법전원 교수는 학술적 시각에서 현재 진행되는 개혁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형사사법체계에는 직권주의와 당사자주의 각각의 내재적 정합성이 존재하며, 두 체계의 요소를 무분별하게 혼합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수사체계가 달성해야 할 세 가지 이념으로 △수사결과의 적정성 △수사결과의 공정성 및 수사절차의 적법성·적정성 △수사체계의 신속성·효율성을 제시하면서, 이 이념들 사이에는 불가피한 상쇄관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수사결과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극대화하려면 다단계 검토와 상급 기관 감독이 필요한데, 이는 신속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수사의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소추권자에게 귀속돼야 한다”며 “의사결정 수단을 실질적으로 보유한 수사기관과 최종 결정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나 수단을 갖지 못한 소추기관 사이에서는 책임 전가, 사건 핑퐁, 절차 지연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실험 자체는 해볼 만하지만 보완수사권·전건송치 문제는 수사체계 정합성과 형사절차 이념의 상쇄관계라는 관점에서 철저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개혁 논의는 다양한 수사체계 유형의 부분 요소들을 너무나 손쉽게 혼합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지나치게 급속하고 무반성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한상규 아주대 법전원 교수는 검찰 중심적 시각의 한계를 지적하는 비판적 논평을 내놨다. 한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는 수사기관의 효율적인 범죄 대처 능력을 유지하는 문제가 아니라 막강한 국가소추권력을 어떻게 분할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하여 시민의 인권을 보장할 것인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 교수는 다수 수사기관 난립에 따른 수사권 충돌, 송치사건 증거보강 어려움, 경찰 직무범죄 견제 장치 약화 등 실무적 우려는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그는 “특히 중수청이나 공수처가 수사하기 꺼리는 사건을 경찰에 미루는 기관 이기주의적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이를 단순히 검찰의 직접 수사권 복원 논거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 교수는 “검찰이 과거의 독점적 지위나 준사법기관이라는 특권적 지위에 기대어 수사 지휘권 복원을 그리워하는 것은 더 이상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다원화된 수사체계의 복잡성과 절차적 비효율을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성숙한 견제와 균형의 과정으로 수용하고 당사자주의 소송 구조 내에서 인권 옹호자이자 공정한 공소유지자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는 것이 검사에게 남겨진 진정한 과제”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